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반달가슴곰 복원 20년, 남은 과제는 ‘함께 살기’

장정욱 2024. 10. 29.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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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시작한 종 복원, 올해 20주년
6마리에서 출발해 현재 90마리 육박
세계 최초 인공수정…이제는 자연 출산
늘어난 개체, 인간과 ‘공존’ 과제 남아
국립공원공단 야생생물보전원 남부보전센터 생태학습장에서 서로 장난을 치고 있는 반달가슴곰.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지리산 반달가슴곰은 한국 멸종위기 생물 복원 사업을 대표한다. 2004년 러시아에서 6마리를 들여오면서 시작한 복원 사업은 올해 20년을 맞았다.

이 과정에서 세계 최초로 반달곰 인공수정에 성공했다. 이제는 자연 상태에서 교미를 통해 새끼들이 태어나고 있다. 6마리의 반달곰이 90마리 가까이 늘어난 만큼 반달곰 복원 사업은 분명 ‘성공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 20주년을 맞아 28일 찾아간 국립공원공단 야생생물보전원 남부보전센터 생태학습장에는 3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있었다.

이들은 올무(덫)에 걸리거나 자주 민가로 내려와 먹이를 찾는 등 야생에서 적응하지 못한 개체들이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이렇게 야생에서 적응하지 못해 보호 중인 개체가 10마리에 달한다.

현재 지리산을 중심으로 야생에서 살아가는 반달가슴곰은 80마리 가까운 것으로 추정한다. 대부분 지리산 인근에서 서식한다. 일부는 전라북도 무주군, 충청북도 영동군, 대구광역시까지 활동 반경이 넓은 경우도 있다.

6마리에서 시작한 반달가슴곰이 80여 마리까지 늘어나면서 종 복원 사업은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앞으로도 위치 발신기 등을 바탕으로 동선을 추적해 지속적인 관찰과 보호를 이어갈 예정이다.

국립공원공단 야생생물보전원 남부보전센터 생태학습장에 있는 반달가슴곰.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서식지 침범 안 하면 위험하지 않아”

국립공원공단은 반달가슴곰 종 복원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다음 단계로의 전환을 고민 중이다. 바로 인간과의 공존이다.

국립공원공단은 앞으로 반달가슴곰 개체 수를 늘리기보다는 서식지를 중심으로 한 무리(개체군)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정책적 전환할 꾀한다는 계획이다.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인간과 마주칠 가능성도 커진 만큼 이제는 안전한 공생이 중요한 숙제가 된 것이다.

다 자란 반달가슴곰은 몸길이가 1.5~2m가량 된다. 몸무게는 100~130㎏에 달한다. 성격이 포악하지 않아도 덩치만으로도 사람에게는 충분히 위협적인 존재다.

전문가들은 반달가슴곰이 인간과 공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 마주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곰이 인간 영역을 침범하는 일이 없어야 하는 것처럼, 인간도 곰 서식지에 발을 들여서는 안 된다. 이는 곰과 인간 둘 다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경계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정해진 탐방로(등산로)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샛길 출입은 곧 반달가슴곰 서식지에 발을 들여놓는 것과 같다.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정해진 탐방 시간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버섯이나 도토리, 죽염 등 임산물 채취 행위를 조심해야 한다. 산나물이 많이 나는 봄철은 반달가슴곰이 동면에서 깨어나 활동하는 시기와 겹친다. 배가 고프면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것은 곰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반대로 곰이 민가로 내려와 피해를 주는 것도 예방책이 필요하다. 현재 국립공원공단에서는 과거 반달가슴곰 출몰 지역에 전기 울타리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다만 반달가슴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금물이다. 전문가 설명에 따르면 반달가슴곰은 인기척을 느끼면 먼저 피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을 무서워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정해진 등산로나 탐방로만 이용하면 반달가슴곰을 만날 확률이 거의 없다.

반달가슴곰 서식지 인근을 지날 때는 소리를 내면서 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몸에 작은 종을 달거나, 라디오 등으로 소리를 내는 방식이다. 국립공원공단은 3~4명 이상 무리를 지어 등산하는 방법도 추천한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반달가슴곰은 인간을 피하는 습성이 있어 사람이 그들의 서식지로 들어가지만 않는다면 마주칠 일은 거의 없다”며 “혹시라도 반달가슴곰을 마주하면 팔을 벌려 몸집을 커 보이게 하면서 소리를 내면 곰이 도망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어렵게 복원에 성공한 반달가슴곰을 다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곰이 올무에 걸려 다치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 만큼 산에 덫을 놓는 행위는 절대 삼가야 한다. 참고로 국립공원공단에서 1년 동안 수거한 올무가 1000개가 넘을 때도 있다.

강호남 야생생물보전원장은 “2004년에 (반달가슴곰 종 복원) 사업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앞으로는 언제까지 반달가슴곰이 ‘관리 대상’으로 남아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라며 “이제 반달가슴곰을 야생동물로 인증하고,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 자연이라는 사실을 국민이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전남 광양시 백운산 바위틈에서 올무에 걸려 숨진 반달가슴곰.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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