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숨은 보물, 수류금산 순례길을 걷다
[은평시민신문 김주영]
"순례란 자신을 잃어버리고, 다시 찾는 여정이다."
<연금술사>의 저자 파울로 코엘료는 이와 같이 순례길을 인생의 깊은 성찰로 설명했다. 순례는 단순한 여행이 아닌, 자신을 발견하는 여정이며, 그 과정 속에서 얻는 깨달음과 감동이 순례의 진정한 가치를 이룬다. 코엘료가 경험한 산티아고 순례길이 그랬듯, 전라북도 김제시 금산면에 위치한 수류금산 순례길 또한 다양한 신앙과 역사를 함께 느끼며 걷는 여정이다.
▲ 전북 김제 금산 미륵전 (사진 : 김주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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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금산교회 (사진 : 김주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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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평집강소 (사진 : 김주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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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7년 건립 김제 수류성당 (사진 : 김주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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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방문한 증산법 종교본부는 근대 민족종교의 한 축을 담당하는 증산교의 본산이다. 증산교 창시자인 강일순의 묘소가 자리한 이곳은 증산교 신자들에게 매우 신성한 공간으로 여겨진다. 1952년에 지어진 영대는 '성령이 오가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근대 종교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유적지다. 증산법 종교본부는 단순한 종교적 의미를 넘어, 근대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종교적 흐름과 함께 자아 성찰과 사회적 안정을 추구하던 시대적 배경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마지막 여정: 천주교의 성지, 수류성당에서 마무리된 여정
수류금산 순례길의 마지막 여정은 전라북도에서 가장 유서 깊은 천주교 성지 중 하나인 수류성당이었다. 1907년에 건립된 이 성당은 동양에서 가장 많은 신부와 수도자를 배출한 성지로, 천주교 신앙의 깊은 뿌리를 간직하고 있다. 웅장하면서도 경건한 목조 건축은 세월의 흐름을 담은 듯 신앙의 빛을 발하고 있으며, 그 고풍스러운 양식은 마치 하늘의 영광이 머무는 성소와도 같은 느낌을 준다. 천천히 울려 퍼지는 종소리는 세속적인 것을 넘어 영혼을 어루만지는 진동으로 귀를 감싼다. 성당 안에 들어서면 고요함 속에서 자연스레 마음이 차분해지며, 신앙의 진정한 본질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곳은 단순한 예배의 장소를 넘어, 신자들과 방문객 모두에게 성령의 인도하심을 느끼게 하는 영적인 안식처이다. 만약 성지순례를 통해 깊은 신앙적 깨달음을 얻은 파울로 코엘료가 이곳을 방문한다면, 이 성당이 주는 고요함과 신비로움 속에서 인류의 화합과 공존에 대한 깊은 성찰을 남기지 않았을까.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전북, 신앙과 역사의 만남
이번 수류금산 순례길은 단순한 종교적 탐방을 넘어 서로 다른 신앙이 한 지역에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의 역사 속에서 종교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 동학, 증산교 등 각기 다른 종교가 김제 금산면이라는 작은 지역에서 오랜 세월 동안 함께 공존해왔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고도 의미 깊다. 종교적 차이를 넘어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이번 순례길은, 신앙과 역사를 돌아보고 깊은 성찰의 시간을 제공해주는 특별한 여정이다. 전북 김제의 수류금산 순례길은 그저 하나의 관광 코스가 아닌, 각기 다른 신앙의 흐름과 역사를 따라 걷는 특별한 여정으로서, 이곳에서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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