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男도 얼굴 물려 50바늘 꿰맸다…도심 덮친 '작은 맹수'
지난 8월 10일 부산 동래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산책을 나선 60대 남성 A씨가 들개 2마리에게 공격받는 사고가 있었다. 팔꿈치를 물어뜯기는 등 상처를 입은 A씨는 실내로 몸을 피해 위기를 넘겼다. 앞서 지난 1월에는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에서 20대 남성 B씨가 들개에게 얼굴을 물렸다. 들개는 몸길이 50㎝ 정도의 중형 믹스견으로, B씨는 얼굴을 50바늘 꿰매야 할 만큼 크게 다쳤다고 한다.
올해 서울ㆍ부산서만 500마리 출몰
29일 부산시와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A·B씨는 모두 자신이 키우는 반려견과 산책하다 들개에게 공격을 받았다. B씨는 반려견과 공원을 걷던 중 들개와 우연히 마주쳤다고 한다. 이후 반려견과 들개에게 간식을 나눠줬는데, 들개가 반려견 간식까지 먹으려는 걸 막다가 얼굴을 물렸다.
부산시 집계를 보면 올해 출몰 신고된 들개는 310마리이고, 이 가운데 210마리가 포획됐다. 붙잡힌 들개 개체 수는 2022년 331마리, 지난해 377마리로 증가세다. 서울시는 올 초 서울대 캠퍼스에서 들개가 행인을 위협하자 2월부터 집중 포획에 나섰다. 서울시 집계에선 올해 2~9월 사이 210마리 들개 출몰이 신고돼 178마리가 포획된 것으로 나타났다. 붙잡힌 개체 수는 2019년 121마리에서 지난해 202마리로 늘었다.
들개는 전국 곳곳에서 행인을 위협했다. 울산에서는 억새밭으로 유명한 간월재에 들개가 부쩍 늘어 지자체가 포획에 나섰다. 이달에만 30마리 넘는 들개가 붙잡혔다고 한다. 경남 진주시에선 지난 4월 들개떼가 염소 농장을 습격하는 일이 있었다. 농가와 도심지를 가리지 않고 들개가 나타나 진주시와 각 읍면동 주민센터 등에 하루 두세건씩 신고가 들어온다고 한다. 광주광역시에서는 어등산 등지에 들개 무리가 출몰해 지자체가 포획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들개 포획은 지자체가 전문 업체와 위탁 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지역에 따라 한 마리를 잡으면 14만~20만원 정도 지급한다. 들개도 동불보호법이 규정하는 ‘동물’에 해당하고, 이에 따라 포획 과정에서 직접 위해가 될만한 총포나 마취 등은 어렵다. 통상 들개가 다니는 길목이 파악되면 포획틀을 놓고 그 안에 먹이를 넣어 유인하는 식으로 포획한다. 붙잡힌 들개는 10일간 공고한 뒤 주인이 나서지 않으면 다른 곳에 입양되거나 ‘인도적 처리’(안락사) 된다.
“유기견과 다른 공격성, 중성화 등 대책 필요”
각 지자체 설명을 종합하면 도심에서 들개 문제가 부각된 건 약 10년 전이다. 주로 사람이 버린 반려견이 들개로 변한다. 도시 재개발 등 과정에서 버려진 반려견이 야산 등을 근거지로 대를 잇다가 야생화한다. 실제 산지를 낀 지자체가 들개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고 한다.
논산시 동물보호센터장으로 일했던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심인섭 대표는 “농가에선 집 마당에 묶어두고 키우는 이른바 ‘마당개’가 들개와 짝짓기하고, 태어난 강아지가 다시 들개가 되는 문제가 반복된다. 마당개를 중성화하는 게 필요하다. 반려견 등록률을 높이면 유기견이 들개화하는 문제도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심 대표는 이어 “몇 대에 걸쳐 야생화한 들개는 길고양이ㆍ유기견 등과는 전혀 다르다. 덩치가 작아도 공격적이다. 마주쳤을 때 가까이 다가가거나 만지려고 하면 공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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