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로만 기억되지 않게… 세상과 꿈·추억 나누는 유족들

김용현,김승연 2024. 10. 29.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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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서울 중구에 있는 이태원 참사의 기억소통공간으로 마련된 별들의집.

참사 2주기를 앞두고 발간된 구술집 '참사는 골목에서 머물지 않는다' 북토크 현장에서 한 외국인이 눈에 띄었다.

29일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년 되는 날이다.

래치드씨는 별들의집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항상 사회적 약자 편에 섰던 딸을 기억하며 한국에 왔다"며 "한국 정부로부터 아무런 사과를 듣지 못했다. 한국 정부의 책임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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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2주기, 특별한 추모
딸 친구들 초대해 딸 사진전 열고
아이 생일날 청년 200명에 밥 대접
28일 이태원 참사 2주기 ‘기억과 안전의 길’ 빌보드(대형 게시판) 개막 기자회견에서 권은비(왼쪽) 작가가 참사로 딸을 잃은 조앤 래치드씨에게 작품을 소개하는 모습. 최현규 기자


지난 27일 서울 중구에 있는 이태원 참사의 기억소통공간으로 마련된 별들의집. 참사 2주기를 앞두고 발간된 구술집 ‘참사는 골목에서 머물지 않는다’ 북토크 현장에서 한 외국인이 눈에 띄었다. 2년 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에서 딸 그레이스씨를 잃은 호주인 조앤 래치드씨였다. 그는 언니를 그리워하는 두 딸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래치드씨는 춤을 좋아하던 딸을 잊지 못했다. 수년 전 딸을 데리고 호주의 춤 경연대회를 찾은 적이 있다. 래치드씨는 “그레이스가 떠나자, 춤을 사랑한 딸 덕분에 만났던 수많은 이들이 저를 찾아왔다”며 “그들과 함께 생전의 그레이스를 떠올리며 추모를 했다”고 말했다.

29일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년 되는 날이다. 래치드씨는 별들의집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항상 사회적 약자 편에 섰던 딸을 기억하며 한국에 왔다”며 “한국 정부로부터 아무런 사과를 듣지 못했다. 한국 정부의 책임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고 신애진씨의 어머니 김남희씨는 딸의 생일인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의 한 갤러리로 딸의 친구들을 초대했다. 신씨가 대학 사진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찍었던 사진을 모아 사진전을 연 것이다. 친구들은 사진 하나하나를 바라보며 신씨와의 추억을 나눴다.

김씨는 “친구들이 애진이를 기억할 때 이태원 참사라는 슬픔을 먼저 떠올리는 게 안타까웠다”며 “애진이에게는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 그리고 친구들이 있었다. 그 자체만으로 반짝반짝 빛났고, 행복했던 아이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자리를 통해 친구들이 애진이를 회상할 때 슬픔보다는 긍정적인 기억을 떠올리고, 살아갈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故) 이상은씨를 추모하는 행사가 지난 6월 28일 서울 서대문구 ‘청년밥상공간 이화여대점’에서 진행되고 있다. 강선이씨 제공


고 이상은씨의 어머니 강선이씨는 2년간 딸을 기억하며 이벤트를 한다. 딸의 생일인 6월 29일 즈음해 청년들에게 밥을 대접하는 것이다. 강씨 부부는 지난 6월 28일에도 서울 서대문구의 한 밥집을 찾은 200여명의 청년들에게 따뜻한 한끼를 제공했다. 강씨는 “상은이가 외동딸이라서 생일날엔 더 힘들지만, 그럴수록 상은이 또래 친구들과 함께 보내기로 했다”며 “처음 보는 부부가 딸과 함께 식당을 찾아 저희 부부에게 케이크를 주고 꼭 안아줬는데 정말 큰 위로가 됐다”고 했다.

송해진씨는 159번째 희생자인 이재현씨의 어머니다. 재현씨는 참사 당시엔 생존했지만 2차 가해에 괴로워하다 한 달 후쯤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송씨는 한동안 인간관계를 끊고 지내다가 다른 유족과 소통하기로 마음먹었다. 송씨는 “가만히 있으면 기회가 없고, 힘들더라도 누군가를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송씨는 2년 전 아들과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가 생존한 친구들과도 연락하고 있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됐다. 송씨는 “그 친구가 분향소에 가끔 찾아왔다. 이제는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됐다”며 “그 아이가 수능을 마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밥이라도 한번 사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용현 김승연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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