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루터와 노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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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0일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는 기쁜 소식을 접했다.
이 모든 깨달음이 루터 한 사람에 그치지 않고 독일과 유럽 전역으로 확산된 것은 그가 읽은 성경을 다른 이도 함께 읽었기 때문이다.
독일 기독교인에게 절실히 요구된 성경 번역의 기회가 루터에게 주어진 건 그의 위장 납치사건을 통해서다.
1521년 그의 지지자들이 루터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바르트부르크성으로 위장 납치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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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0일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는 기쁜 소식을 접했다. 그는 2016년 ‘맨부커 국제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면서 국제적 명성을 쌓은 바 있다. 이때 작가와 번역가의 공로를 동등하게 인정하는 방식으로 심사 기준이 개편돼 그의 작품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도 단상에 올랐다. 당시 한국어를 배운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스미스가 글 속에 생략된 주어를 틀리게 옮기는 등 일부 실수가 있던 것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의 번역이 없었다면 올해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은 전해지지 못했을 수 있다.
21세기 한국 문학의 노벨상 등단에 기여한 일등공신이 스미스라면 16세기 종교개혁엔 마르틴 루터가 있다. 매년 10월 31일에 교회가 기념하는 루터의 종교 개혁은 성경 번역을 가능케 한 운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로마 가톨릭교회의 잘못된 가르침을 낱낱이 밝혀 개혁의 시발점이 된 루터의 95개 논제에는 그가 깨달은 성경의 권위와 성경이 말하는 믿음, 성경이 보여준 예수 그리스도가 담겨 있다. 이 모든 깨달음이 루터 한 사람에 그치지 않고 독일과 유럽 전역으로 확산된 것은 그가 읽은 성경을 다른 이도 함께 읽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성경은 신자에겐 ‘닫힌 책’이었다. 가톨릭 사제는 일반인이 이해할 수 없는 라틴어로 성경을 읽고 해석했다. 이뿐 아니라 ‘회개하라’(마 4:17)는 라틴어 단어를 ‘고해성사하라’는 의미로 주지시키는 등 성경과 어긋나는 가르침을 제도적 관행으로 이어갔다. 이는 라틴어가 아닌 자기 언어로 성경을 직접 읽기 전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독일 기독교인에게 절실히 요구된 성경 번역의 기회가 루터에게 주어진 건 그의 위장 납치사건을 통해서다. 1521년 그의 지지자들이 루터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바르트부르크성으로 위장 납치한 사건이다. 여기서 그는 뜻하지 않게 10개월간 은둔하며 신약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한다.
루터의 신약성경 번역은 여러 면에서 특별했다. 첫째 헬라어에서 독일어로 번역한 최초의 신약성경이었다. 둘째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고지 독일어(High German·독일 중부와 남부에서 말해지는 독일어)’로 번역했다. 셋째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을 통해 빠르게, 또 저렴한 가격에 보급했다. 특히 루터는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독일어여야 한다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다. 이를 위해 서신 교류는 물론 마을과 장터를 다니며 늘 이런 질문을 했다. “쉬운 말을 가르쳐 주십시오… 이 성경은 쉬운 말로 유명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루터의 이러한 노력은 당시 독일인의 눈과 마음을 움직였다. 이렇게 번역한 독일어 신약성경은 불이 나듯 팔려 루터의 생애 동안 10만권 이상이 인쇄됐다. 그의 번역으로 역사상 처음 성경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지난 500년 동안 그 자리를 굳게 지켰다. 번역가로서 스미스는 원작가와 공동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번역자로 성경을 지금껏 알린 루터에겐 노벨상이 주어져도 모자라지 않을까.
그럼에도 루터는 “그저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설교하며 썼을 뿐”이라고 겸손히 자신을 표현했다. 종교 개혁자로서 자신은 아무것도 한 것이 없으며 “말씀이 다 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성경 출판으로 수입을 얻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작가가 사용료를 받지 않았는데 번역가인 그가 어찌 달라고 할 수 있겠는가. 번역의 힘이 참으로 큰 것을 새삼 느낀다. 이 말씀을 세상 모든 이들이 읽도록 우리의 언어와 삶에 담아내자.
박성현(미국 고든콘웰신학대학원 구약학 교수·수석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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