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 세수 펑크에… 청약저축까지 끌어다 쓰는 정부

양민철,김윤 2024. 10. 29.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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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발행 않고 가용재원 16兆 활용
안쓴다던 외평기금 한달 새 입장 번복
주택기금 동원에 재원 돌려막기 논란
野 “엿장수 마음대로 재정 주물러”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올해 30조원 규모의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과 주택도시기금 등에서 최대 16조원을 끌어온다. 외평기금은 환율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쌓아둔 기금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투입한다. 주택도시기금은 공공 임대주택 건설, 디딤돌 대출 등에 쓰이는 기금으로 무주택자 등의 청약저축 납입금 등이 재원이다. 비는 세수 곳간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각종 기금을 총동원하는 ‘영끌’에 나선 모습이어서 ‘돌려막기’ 비판이 나온다. 특히 외평기금은 한 달 전까지 투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어 거센 논란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이런 내용의 ‘세수 재추계에 따른 재정 대응 방안’을 보고했다. 정부는 지난 9월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발표하며 올해 세수 결손 규모를 29조6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국가 채무를 늘리는 것은 미래세대에 부담이 되고 대외 신인도를 악화할 수 있다”며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정부 내 가용재원을 활용하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먼저 기금과 특별회계 등으로 14조~16조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가장 규모가 큰 건 외평기금(4조~6조원)이다. 지난해 20조원 가까운 외평기금을 세수 결손에 쓴 정부는 올해 외평기금 활용에 부정적 입장이었다. 최 부총리는 지난 9월 세수 추계 후 국회에서 “(외평기금 활용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종합 감사에선 “지방교부세 및 교육교부금의 삭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을 바꿨다.

외평기금이 2년 연속 본래 목적과 달리 ‘세수 돌려막기’에 활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대외 신뢰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세수 결손을 메우고자 외평기금 자산이 준다는 신호를 준다면 외환정책 신뢰성을 훼손하게 된다”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도 2023년도 결산보고서에서 “외평기금의 세수 결손 대응은 외환시장 안정성 확보라는 기금 목적에 비춰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희재 기재부 외화자금과장은 “현재 외환보유액은 4000억 달러 이상으로 세계 9위 수준”이라며 “외환 대응 여력에 부족함은 없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주택도시기금 여유재원에서 2조~3조원을, 국유재산관리기금(3000억원)을 포함한 기타 기금에서도 3조원을 끌어올 계획이다. 여기에 지난해 이월된 4조원 안팎의 공공자금관리기금도 동원한다.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은 약 6조5000억원의 집행을 보류하는 방식으로 감액한다. 올해 세수 결손으로 내국세에 연동되는 교부세·교부금은 약 9조7000억원 주는데, 이 중 3조2000억원(교부세 2조1000억원·교부금 1조1000억원)을 연내 지급하고 나머지는 보류한다는 것이다. 올해 불용 규모는 7조~9조원 규모로 지난해(7조8000억원)와 비슷하다.

정부는 국채 발행 없이 내부 기금을 활용해 국가채무에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금 돌려막기’ 과정에서 발생한 이자로 인한 재정 부담이 적지 않다. 예정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56조7000억원 세수 결손을 메우며 공자기금에 내야 할 예수이자 7조7600억원을 내지 않아 3330억원의 가산이자가 붙었다. 지난해 11월엔 우체국보험 적립금에서 2500억원을 끌어 써서 101억원(연 금리 4.0%)의 이자가 발생했다.

주택도시기금 활용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주택도시기금 건전성에 무리가 될 수 있는 대출을 자제하겠다며 수도권 지역 디딤돌 대출 축소 방침을 시사한 상태다. 이와 더불어 주택도시기금 재원인 청약저축 월 납입 인정액은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높였다.

야당은 “정부가 ‘재원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재부가 엿장수 마음대로 재정을 주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임광현 의원도 “별도의 재정 청문회나 현안 업무보고로 중히 다뤄야 할 문제”라고 했다.

세종=양민철 김윤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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