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Q : 반클리프 아펠의 댄스 및 문화 프로그램 디렉터 자리가 조금 생소하다. 소개해 줄 수 있나
A : 만나서 반갑다. 반클리프 아펠의 댄스 및 문화 프로그램 디렉터를 맡고 있는 세르주 로랑(Serge Laurent)이다. 말 그대로 무용 분야를 향한 메종의 헌신을 굳건히 하는 자리로 보면 된다. 현재 안무 창작 예술을 지원하는 반클리프 아펠의 새로운 글로벌 프로그램인 댄스 리플렉션을 담당하고 있다. 창작 활동과 무용 이벤트, 정책을 지원하는 이니셔티브를 선보이며 무용에 대한 관객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Q : 반클리프 아펠의 댄스 리플렉션은 어떤 프로젝트인가
A : 이 아이디어의 출발은 하나의 스토리를 계속 써 내려가는 것이었다. 2020년 첫 출발을 시작한 반클리프 아펠의 ‘댄스 리플렉션’은 오로지 춤 후원 프로그램이다. 크게 두 가지 역할을 하는데, 하나는 모던 및 컨템퍼러리 안무 레퍼토리 분야의 전문 예술가와 단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창작 작품을 장려하는 댄스 페스티벌이다. 2022년 3월 런던에서 첫 에디션을 선보였고 2023년 5월 홍콩, 10월 뉴욕에 이어 올해 2024년 10월 교토에서 이 여정을 이어 나가고 있다.
Q : 한 마디로 춤과 예술, 창작을 위한 프로젝트라는 건 알겠다. 그렇다면 이번 교토 댄스 리플렉션은 이전에 진행한 나라들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
A : 2023년을 기점으로 반클리프 아펠이 일본 진출 50주년을 맞았다. 메종은 일본 아티스트들과 다양한 협업을 이어왔고 서로 문화를 오랫동안 교류해 왔다. 그래서 댄스 리플렉션 페스티벌을 교토에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교토 댄스 리플렉션은 2024년 10월 4일부터 11월 16일까지 일본 교토와 사이타마에서 열린다. 공연과 예술가와의 만남,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워크숍으로 구성했고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아이 펠트 더 스타스 인댓 룸 I Felt the Stars in That Room〉 전시도 선보인다.
Q : 〈아이 펠트 더 스타스 인댓 룸〉은 어떤 전시인가
A : 교토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아이 펠트 더 스타스 인댓 룸〉 전시는 교토 댄스 리플렉션 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댄스 리플렉션이 추구하는 정신을 소개한다. 이 전시는 미국 사진작가 올리비아 비의 작품 컬렉션인 ‘교토그래피’와 함께한 프로젝트로 이전에 열린 페스티벌의 아름다운 순간을 담아낸 사진을 전시하고, 움직임을 구현하는 예술이 선사하는 찰나의 시선을 강조한다.
Q : 교토에서 펼쳐지는 ‘Save the Last Dance for Me’와 ‘Room with a View’는 어떤 공연인가
A : 두 공연은 컨템퍼러리 댄스가 베이스다.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컨템퍼러리 댄스라는 개념은 매우 광범위하다는 걸 알아주길 바란다. 나는 오래된 댄스의 단어나 말, 어휘에서 새로운 형태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흥미롭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Save the Last Dance for Me’는 아티스트가 작품을 준비할 때 어디서 영감을 받는지 잘 보여주는 공연이다. 알레산드로 시아르로니(Alessandro Sciarroni)는 이탈리아 민속무용인 폴카 치나타(Polka Chinata)에서 출발점을 찾았고, 이 댄스를 현대 버전으로 재해석했다. 만약 유튜브에서 이 전통 댄스를 찾아보면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게 될 거다. 알레산드로는 이 전통 무용을 각색해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었다. 때때로 우리는 오래된 유산과 현대적 접근방식을 대립적인 시선으로 보는데, 과거의 비전에서 현대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경이롭기 그지없다. 반대로 아티스트 그룹 (라)호드((LA)Horde)가 제작한 ‘Room with a View’는 완전히 다른 접근방식을 취한다. 이는 아티스트 로네(Rone)와 함께 제작한 작품이며 16개국 28명의 무용수로 구성된 마르세유 국립발레단과 함께 선보인다. 소리와 신체, 이미지를 새기며 인류의 변화하는 장소를 품어낸 작품으로 독특한 퍼포먼스를 이어간다.
Q : 이 상반된 두 공연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A : 극명하게 다른 두 공연을 통해 컨템퍼러리 댄스가 매우 다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 이런 대비로 컨템퍼러리 댄스가 다양하고 무궁무진하며 좀 더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Q : 공연을 보니 ‘관계’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 부분을 메시지로 전달하기 위한 디렉터의 의도가 담겨 있는지 궁금하다
A : 관객은 공연에 초대되기는 했지만 공연을 펼치는 퍼포머에게는 철저하게 이방인이다. 공연을 펼치는 이들의 관계에 초대되지 않은 거다. 사실 ‘Save the Last Dance for Me’와 ‘Room with a View’ 어느 것에도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공연을 지켜보며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투영하며 느끼게 된다. 이것이 공연예술이 지닌 신비로운 점이다. 연극과 마찬가지로 댄스도 하나의 퍼포먼스가 아니라 스토리를 포함한다. 이것은 우리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답은 없다. 그저 각자가 보고 느낀 것이 곧 그 공연에 대한 해석인 셈이다.
Q : 큰 규모의 아트 페스티벌을 준비하려면 많은 영감이 필요할 것 같다. 일상에서 받는 영감이 있나
A : 어려운 질문이다. 사실 나에게 예술은 너무 중요하다. 왜냐면 나는 그 일부이고 예술세계의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영감을 받기보단 예술 작품을 보고 난 후가 오히려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 순간부터 내 영감이 쌓이는 거다. 작품을 보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결국 중요한 건 자신이고 그로부터 많은 영감이 나오기 때문이다.
Q : 댄스 리플렉션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 사람들은 영감의 원천이 필요하고 주변을 둘러보며 영감을 얻어야 한다. 반클리프 아펠은 그 영감을 댄스로 정했다. 사실 메종과 댄스는 깊은 관계를 유지해 왔고 오랫동안 브랜드 영감의 원천이었다. 창작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생소할 수 있는 예술세계를 대중화하고 이것을 보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받아들이고 마음껏 즐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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