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를 동양의 베네치아로"…34년간 실패, 이젠 정부·지자체 뛴다
30년 넘게 실패를 거듭해온 충남 태안 안면도 관광개발 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이자 정부와 자치단체·대형은행이 직접 개발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는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29일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면도 관광지 3·4지구 개발에 중앙정부와 충남개발공사가 참여, 책임성과 신뢰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사업에는 기획재정부와 충남도·하나은행·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이 사업 주체로 참여하게 된다. 기존 컨소시엄은 해체하고 1개 회사만 사업에 참여하게 된다.
충남도에 따르면 2022년 6월 9일 양승조 전 충남지사는 ㈜온더웨스트 컨소시엄과 안면도 관광지 조성사업을 위한 본 계약을 체결했다. 컨소시엄에는 메리츠증권과 조선호텔앤드리조트 등 국내외 8개 기업이 참여했다. 온더웨스트 컨소시엄은 2025년까지 안면도 3·4지구 214만㎡ 부지에 1조3384억원을 들여 호텔 등 1300실 규모 숙박시설 등을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기존 사업자 자금난으로 착공 지연
이후 온더웨스트는 토지매매 계약금 119억원, 투자이행 보증금 30억원, 인허가 비용 63억원 등 308억원을 투입해 골프장과 숙박시설 인허가를 마쳤다. 하지만 건설 경기가 침체하고 고금리 장기화, 금융권 PF대출 규제 강화 등 여파로 자금난을 겪으면서 사업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충남도는 온더웨스트 측에 올해 말까지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라고 통보했다. 안면도 관광지 조성사업이 더는 표류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하나은행·주택도시보증공사 통해 PF조달
충남도는 사업비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활성화투자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마쳤다. 하나금융그룹과 주택도시보증공사 특례 보증을 통한 PF대출도 실행하기로 협의를 끝냈다.
이와 관련, 충남도는 충남도의회와 태안군, 충남개발공사, ㈜온더웨스트, 하나금융그룹, ㈜조선호텔앤드리조트, 지역주민 대표 등과 11월 중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사업에 필요한 예산은 2025년 상반기까지 확보하게 된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전에는 민간 사업자들이 컨소시엄을 구성,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정부 부처와 지방정부가 지분 형태로 참여하게 되는 것”이라며 “수십년간 표류한 안면도 관광지 개발사업을 임기 내에 본격화하겠다”라고 말했다.
안면도, 전국에서 여섯 번째로 큰 섬…투자유치 7차례 실패
안면도는 면적이 118㎢로 전국에서 여섯 번째로 큰 섬이다. 남북으로 길게 놓인 안면도는 북쪽으로 서산·당진, 남쪽으로는 보령·서천으로 이어져 ‘천혜의 관광자원’을 갖췄다. 이런 조건을 갖추고도 지난 30년간 관광지 조성사업이 번번이 무산됐다. 1990년대 초반부터 관선·민선 도지사 11명이 “동양의 베네치아를 만들겠다”며 7번이나 투자 유치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했다. 2000년 이후에도 3차례나 투자 유치와 사업 협약이 중도에 취소됐다.
현재 충남도가 추진하는 안면도 관광지(꽃지지구) 조성사업은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중장리·신야리 일대 294만㎡ 부지를 2025년까지 테마파크(1지구), 연수원(2지구), 씨사이드(3지구), 골프장(4지구) 등으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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