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도, 차량도 조심해야 하는 이면도로

김관식 2024. 10. 2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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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없고, 왼쪽 시야 막힌 도로... 정지선도 없어 크고 작은 사고 많이 발생해

[김관식 기자]

▲ 모 고등학교 앞, 도로 합류 직전의 이면도로. 왼쪽 주택가의 벽이 큰 도로로 진입하려는 차량의 시야를 막기 때문에, 차량은 부득이 보행자의 도로를 가로 막을 수밖에 없어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또한 정지선도 없기 때문에 안으로 진입하는 차량의 공간 확보가 어려워, 여러 대가 앞뒤로 오가지 못하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이곳에서 고등학생 두 명이 길을 오가다 차량과 부딪쳤다.
ⓒ 김관식
"악! 아저씨, 놀랬잖아요. 그렇게 달려오시면 어떡해요?"
"미안합니다. 그렇게 빨리 달리지 않았는데, 그렇게 됐네요."

얼마 전, 폭 3m도 되지 않는 좁은 이면도로를 건너던 보행자와 운전자 사이에 발생했던 일입니다. 차량 한두 대 지날 정도의 이 좁은 도로는 의외로 차량이 자주 오가는 터라 평소에도 보행하는 데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습니다. 저도 한 번씩 이곳을 건너갈 때면, 스스로 일시정지를 꼭 해야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오토바이에 아슬아슬하게 스친 적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안쪽 주택가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오다가 큰 도로에 합류할 때쯤 브레이크를 한 번 밟는 게 느껴질 정도의 차량도 있습니다. 대부분 이 두 가지 이유로 크고 작은 사고가 이 곳에서 발생합니다. 무엇보다, 보행자 입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운전자와는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이것이 차량의 속도를 줄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얘, 괜찮니?"
"아, 네. 괜찮아요."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이 명함으로 연락 줘."

얼마 전에도 큰일 날 뻔했던 사고가 있었습니다. 저녁 7시 즈음, 근처 고등학생 두 명이 이면도로를 지나다가, 갑자기 다가오는 차량에 한 명은 몸을 피했는데, 다른 한 명이 휴대전화를 보다 늦게 반응하는 바람에 차량 범퍼 앞부분에 부딪쳤습니다. 학생은 휴대전화를 보느라, 차량은 진작에 속도를 줄이지 않은 게 원인입니다.
 서울 서초동의 모 도로 합류지점. 횡단보도가 무색하게 차량은 횡단보도에 걸쳐 있고, 그 앞으로 보행자는 길을 건너고 있다. 역시 정지선은 보이지 않는다.
ⓒ 김관식
횡단보도가 그려져 있는 이면도로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차량은 큰 도로 합류 직전 멈춰 서서 그제서야 왼쪽을 살피고 빠르게 진입합니다. 그러는 동안 보행자는 막힌 차량에 횡단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 같은 사고의 위험은 우리 주변 곳곳에 놓여 있습니다. 그런 곳이 바로, '교통 사각지대'입니다.

스마트폰 보행자와 킥보드 등 이면도로서 차량 사고 속출

출퇴근 시간, 바삐 운전하다 보면, 합류 지점에 와서야 브레이크를 밟고 좌우를 살피는 운전자가 많습니다. 길을 건너던 보행자도 갑자기 차량과 마주했을 때 그만큼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보며 걷거나 킥보드를 타는 이가 많은 터라 종종 추돌사고를 목격하게 됩니다.

그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보행 중 사망자 수는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현저히 적은 OECD 선진국의 경우 도시 내 제한속도가 대부분 30~50km/h며, 제한속도를 60km에서 50km로 낮춘 후 사고율이 대폭 감소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도시 내 주행 속도를 낮추는 것이 왜 사망률 낮추는 것과 관련이 있을까요? 바로 '제동거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제동거리는 말 그대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작동한 후 차량이 정지할 때까지의 거리'입니다. 그 전에, '운전자가 앞의 상황을 인지한 후 브레이크를 밟을 때까지의 거리'인 공주거리도 이해하게 되면 이래서 제공거리가 중요하구나 알게 되죠.

사실,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수도권 및 지방 도로를 시작으로 2021년부터 전국으로 확대 '안전속도 5030' 실시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취지에 공감하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습니다만, 이것과는 달리 보행량이 많은 이면도로에서 조차 속도 30km/h가 지켜지지 않아 사고가 이어진다는 거죠.

매일 차량으로 출퇴근하는 A씨는 "다른 걸 떠나서 나도 골목으로 들어서거나 큰 도로로 합류할 때 급하게 운전하는 경우는 있다"면서도 "골목에서 속도를 줄이면 다른 차량이 끼어들거나 오토바이도 많고 마음이 먼저 급해지는 점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요즘엔 킥보드도 많아져서 조심하려 한다. 조금씩 속도를 줄여보려고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면도로 중에는 정지선과 보행자 횡단보도 표시가 없는 곳도 많아 보행자 사고가 우려된다. 특히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도로의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아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
ⓒ 김관식
정지선 없는 도로도 많아 대책 마련 시급

정지선이 있는 이유는 중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일반적으로 신호가 없는 교차점이나 골목 등 이면도로 등에 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지점에 정지선을 표시하죠. 이 정지선이 없는 곳이 많다 보니 때로는 차량과 보행자가 뒤섞여 사고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데 있습니다.

정지선이 있을 경우 정지선을 넘어서도 안 되며, 정지선에 걸쳐도 안 됩니다. 그 전에 멈춰서서 2~3초 후 주위를 살핀 후 움직여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법적 구속력도 없을 뿐더러 과태료 부과 대상도 아닙니다.

정지선이 없으니 골목에서 달려오는 차량이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 감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만약 정지선이 그려져 있다면 언제, 어디서부터 제동을 걸어야 하는지 운전자는 예상하고 방어운전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지선도, 안쪽으로 진입하는 차량과 도로를 오가는 보행자에 방해되지 않도록 좀 더 뒤쪽에 그릴 필요도 있고요.

물론, 우리나라도 최근 안전을 위해 눈에 띄게 도입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반사경'입니다. 주로 운전자의 안전운행을 위해 잘 노출되는 곳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운전하다 보면 차량 진입이나 보행자가 오갈 때 사각지대가 있기 마련인데, 이를 고려해 설치한 것이죠. 이런 점은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를 고려할 때 칭 받아 마땅한 교통문화 중 하나입니다.

결국 정지선과 횡단보도가 이면도로에 필요한 이유는 보행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차량 운전자를 위한 것도 됩니다. 나도 차량에서 내리면 보행자라는 생각으로, 서로 배려하며 여유롭게 운전하고, 안전하게 보행하는 교통문화를 확립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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