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과 싸워왔다는 정부, 다시 한번 따져본다
[김용만 기자]
▲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
ⓒ 연합뉴스 |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이후 만 1년이 되는 하루 전날인 지난 8월 23일 대통령실은 이렇게 발표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괴담과 싸워 왔다. 지난 1년 동안 국내 해협과 공해 등에서 시료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안전 기준을 벗어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야당의 황당한 괴담 선동이 아니었다면 쓰지 않았어도 될 예산 1조 6000억 원이 투입됐다. 그러니 괴담을 유포한 야당은 사과하라... 괴담으로 인해 국민의 공포감 증가와 국론 분열이 생겼고 그 피해는 어민과 수산업 종사자와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정부가 말한 괴담의 실체
▲ 국무조정실이 제작한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 카드뉴스 자료 |
ⓒ 국무조정실 |
삼중수소는 빗물이나 바닷물, 수돗물 등 자연계에 널리 존재하는 것으로 그리 위험하지 않은데 괴담은 그 위험성을 과장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자연계 삼중수소 중 극히 일부만 지구가 탄생하면서 존재한 것이다. 현재 자연환경에 있는 삼중수소 대부분은 핵무기 보유국이 행한 대기권 핵실험의 잔존물이거나 핵발전소와 재처리공장에서 배출된 환경오염 물질이다. 자연계에 존재하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는 건 정서적 접근이지 사실이 아니다. 그 자연계 자체가 인간에 의해 오염되어 있는 상태다.
환경 중에 방출해도 무한히 희석되어 가기에 농축이나 생물 농축이 되지 않는데, 괴담은 이를 무시한다고 한다.
희석되는 건 틀린 말이 아니다. 바다에 버렸으니 바닷물과 섞여서 희석되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방사성 물질이 절로 사라지는 건 아니다. 총량이 줄어드는 게 아니다. 희석된다는 건 방사성 물질이 인간을 만날 확률이 줄어든다는 의미일 뿐이다. 즉 내가 만날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이지, 나 말고 누군가는 만나게 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괜찮으니 상관없다는 이야기인가?
방출되는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은 삼중수소밖에 없는데 괴담은 이를 왜곡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지금 방출되는 오염수는 '삼중수소와 그 외 방사성 물질이 섞인 물'이다. 삼중수소만이 아니라 세슘이나 스트론튬이란 방사성 물질이 남아 있다. 일본 정부도 이를 인정하지만 삼중수소 이외 다른 방사성 물질은 일본 정부가 설정한 기준치 이하라 문제없다고 한다. 이게 언론을 통해 퍼지면서 "삼중수소 이외 다른 방사성 물질은 없다"로 둔갑했다. 우리는 일본 정부가 설정한 그 기준에 대해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
원전에서 나오는 해양 배수는 전 세계적으로 하고 있는데 괴담은 이를 물고 늘어진다고 한다.
사고를 일으키지 않은 원자로를 '건전로' 또는 '정상로'라 한다. 후쿠시마 제1원전처럼 사고가 난 원자로는 '사고로'라 한다. 세계 원전 중 '사고로'에서 해양 방출을 하는 원전은 후쿠시마 제1원전밖에 없다. 건전로에서도 핵연료에 접촉한 물은 절대 바다에 버리지 않는다. 핵연료에 접촉되지 않은 온배수만 바다나 하천에 흘려보낸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경우 원자로 3개가 붕괴돼 연료봉이 녹아내려 밑바닥에 붙어 있다. 인간이 가까이 가면 죽을 정도의 고선량 방사선을 낸다. 여기에 물을 부어 식혀 내고 다핵종제거설비(ALPS)라는 장치를 통과시킨 물을 지금 바다에 방출하고 있다.
안전 기준 이내로 관리하고 있어서 인체에 무해한데 괴담은 딴소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 경북 포항시 북구 영일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 포항환경운동연합, 포항YWCA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024.6.7 |
ⓒ 연합뉴스 |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일반적이면서 더 나은 선택지를 두고 왜 굳이 해양 방출을 결정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해양 방출을 한다 해서 저장탱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방출되는 건 탱크 저장량의 33% 정도다. 나머지는 기준치 이상이라 탱크에 남아 있다.
여러 추측이 난무하지만 접어두자. 일본 정부는 자국과 주변국을 위해서 더 나아가 지구를 위해 용단을 내려야 한다. 국제 사회가 편의상 일부를 영해로 하고 나머지를 공해로 두는 건 바다가 인류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자국의 이해 관계 때문에 인류의 공유 자산을 더 이상 훼손해서는 안 된다.
덧붙이는 글 | 김용만 기자는 기후 숲 생태 전문 미디어 '플래닛03'(https://www.planet03.com/) 편집인입니다. 이 기사는 '플래닛03'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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