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리밸런싱에도 SKC '후공정'은 키운다...한화, 두산도 반도체 영토 확장

심서현 2024. 10. 2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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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한화·두산 등 주요 대기업들이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 중에도 반도체 사업은 도리어 키우고 있다. 단,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제조보다는 후공정, 장비, 설계 서비스 등 부가가치가 높은 특정 분야로 ‘선택과 집중’을 하는 모양새다.

미국 조지아 주 커빙턴 시의 앱솔릭스 반도체 유리 기판 공장 전경. 사진 SKC

SKC 자회사, 반도체 유리 기판용 부품 최초 개발


2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C의 자회사 ISC는 최근 글라스(유리) 기판용 테스트 소켓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ISC는 반도체 칩셋의 전기적 특성을 검사하는 테스트 소켓 업체로, 회사 매출의 80%를 미국 대형 스마트폰·PC 업체 등 해외에서 올린다. SKC의 또 다른 자회사 앱솔릭스는 차세대 반도체용 글라스 기판을 생산하는데, ISC·앱솔릭스 기술 협력을 통해 글라스 기판용 테스트 소켓을 만들어낸 것이다.

최근 박원철 SKC 대표가 해외 투자자들에게 성과를 설명하면서 이같은 사실이 공개됐다. 회사는 내년 상반기 미국 빅테크 기업에 앱솔릭스 글라스 기판과 ISC 소켓을 함께 공급할 계획이다.

차준홍 기자


앱솔릭스는 지난 2021년 SKC와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 합작으로 설립됐다. 회사는 인공지능(AI) 및 고성능컴퓨팅(HPC) 기판으로 주목받는 글라스 기판 개발·상용화에 일찌감치 착수했고, 올해 준공한 미국 조지아 주 공장에서는 시제품도 양산 중이다. 그 덕에 기판 업체로는 유일하게 미국 반도체과학법(칩스법) 보조금도 배정 받았다. 여기에 지난해 SKC가 ISC를 인수하면서 후공정 자회사 간 시너지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SK는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사업 재편)을 진행 중이며, SKC는 지난해 자회사 SK엔펄스의 전공정 사업을 매각했고 역시 전공정에 해당하는 연마 부품 CMP 패드 사업은 매각 마무리 단계다. 그러나 SKC는 “ISC는 매출의 10%를 특허 및 신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고, 앱솔릭스는 공장 내 장비 독자화를 추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반도체 사업 중 ‘전공정 정리, 후공정 집중’ 기조가 뚜렷한 셈이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의 ISC 연구소에서 연구원이 테스트 소켓 성능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 ISC

김승연 회장은 HBM용 장비 시연


한화는 반도체 장비 사업을 키운다. 한화정밀기계는 고대역폭메모리(HBM)용 패키징 장비인 TC 본더를 SK하이닉스에 납품하려고 개발 및 협의 중인데, 지난 22일 김승연 한화 회장이 경기도 성남의 판교 한화 R&D 캠퍼스를 방문해 TC 본더 시연을 직접 봤다. 이날 김 회장은 “반도체는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 산업”이라고도 말햇다. 김 회장이 반도체 사업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건 처음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지난 22일 김승연 한화 회장이 경기도 한화 판교 R&D센터를 방문해 한화정밀기계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 한화그룹

지난해 12월 한화의 ‘전략통’으로 꼽히는 이성수 사장이 한화정밀기계 대표로 부임했고, 직후 회사는 ㈜한화의 반도체 전공정 장비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지난 9월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보안·장비 부문을 떼 중간지주사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를 설립하는 개편을 단행했는데, 한화정밀기계가 그 핵심이다.

두산, 후공정에 디자인 하우스까지


두산은 웨이퍼 테스트 기업인 테스나를 지난 2022년 인수했다. 지난 2~3년 간 메모리 불황으로 국내 후공정 업계는 실적 부진을 겪었으나, 국내 웨이퍼 테스트 1위인 두산테스나는 흑자 행진을 이어왔다. 두산은 국내 유력 디자인하우스(반도체 설계 서비스) 업체인 세미파이브 지분도 보유하고 있는데 최근 지분을 추가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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