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어렵게 살려낸 출생아 증가, 저출생 해결 퍼스트무버 될 것"(종합)
주거와 돌봄에만 4조원…일·생활 균형 관리까지
중소기업 '육아휴직자 대체인력' 지원… 급여 보전
스드메에 이어 육아 필수품까지 할인 지원 예정
"어렵게 살려낸 출생아 증가… 출산 막은 요인, 친화적으로 바꾸겠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년간 총 6조7000억원을 투입하는 저출생 극복 지원책을 내놨다. 실효성을 확인한 신혼부부용 주택 공급과 돌봄에만 4조원을 집중 투자하는 등 신혼부부들의 결혼준비비용까지 지원하는 종합 대책이다. 저출생 문제는 한두 가지 대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오 시장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저출생 해결에 서울시가 '퍼스트 무버'로 나서겠다는 취지다.
29일 오 시장이 직접 내놓은 '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는 ▲돌봄·주거 ▲일생활 균형·양육친화 ▲만남·출산 등 3개 분야 87개 세부 사업으로 나눠 추진한다. 양육자뿐 아니라 청년, 신혼부부, 난임부부 같은 예비양육자까지 포괄해 출산·육아·돌봄뿐 아니라 주거나 일·생활 균형 같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까지 전방위 지원에 나서기 위해서다.
'난임시술비 지원' ,'아이돌봄비 도입' 등 서울시 정책, 이제 전국으로
서울시가 6조7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게 된 배경에는 오 시장이 2022년 발표한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의 성공이 반영돼 있다. 난임시술비 지원, 조부모 돌봄수당, 서울형 키즈카페 등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 서울시가 추진했던 정책 패키지들은 지난 2년간 평균 만족도 96.4%의 높은 호응을 끌어냈다.
지금까지 혜택을 받은 인원만 연 283만명에 달한다. 서울형 키즈카페를 비롯해 총 2700개 공간이 양육자를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일부 정책들은 정부와 타 지자체에서 채택해 전국으로 확산되는 등 저출생 정책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실제 전국의 모든 난임부부가 혜택을 받는 '난임시술비 지원'은 지난해 서울시가 가장 먼저 소득기준과 횟수 제한을 폐지한 게 시작이 됐다.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에게 주는 '서울형 아이돌봄비'는 경기도, 부산광역시, 경상남도 등 타 시도로 확대 시행 중이다. 다자녀 기준 완화와 1인 자영업자·프리랜서 지원책 등도 정부 저출생 대책에 대거 반영됐다.
기업과 기관들의 참여도 끌어냈다. 손해보험협회 사회공헌협의회는 서울시 난임정책에 4년간 40억원을 지원했고 KB금융은 서울시와 '소상공인 출산·양육 지원 3종 세트'를 공동 추진 중이다.
서울시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이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육아 친화적인 도시다'라는 양육자들의 인식(3.56점, 5점 만점)이 2022년(3.30)보다 향상됐다. 아이를 낳을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무자녀부부 68.5%, 유자녀부부 30.3%로, 2023년(56.5%, 27.3%) 대비 모두 증가했다.
지원분야 52개에서 87개로 확대… 중소기업, 1인 자영업자까지
이날 내놓은 대책은 오 시장이 2022년 발표한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의 확장판이기도 하다. 기존 2개 분야(탄생응원·육아응원) 52개 사업에서 3개 분야(돌봄·주거, 양육친화·일생활균형, 만남·출산) 87개 사업으로 지원폭이 확대된 게 눈에 띈다. 여기에 들어갈 예산은 지난 2년간 투자한 3조6000억원의 두 배에 가까운 6조7000억원이다.
우선 신혼부부·양육자를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서울형 저출생 주거대책'을 추진한다. 안정적인 주거가 출산을 결심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무주택 세대원으로 구성된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장기전세주택Ⅱ '미리내집'을 1호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을 시작으로 올해 1000가구 공급한다. 2026년부터 연 4000가구씩 내놓겠다는 게 서울시 계획이다.
내년 1월부터는 아이가 태어난 무주택가구에 2년간 총 720만원(가구당 월 30만원)의 주거비 지원을 시작한다. 주거비 때문에 서울을 떠나거나 아이 낳기를 포기하는 일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내년엔 1380가구를 지원하고 2026년에는 4140가구로 지원을 확대한다. 이와함께 신혼부부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사업의 대출한도를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한다. 지원금리도 최대 연 3.6%에서 연 4.5%로 상향해 최대 10년간 지원할 방침이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한 지원책도 내놨다. 대기업에 비해 일과 가정 양립 제도 활용이 어려운 중소기업 직원들을 위해 자체적으로 출산·양육 장려와 일·생활 균형을 위한 제도를 시행하는 중소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중소기업 워라밸 포인트제'를 확대한다.
내년부터 혼자 일하기 때문에 출산휴가라는 개념조차 없는 1인 자영업자 및 프리랜서 등도 본인 또는 배우자 출산시 출산휴가를 갈 수 있도록 전국 최초로 출산·휴가급여 지원에 나선다. 1인 자영업자 및 프리랜서 등 임산부 본인에게는 90만원의 출산급여를 지원하고 임산부 배우자를 둔 1인 자영업자 및 프리랜서 등에는 배우자 출산휴가급여 8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스드메 등에 100만원, 서울형 키즈카페는 동별 1개씩
'신혼부부 결혼살림 비용 지원'과 '육아용품 반값할인몰 운영' 등도 새롭게 추진하는 정책이다. 결혼 준비 비용으로 부담이 큰 신혼부부를 위해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등 결혼준비와 혼인살림 장만에 쓸 수 있도록 내년부터 최대 100만원을 지원한다. 2025년 1월 1일 이후 혼인신고를 한 1년 내 신혼부부(중위소득 150% 이하 가구)가 대상이며 내년에 2만 가구 이상을 지원할 예정이다.
출산 계획을 막는 주요인으로 양육비용 부담이 꼽히고 기저귀, 분유 등 육아 필수품 가격이 급등해 가계 부담을 가중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육아용품을 최대 반값에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탄생응원몰'도 내년 3월 오픈한다. '탄생응원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쿠폰도 발행을 준비 중이다.
양육자와 아이 모두에게 인기가 많은 '서울형 키즈카페'는 동별 1개소씩 조성될 수 있도록 2026년까지 400개소를 조성한다. 서울시가 주최하는 축제나 행사에 '팝업형 서울형 키즈카페'를 운영해 아이 동반 방문객들의 편의를 높이기로 했다. 영유아·초등학생 자녀의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1시간 단위로 맡길 수 있는 '서울형 시간제 전문 어린이집'과 등교 전 아침시간대 초등학생을 돌봐주고 등교까지 시켜주는 '서울형 아침돌봄 키움센터'는 25개 전 자치구로 확대한다.
오 시장은 "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 시즌2를 통해 아이를 낳을 결심은 더 쉽게, 아이 키우는 부담은 더 가볍게, 촘촘하고 근본적인 저출생 대책으로 한층 업그레이드할 것"이라며 "저출생 문제는 한두 가지 대책만으로 반전을 이루기 어려운 만큼, 앞으로도 저출생 해결을 위한 퍼스트무버로서 다양한 정책을 균형감 있게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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