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벌·부패와 경제로 심판받은 일본의 집권 자민당

2024. 10. 29.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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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의원 선거 15년 만에 과반 획득 실패로 참패


계파·고물가·부패에 등 돌린 민심, 타산지석으로


일본의 집권 자민당이 그제 치러진 중의원(하원) 총선거에서 참패했다. 현재 247석을 보유한 자민당은 이번 선거 결과 56석이 줄어든 191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자민당은 중의원 465석 중 단독 과반 의석(233석)에 실패했을뿐더러 24석을 차지한 연립 공명당과 의석을 합쳐도 215석에 불과하다. 자민당의 의석수는 2009년 총선에서 119석으로 민주당에 정권을 빼앗긴 이래 최소 수준이다. 단독 과반을 놓친 것도 2009년 이후 15년 만이다.

야당이 힘을 합치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내각의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위기에 놓인 형국이다. 나아가 조기 총선을 실시한 이시바 총리에 대한 책임론도 거세어질 전망이다. 일본 언론은 “이시바 총리가 자칫 최단명 총리로 끝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자민당의 참패는 고질적 파벌정치 속에 지난해 불거진 당 내 비자금 스캔들과 고(高)물가로 인한 실질임금 감소에 실망한 민심이 등을 돌린 탓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연임을 포기한 것 역시 이로 인한 지지율 하락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국정 운영의 에너지이자 민심을 이기는 정부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지지율 하락세가 지속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일본 자민당의 선거 참패를 성찰의 계기로 삼길 바란다. 임기의 반환점을 앞두고 있는 윤 대통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2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역대 집권 2년 차 대통령 중 최저 수준이다. 허리 세대인 40대의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6%에 불과할 정도다. 내각책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이야 의회 해산을 통해 정국의 반전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정책 추진만이 민심을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의 난국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충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국민에게 다가서려는 대통령의 과감한 결단들이 필요하다. “민심에 귀 기울이겠다”는 대통령실 익명 관계자의 상투적 말만으로는 국정 동력인 지지율 하락을 막을 수 없다.

친한파인 이시바 총리의 위기가 한·일 관계 악화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윤석열 정부의 과제다. 한국과 악연이 있는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가 이끄는 입헌민주당이나 지난달 자민당 경선에서 이시바에게 밀렸던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약진할 경우 내년 수교 60주년인 한·일 관계가 녹록지 않을 수 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다음 달 5일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동북아 안보 지형은 격랑에 빠질 수 있다. 한·미·일 공조가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우리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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