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중증 땐 2년 내 절반 사망… 새 판막 교체가 유일 치료법”

민태원 2024. 10. 29.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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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Q&A 궁금하다! 이 질병] 대동맥판막협착증
문동규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문동규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교수가 심장 모형을 활용해 대동맥판막협착증과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판막 노화 주원인… 80세 이상 많아
흉통·호흡곤란·실신 느끼면 중증
약물은 한계… 환자 ⅓이 수술 필요
고위험군엔 가슴 열지 않는 ‘타비시술’
시술 후 항혈소판제 복용… 뇌출혈 조심

인구 고령화로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심장에 있는 4개의 방 중 마지막인 좌심실에서 피가 전신으로 뿜어져 나가는 곳에 ‘대동맥 판막’이 있다. 판막은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며 심장이 내뿜는 혈액이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통제하는 밸브 역할을 한다. 이 판막이 노화 등으로 낡아서 제 기능을 못하는 질환이 대동맥판막협착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해당 질환 진료 환자는 4만5459명으로 2010년(1만4058명)에 비해 3.2배 증가했다.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순환기내과 문동규 교수는 28일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중증으로 진행되면 2년 내 사망률이 50%에 달한다. 기능이 떨어진 판막을 새 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이라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가슴을 열지 않고 허벅지 혈관을 통해 새 판막을 삽입하는 ‘타비(TAVI) 시술’이 수술적 치료와 함께 대동맥판막협착증의 표준 치료로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문 교수에게 해당 질환과 치료법에 대해 들어봤다.

-원인은 뭔가.

“대동맥 판막은 심장의 출구인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있다. 이 판막이 여러 원인에 의해 딱딱해지고 좁아지면서 피가 잘 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가장 흔한 원인은 ‘판막 노화’로, 판막이 녹슬었다고 보면 된다. 80세 이상에서 많이 생긴다. 소아·청소년기에 앓았던 류머티즘성 열(감기 후)의 합병증이나 대동맥 판막의 선천적인 구조 문제로 생기는 경우도 있다. 20·30대에 판막 이상을 보이면 선천성일 가능성이 크다. 류머티즘성 열로 인한 질환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의심 증상은.

“3대 증상은 흉통, 호흡 곤란, 실신이다. 협착증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 대부분이 건강검진이나 다른 증상으로 병원에서 청진을 받다가 심장 잡음이 들려 진단된다. 가슴 통증 등 3가지 증상을 느낄 정도면 이미 증증으로 진행됐다고 봐야 한다. 협심증, 심부전과 증상이 비슷해 구분이 필요하다. 평소 부모님이 계단을 오르거나 빨리 걸을 때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거나 숨이 차서 똑바로 누워 자기 힘들다거나 의식을 잃고 쓰러진 적 있다면 대동맥 판막 이상을 의심하고 심장초음파 등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약물은 증상 완화에 도움 되지만 근본 치료는 될 수 없다. 기능이 떨어진 판막을 제거하고 새 판막으로 교체하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가슴을 열어 문제된 판막을 인공 판막으로 바꾸는 수술적 방법과 허벅지 동맥으로 삽입한 가느다란 관을 통해 새 판막을 가슴까지 밀어올려 교체하는 타비 시술이 있다. 젊고 근력이 좋으며 기저 질환이 없는 환자라면 개흉을 통해 판막 치환술을 받으면 된다. 문제는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다수가 고령으로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심장 기능에 이상이 있어 수술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문 교수는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3분의 1 정도는 수술이 필요한데도 위험 때문에 수술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환자의 연령, 건강 상태 등을 토대로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타비 시술 대상과 방법은.

“현재 수술적 판막 치환술과 타비 시술은 8대 2 정도로 이뤄지고 있다. 다만 80세 이상이거나 질환 동반자 등 수술 고위험군(심장 수술 위험도 STS 점수 8점 초과) 혹은 불가능군에 해당될 경우 이 비율은 1대 9로, 타비 시술이 압도적으로 많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것도 한 이유다. 보험 적용 시 고위험 환자의 본인 부담금은 전체 비용의 5%(200만~300만원)다. 수술 중위험군(STS 점수 4~8점)은 50%, 저위험군(STS 점수 4점 미만)은 80%를 내야 한다. 하지만 수술 대비 타비 시술의 급여 기준이 까다로운 편이다. 유럽심장학회 임상 지침은 우리보다 낮은 75세 이상에게 타비 시술을 수술보다 우선 권고하고 미국은 65세 이상에게 타비와 수술 치료를 같은 수준으로 권고한다.”

문 교수는 “타비 시술 성공률은 99% 이상”이라며 “최근엔 고위험군뿐 아니라 중·저위험군에서도 시술의 효과가 수술 치료와 비슷하거나 더 우수하다는 연구가 보고되고 있는 만큼, 건보 혜택 기준이나 환자 부담률 완화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학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했다.

-시술 후 주의할 점은.

“인공 판막 교체 후 혈전(피떡)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 플라빅스 같은 항혈소판제를 복용해야 한다. 반대로 이는 출혈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피부에 멍이 드는 가벼운 출혈도 있지만 위장관이나 뇌출혈 같은 심각한 경우도 매우 드물지만 있을 수 있다. 검은변·혈변 등이 있으면 위장관 출혈을, 심한 두통, 의식 저하, 말이 어눌해지는 등의 증상이 있다면 뇌출혈을 의심해 빨리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문 교수는 “타비 시술에는 금속 대신 주로 조직 판막이 쓰이는데, 내구성이 10~15년이다. 추후 교체된 판막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최근 역시 가슴을 열지 않고 타비 방식의 ‘판막 내 판막 치환술(Valve in Valve·판막 위에 판막을 펼침)’이라는 재시술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데이터가 많이 쌓이고 있고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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