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거법 기소' 국회의원 14명 중 11명, 전관변호사 쓴다
4·10 총선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야 의원 14명 중 11명이 판·검사 출신 전관(前官) 변호사를 기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6·3·3 규정’(선거범 재판의 경우, 1심은 공소제기 후 6개월, 2·3심은 각 3개월 이내)으로 선거법 위반 사건이 조속히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자 당 출신 변호사를 선임했던 과거와 달리 전관 변호사를 택한 것이다.
취재를 종합하면 22대 총선 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기소된 여야 의원 14명 가운데 11명이 고위 법관·검찰 출신의 ‘전관 변호사’를 선임했다. 불법 경선 운동 및 채용 청탁성 금품 수수 혐의로 기소된 정준호(광주 북갑) 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기존 변호인단에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4인을 추가로 투입했다. 이중엔 고법판사 출신인 한기수 변호사, 법원행정처 인사 심의관을 지낸 노재호 변호사 등이 포함됐다. 법조계 인사는 “기소 이후 전관을 보강한 것은 혐의가 간단치 않다는 뜻”이라고 했다.
신영대(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민주당 의원은 최근 ‘이재명 부산 피습’ 사건의 특별수사팀장(당시 부산지검 1차장)을 맡았던 박상진 변호사를 선임했다. 신 의원은 25일 선거법 위반 첫 공판에서 확성기를 이용한 불법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벌금 80만원을 구형 받아 당선무효형(벌금 100만원 이상)을 피했다. 다만 ▶새만금 태양광 사업 관련 뇌물 수수 ▶휴대전화 100여 대를 여론 조작에 동원한 의혹 등으로 캠프 관계자들이 구속된 상태다.
여당에선 조지연 의원이 검사 출신 임재동 변호사 등 6인의 ‘김앤장 변호인단’을 꾸렸다. 조 의원은 선거운동 기간 3차례에 걸쳐 사무실을 찾아 공무원들에게 인사한 혐의를 받고 있고, 25일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원한 중견 변호사는 “호별(戶別) 방문 형태의 선거운동으로 대법원 판례상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당선무효형에 이를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빠르게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거법의 경우 벌금 100만원 이상이면 즉시 의원직을 상실하고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한다.
반면에 혐의가 가벼울수록 변호인단 규모는 단출해졌다. 최근 구자근(경북 구미갑) 국민의힘 의원의 변호를 맡은 판사 출신 황정근 변호사는 외려 사임계를 제출했다. 구 의원은 1월 지역 마라톤 동호회 행사에서 고사장에 올려진 돼지머리에 5만원을 꽂고 절을 했다가 ‘불법 기부행위’ 혐의로 기소됐는데, 법조계에서는 혐의가 당선 무효형에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판사 출신 장동혁(충남 보령-서천) 국민의힘 의원은 ‘셀프 변호’에 나선다. 장 의원은 후보 등록 과정에서 재산 3000만원 상당을 축소 신고한 혐의로 11일 재판에 넘겨졌다. 장 의원은 “직원의 착오로 숫자가 잘못 기재됐다”는 입장이다. 앞서 보령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발하지 않고 경고 처분했던 사안이라, 장 의원 측은 무죄를 자신하고 있다. 장 의원은 통화에서 “내가 직접 법정에서 무죄를 다툴 것이고, 따로 변호인을 쓸 생각도 없다”고 했다.
‘6·3·3 규정’이 지켜진다면 여야 의원 14인은 기소된 시점에서 1년 남짓에 유·무죄와 형량이 확정된다. 앞서 21대 국회만 해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의원 상당수가 임기를 채웠다. 21대 국회에서 정정순(1년 3개월), 이규민(1년 4개월), 이상직(2년), 김선교(3년), 이은주(3년 7개월) 등이 임기 1년 이상을 채웠고, 황운하(4년+α) 조국혁신당 의원은 임기 4년을 넘어 재선에 성공했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선거법 재판 속도가 빨라지게 되자 관련 현역 의원들이 사활을 걸고 재판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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