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반달가슴곰 어느덧 80여 마리…“‘공존’ 받아들일 때”

박상은 2024. 10. 2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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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였던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 올해 20년을 맞았다.

2004년부터 시작된 종 복원 노력으로 현재 야생에서 서식하고 있는 반달가슴곰은 80여 마리까지 늘어났다.

정부는 1998년 반달가슴곰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고 2004년 러시아에서 반달가슴곰 6마리를 도입해 지리산에 방생하며 본격적인 복원사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89마리 정도가 지리산 등에 서식하고 있어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야생생물 복원 정책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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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가슴곰 복원사업 시행 20년
복원 대상 아닌 생태계 구성원으로
28일 국립공원공단 야생생물보전원 남부보전센터 생태학습장에서 보호 중인 반달가슴곰이 서로 장난을 치고 있다. 공동취재단

멸종 위기였던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 올해 20년을 맞았다. 2004년부터 시작된 종 복원 노력으로 현재 야생에서 서식하고 있는 반달가슴곰은 80여 마리까지 늘어났다. 이제는 반달가슴곰과의 ‘공존’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군 신화의 주인공인 반달가슴곰은 1950년대까지 산지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었던 토종 곰이었다. 그러나 웅담 채취를 위한 밀렵 등으로 개체 수가 크게 줄었다.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야생 곰은 1983년 밀렵꾼 총에 맞은 채로 폐사한 반달가슴곰이 마지막이었다. 정부는 1998년 반달가슴곰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고 2004년 러시아에서 반달가슴곰 6마리를 도입해 지리산에 방생하며 본격적인 복원사업을 시작했다.

동면에서 깨어난 반달가슴곰. 환경부 제공

반달가슴곰이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최소 존속 개체군은 50마리 정도다. 지리산에 방생한 반달가슴곰은 2009년 야생에서 처음 새끼를 낳았고, 2022년에는 증손주 격인 4세대 반달곰까지 태어나며 안정적으로 한반도에 정착했다. 현재는 89마리 정도가 지리산 등에 서식하고 있어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야생생물 복원 정책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반달가슴곰은 가슴에 반달 무늬의 흰털이 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무늬가 사람의 지문처럼 개체마다 크기와 모양이 각기 다르다. 4살 정도 되면 성체로 보고, 몸길이는 190㎝ 정도까지 자란다. 야생 곰에 대한 공격적인 이미지와 달리, 반달가슴곰은 사람을 보면 먼저 기피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반달가슴곰이 서식하는 지역에서 등산할 때에는 종을 달고 다니거나 라디오를 켜서 소리를 내어 사람의 존재를 알리는 게 중요하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정규 등산로를 이용했을 때 반달가슴곰을 만날 확률은 극히 낮다”며 “일본에선 반달가슴곰과 불곰을 구분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반달가슴곰을 발견하면 오히려 소리를 내 곰이 도망가도록 교육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28일 국립공원공단 야생생물보전원 남부보전센터 생태학습장에서 보호 중인 반달가슴곰 모습. 공동취재단


28일 국립공원공단 야생생물보전원 남부보전센터 생태학습장에서 보호 중인 반달가슴곰 모습. 공동취재단

지난 28일 방문한 전남 구례 국립공원 야생생물보전원 남부보전센터 생태학습장에선 정부가 보호하고 있는 반달가슴곰도 실제 확인할 수 있었다. 올무에 걸리거나 반복해서 농지 등으로 내려와 먹이를 찾는 등 야생에서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 반달가슴곰이다. 내부 공사로 인해 현재 일반인이 만날 수 있는 반달가슴곰은 3마리지만, 내년부터는 기존처럼 보호 중인 반달가슴곰 10여 마리를 모두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정부는 복원사업 20년을 맞아 이제 개체 수를 늘리기보다 개체군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반달가슴곰은 2017년에 지리산에서 벗어나서 처음으로 서식지 확산을 시작했다. 현재 개체 대부분이 지리산에 머물고 있지만 덕유산과 장안산 지역에도 3개 개체가 별도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개체 수가 늘어나면 예기치 못하게 사람과 마주칠 가능성도 높아진다. 탐방객 샛길 출입에 대한 단속 강화, 입산 시간 지정제도 도입 등 야생생물과의 자연스러운 거리두기 문화를 정착할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모든 곰을 위치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저지대에 주로 활동하는 개체를 대상으로 위치를 파악해 지역 주민들에게 알리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며 “국내에 도입되지 못한 곰 스프레이 도입을 위해 중장기적 노력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정해진 탐방로, 주간시간대 탐방로 이용 등 기본 수칙을 지키면 반달가슴곰과 사람의 공존이 가능하리라 본다”며 “곰이 복원해야 할 대상이 아닌 자연생태계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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