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 공천 대가로 주고 받았나…'명태균 의혹' 검찰 수사 속도 [이슈추적]

안대훈 2024. 10. 2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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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씨. 사진 페이스북 캡처

검찰이 명태균(54)씨와 얽힌 수상한 돈거래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명씨 주변인을 잇달아 소환하고 압수수색도 여러 차례 진행했다. 현재까지 검찰이 겨냥한 돈거래는 두 가지다.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이 명씨 관련 여론조사업체에 건넨 돈과 재·보궐 선거 당선 이후 김영선(64) 전 의원이 명씨에게 준 돈이다.

이들 정치인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내세운 명씨에게 ‘공천을 바라거나 공천을 받아온 대가’로 줬는지가 이번 정치자금법 수사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공천을 바란 예비후보들이 준 돈이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 후보를 위한 여론조사에 사용됐고, 그 대가로 김 전 의원이 공천을 받는 과정에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개입했단 게 이른바 ‘명태균 의혹’의 골자다.


예비후보들, 공천 바라고 2억여원 줬나?


돈 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창원지검은 최근 대구·경북 지역 정치인 A·B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A씨 등은 2021년 말 명씨와 김 전 의원이 관련 있는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연구소)에 돈을 건넨 혐의다. 검찰은 둘이 2021년 말 1억2000만원씩 총 2억4000만원을 연구소에 건넨 것으로 보고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A씨를 지난 27일 불러 조사한 데 이어, B씨도 곧 부를 예정이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연구소 법인등기상 대표인 김모(60)씨도 지난 27·28일 연이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A·B씨가 명씨 등을 통해 공천을 받을 수 있다고 믿고 돈을 건넨 것으로 의심한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선거에서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누구든지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기부 받을 수 없다. 다만, A·B씨가 실제 공천을 받진 못했다.

이 때문에 강혜경(47)씨는 A·B씨에게 일부 돈을 돌려줬고, 그 돈은 김 전 의원이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후 받은 선거보전금에서 나왔다고 했다. 강씨는 연구소 부소장으로 일하다, 김 전 의원 선거 때 회계책임자를 맡았다.


“여론조사 비용으로 써…그 결과 김영선 공천”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과 명태균 씨 여론조사 비용 불법 조달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 씨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해 명태균 씨가 김건희 여사를 만나러 갔다는 증거로 자신이 끊어준 항공권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A·B씨는 ‘연구소 운영자금으로 빌려준 돈’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연구소 대표 김씨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운영자금으로 빌려준 돈으로 말을 맞추자’는 취지 메모 2장을 발견, 진술 신빙성을 의심받고 있다.

A씨 등이 낸 돈은 지난 대선(2022년 3월) 당시 연구소를 통해 진행한 여론조사(공표·미공표 포함 81회) 비용으로 썼단 게 강씨 주장이다. 2022년 3월 대선을 앞둔 2월 28일 명씨가 강씨에게 ‘(여론조사) 돈이 모자르면 A·B씨 등에게 받으면 된다’라는 취지로 말한 녹취록도 있다.

또 강씨는 지난 21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2022년 3월 대선 때 명씨가 윤 대통령을 위한 여론조사를 해준 대가로 김 전 의원이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가 개입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했다.

실제 재보궐 공천 발표 전인 2022년 5월 2일 명씨는 강씨에게 “오늘 (김건희) 여사님이 전화 왔는데, 내 고마움 때문에 김영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며 “자기 선물이래. 하여튼 입조심해야 된다”고 말한 전화 녹취록도 있다.


김영선, 공천받아준 대가로 9000여만원 줬나?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김영선 전 의원 회계책임자 강혜경 씨를 향해 질의하던 중 명태균 씨 녹취록을 틀고 있다. 뉴스1
검찰은 김 전 의원이 공천 대가로 명씨한테 돈을 줬는지도 들여다 보고 있다. 2022년 보궐선거 두 달 뒤인 그해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김 전 의원이 자신을 국회의원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강씨를 통해 명씨에게 25차례 걸쳐 9000여만원을 준 정황도 포착했다.

이와 관련 김 전 의원이 지난해 5월 23일 강씨에게 “(명씨) 덕을 다 봐 가지고 국회의원이 됐기 때문에”라고 말하는 등의 여러 녹취록도 검찰은 확보 중이다. 하지만 명씨는 “선거 때 빌려준 돈 받은 것”일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한편 명씨의 녹취록에서 김 전 의원 공천 관련, 김 여사가 수차례 언급되면서 검찰 수사가 김 여사까지 향할지 관심이다. 또 윤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연구소 여론조사를 활용했단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윤 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의 폭로가 나오면서, 윤 대통령을 향한 수사로도 이어질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윤 캠프에서 미래한국연구소에 여론조사 비용을 지불한 적이 없기 때문에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된다. 야권에서는 “검찰과 공수처는 윤석열 대선 캠프의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혐의를 신속하게 규명해야 한다”(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 등 주장이 나오고 있다.

창원=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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