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각방까지 쓴다…칠곡서 벌어지는 K-할매 랩배틀 무슨일

김정석 2024. 10. 2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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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수니와칠공주 리더 박점순 할머니(왼쪽에서 두 번째)와 텃밭 왕언니 리더 성추자 할머니(왼쪽에서 세 번째)가 두 그룹의 랩을 가르치는 선생님들과 함께 랩 배틀 대회를 앞두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 칠곡군

주요 외신이 ‘K-할매’라며 주목한 경북 칠곡군 래퍼그룹 ‘수니와칠공주’가 신생 할매 래퍼그룹으로부터 도전장을 받았다. 도전장을 내민 주인공은 지난 3월 창단한 8인조 ‘텃밭 왕언니’로, 칠곡군 왜관읍 왜관3·4리에 사는 할매래퍼그룹이다. '텃밭왕언니' 평균 연령은 82세로, 수니와칠공주(평균 나이 85세)보다 약간 젊다.

도전장 내민 루키 ‘텃밭 왕언니’
이들은 칠곡군이 다음 달 2일 왜관읍 1.5번 도로에서 왜관도시재생사업 중 하나로 여는 ‘쩜오골목축제’ 에서 랩배틀을 펼친다. 랩배틀 대회 이름은 인기 랩경연 예능프로그램이었던 ‘쇼미 더 머니’를 따 ‘쇼미 더 할매’라고 지었다.

쩜오골목이라고 불리는 1.5번 도로는 왜관읍 원도심을 가로지르는 1번 도로와 2번 도로 사이에 있다. 1980~90년대 칠곡군의 명동이라 불리며 호황을 누린 곳이지만 지금은 다른 비수도권 지역처럼 지방소멸 위기를 겪고 있다.

'텃밭 왕언니’는 칠곡군 지천면 신4리에 사는 할머니들로 구성된 ‘수니와칠공주로’에게 질 수 없다는 각오다. 비록 수니와칠공주에게 자극받아 활동을 시작했지만, 왜관읍민(邑民)이 면민(面民)보다는 나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리더 성추자(82) 할머니는 “왜관읍을 주름잡던 왕언니들 자존심을 지키는 것은 물론 이번 대회가 왜관에서 열리는 만큼 물러설 수 없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지난 28일 수니와칠공주 리더 박점순 할머니(오른쪽)와 텃밭 왕언니 리더 성추자 할머니가 랩 배틀 대회를 앞두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 칠곡군

최근 한 멤버를 하늘로 떠난 보낸 아픔을 극복하고 활동을 재개한 ‘수니와칠공주’는 풍부한 무대 경험을 내세우며 ‘텃밭 왕언니’ 도전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콧방귀로 응수한 ‘수니와칠공주’


리더 박점순(84) 할머니는 “벼는 익을수록 머리를 숙인다. 조용히 결과로 증명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할머니들 대결만큼 각각 래퍼그룹에 랩을 지도하고 있는 부부 맞대결도 관심을 끈다. ‘수니와칠공주’ 랩 선생 정우정(53)씨와 ‘텃밭 왕언니’ 할머니에게 랩을 가르치는 김홍태(54)씨는 부부 사이다. 정씨는 “보안 유지와 대회 집중을 위해 지난달부터 남편과 각방을 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날 왜관읍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막걸리 시음회와 할매래퍼그룹 맞대결은 물론 슬리피·조광일·쿤타 등 국내 정상급 래퍼 축하공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16일 오후 대구 달서구의 한 장례식장에 차려진 '수니와칠공주' 서무석 할머니의 빈소에서 다른 멤버들이 마지막 완전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랩배틀은 일대일 대결에 이어 그룹 간 맞대결 순으로 진행된다. 일대일 대결은 심사위원이 선정한 단어를 제시하면 리더가 즉석에서 랩을 선보이는 방식이다. 심사는 김재욱 칠곡군수를 비롯해 정상급 래퍼가 맡고 우승팀에게는 ‘쇼미 더 할매’가 새겨진 모자를 준다.

김 군수는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모든 세대가 랩으로 하나 되는 멋진 무대를 준비했다”며 “왜관 쩜오골목에서 랩배틀 열정을 만끽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칠곡=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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