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섬”이라 조롱받은 푸에르토리코계, 펜실베이니아에서 결집하나

임성수 2024. 10. 29.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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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트럼프 유세에서 나온 발언 쟁점화
최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에 푸에르토리코 유권자 밀집
미국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가 27일(현지시간)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전 대통령의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힌치클리프는 "푸에르토리코는 쓰레기섬"이라고 농담한 것이 보도되면서 라틴계 유권자들이 반발하고 있다.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뉴욕 유세에서 찬조 연설에 나선 코미디언이 “푸에르토리코는 쓰레기 섬”이라고 조롱한 것을 두고 민주당이 대대적으로 역공에 나섰다. 라틴계 유권자들이 분노하는 가운데 하필 이번 대선 최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에 푸에르토리코계 유권자들이 밀집해 있어 공화당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는 28일(현지시간) 미시간주 유세 도중 취재진을 만나 트럼프의 유세를 언급하며 “트럼프는 미국인들이 서로 손가락질하도록 하고 증오와 분열의 불씨를 부채질하는 데 온 시간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푸에르토리코 발언을 겨냥해 “나는 상원의원 시절에도 허리케인 피해 등 푸에르토리코 주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왔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사전투표를 마친 뒤 트럼프의 뉴욕 유세에 대해 “부끄러운 일”이라며 “어떤 대통령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8일(현지시간) 경합주인 미시간주에서 노동조합 소속 노동자들을 만나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리스를 지지하는 라틴계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은 펜실베이니아의 푸에르토리코 출신 유권자 수십만 명에게 문제의 연설 영상을 보도록 설득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들은 조지아와 미시간 등 다른 격전지의 푸에르토리코계 유권자에게도 문자를 보낼 계획이다. 해리스 캠프도 해당 발언과 관련된 TV 광고도 송출할 예정이다.

문제의 발언은 전날 열린 트럼프의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 집회에서 나왔다.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는 불법 이민자들이 몰려든 미국을 쓰레기통이라고 부른 최근 트럼프의 발언을 언급하며 “푸에르토리코는 떠다니는 쓰레기 섬”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미국 언론에서 비판이 쏟아졌고, 라틴계 출신 팝스타 제니퍼 로페스와 리키 마틴, 배드 버니가 곧바로 자신들의 소셜미디어에 해리스와 관련한 동영상을 게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힌치클리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사람들이 유머 감각이 없다. 나는 푸에르토리코를 사랑한다”며 사실상 사과를 거부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는 전체 유권자의 6%가 라틴계 유권자이며, 이 중 절반이 푸에르토리코계다. 펜실베이니아는 선거인단 19명이 걸린 최대 경합주로 해리스와 트럼프가 1%포인트 내에서 초박빙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푸에르토리코계 유권자들이 트럼프에게 등을 돌리면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라틴계는 그동안 친(親) 민주당 성향이 강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경제 문제 탓에 공화당으로 이탈한 유권자들이 적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트럼프 역시 라틴계 유권자들과 타운홀 미팅을 여는 등 라틴계에 공을 들이는 상황에서 ‘쓰레기 섬’ 막말이 대형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WP는 “푸에르토리코를 쓰레기 섬이라고 부르고 라틴계를 광범위하게 깎아내린 스탠드업 코미디언을 포함해 여러 연사가 성차별, 인종차별 및 기타 모욕적인 발언을 한 트럼프의 매디슨스퀘어가든 집회의 여파를 집중 조명하기 위해 민주당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고 전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조지아주에서 열린 기독교인들과의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화당은 즉각 선을 그으며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 캠프의 수석 고문 다니엘 알바레즈는 성명을 통해 푸에르토리코 농담은 “트럼프나 캠프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동안 트럼프의 각종 설화에도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던 캠프가 이번에는 즉각 거리 두기에 나선 것은 그만큼 라틴계 유권자들의 반발을 고려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세 현장에 있었던 부통령 후보 J D 밴스 상원의원도 “어리석고 인종차별적인 농담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며 “해당 농담을 직접 보진 못 했다”고 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푸에르토리코는 쓰레기가 아니라 우리나라에 엄청난 공헌을 한 동료 미국 시민의 고향”이라고 썼다.

트럼프는 이날 조지아주 파우더 스프링스에서 기독교 지도자들이 주최한한 국가신앙자문서밋에 참석해 “미국에서 종교는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며 “우리는 종교를 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기독교인들은 투표를 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는 모든 기독교인이 나가서 투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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