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원, 한양도성 배출가스 5등급 차량 단속 '제동'
[김시연 기자]
▲ 서울 마포구 강변북로 구리 방향 도로에 배출가스 5등급 운행 제한 단속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2023.11.12 |
ⓒ 연합뉴스 |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1일 서울시가 배출가스 5등급 차량으로 녹색교통지역 구간인 남산 1호터널과 삼일대로를 통과했다는 이유로 A씨에게 부과한 과태료를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법원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온실가스 규제 대상이란 증거 없어"
서울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규제하는 '지속가능교통물류발전법'(아래 지속가능교통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는데, 법원은 배출가스 규제 법령과 입법 목적이나 규제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이 법을 적용해 단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9년 12월부터 국토교통부의 지속가능교통법 제30조 제1항("국토교통부장관·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 또는 시장은 자동차 통행량, 온실가스 배출량, 교통혼잡 정도를 고려하여 제41조 제1항에 따라 지정된 특별대책지역에 대하여 자동차 운행을 제한할 수 있다")에 따라 한양도성 안을 '녹색교통지역'으로 지정하고, 운행 제한 위반 차량에 과태료 10만 원을 부과해 왔다.
다만, 이 법에는 운행 제한 차량을 분류하는 기준이 없어 서울시는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아래 대기관리권역법)'에 따라 환경부가 차량의 유종, 연식, 오염물질 배출 수준으로 분류해 지난 2020년 4월부터 시행한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 기준을 준용했다. 이에 따라 최하 등급인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을 제한했는데, 주로 노후 경유차가 대상이다.
하지만 법원은 지속가능교통법이 정의한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등 6종)'와 대기관리권역법이 규제하는 '배출가스(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등 6종)'가 서로 다른 물질로 구성돼 있고, 지속가능교통법은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고려해 지정된 특별대책지역 내 자동차 운행 제한이 목적이어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법령과 입법 목적, 규제 대상이 다르다고 봤다.
▲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0월 21일 서울시가 배출가스 5등급 차량으로 녹색교통지역 구간인 남산 1호터널과 삼일대로를 통과했다는 이유로 A씨에게 부과한 과태료 취소를 결정했다. |
ⓒ 서울중앙지법 |
이번 과태료 취소 결정은 해당 위반자에 국한되지만, 법원 판단은 과태료 부과의 정당성 자체를 흔들고 있다.
서울시는 28일 <오마이뉴스>에 "아직 법원 결정문을 받지 않았다"면서 "결정문 내용을 확인한 뒤 항고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교통정책과 담당 팀장은 이날 "지속가능교통법 제30조는 온실가스 배출량뿐 아니라 자동차 통행량, 교통 혼잡 정도 등 3가지를 고려해서 운행 제한을 할 수 있게 했다"면서 "현행법상 대기오염물질 관련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 분류 밖에 없어 상위 법인 환경부의 대기관리권역법에 따라 (5등급 차량 운행 제한을) 시행했고, 지속가능교통법 취지를 살리는 데 문제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 서울시는 지난 2019년 12월부터 '녹색교통지역'으로 지정한 한양도성(서울 4대문 안)에서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을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상시 제한하고 있다. |
ⓒ 서울시 |
김광일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은 이날 "녹색교통지역은 온실가스뿐만 아니라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관리 차원에서 구역을 지정한 것이어서 특정한 물질만 규제하는 건 아니다"라면서 "국토교통부가 먼저 지속가능교통법을 만들고 이후에 환경부가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 기준을 만들어 시행하면서 대기환경보전법 등 소관 법률 사이에 통일성이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녹색교통지역 단속 시행 1년 만인 지난 2020년 12월 한양도성 내 5등급 차량 통행량이 월 1만 222대에서 월 7823대로 23.5% 줄었고, 운행 제한 단속 차량은 일평균 238대에서 32대로 8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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