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서 그랬어요"…늘어나는 어린이 성범죄, '학교 안 성교육'은 제자리

이서희 2024. 10. 29.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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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과천에 사는 주부 현아름씨(38)는 한 달 전부터 초등학교 3학년생 자녀를 성교육 전문 교육 기관에 보내고 있다.

현씨는 "학교에서도 다른 교과 시간을 빌려 성교육을 하고 있지만, 체계적으로 설명하기엔 시간도 부족하고 내용도 부실해 전문 기관에 보내기로 했다"며 "아이와 나이가 비슷한 또래 학생 2명과 소그룹 스터디를 구성해 수업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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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청소년 성범죄자 증가
체계적인 교육 위해 사설 기관으로

경기도 과천에 사는 주부 현아름씨(38)는 한 달 전부터 초등학교 3학년생 자녀를 성교육 전문 교육 기관에 보내고 있다. 최근 인근 동네에서 같은 반 학생끼리 성추행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문이 돌고 초등학교 성 관련 사건·사고가 잇따르자 자녀에게도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의무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현씨는 주변 조언을 듣고 전문 교육 기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현씨는 "학교에서도 다른 교과 시간을 빌려 성교육을 하고 있지만, 체계적으로 설명하기엔 시간도 부족하고 내용도 부실해 전문 기관에 보내기로 했다"며 "아이와 나이가 비슷한 또래 학생 2명과 소그룹 스터디를 구성해 수업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갈산초등학교에서 입학식을 마친 신입 어린이들이 손을 잡고 교정을 달리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강간·추행 등 청소년 가해 성범죄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자녀의 성교육을 위해 학교 밖 전문 기관으로 시선을 돌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달라진 청소년들의 성 문화에 걸맞은 체계적인 학교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0년~2022년) 강력 범죄 중 성폭력으로 검거된 소년 범죄자(만 14세 이상 19세 미만) 수는 2020년 2702명에서 2021년 3341명, 2022년 4614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년 범죄자 수가 6만4480명에서 6만1026명으로 소폭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학교 안 성교육이 청소년의 올바른 성 인식 확립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1년 초·중·고교 교육 과정에 성교육 시간 10시간이 의무 배정되고 2013년에는 15시간으로 확대됐으나, 변화한 청소년 성 문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표준안도 없는 상황이다. 2015년 교육부는 '여성들은 외모를 가꾸고 남성들은 경제적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등의 문구를 담은 '학교 성교육 표준안'이 논란이 되자 2018년 이를 개편한다는 뜻을 밝혔으나 여전히 답보 상태다. 게다가 청소년 성교육은 독립된 수업 시간이 없는 범교과 영역으로 체육이나 가정 등 다른 수업 시간에 끼어 시행돼 상황에 따라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크다.

서울 갈산초등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같은 반 어린이들이 인사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사춘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체계적인 교육을 위해 전문 기관으로 시선을 돌리는 이유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의 성교육을 위해 직접 학부모 대상 성교육에 참여하기도 한다. 청소년 성교육 전문 휴먼에듀 최진환 대표는 "예전엔 초등학생 고학년이 가장 많았는데 요즘엔 저학년 학생도 많이 찾아온다"며 "초등학생들끼리도 성 지식수준이 천차만별인데, 학교에서는 시간적인 제약으로 이를 구분하지 않고 수업하는데 이런 방식으론 효과적인 수업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체계적인 성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적절한 성교육은 어린이들이 성적 행동의 건강성과 비정상성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데, 이를 통해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며 "우리 사회가 서구화되고 개방화되면서 요즘 아이들은 성에 대한 호기심이나 실천, 경험적인 측면에서 이전 세대와 확연히 다름에도 여전히 과거의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전 세대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말고 과감하게 금기시하는 영역들을 변화한 시대상에 맞게 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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