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산 곳곳 ‘소나무 무덤’…올 재선충병 52만 그루 고사
지난 24일 오후 1시 경남 밀양시 상남면 세천마을 인근 야산. 곳곳에 소나무 잎이 단풍이 든 것처럼 보였다. 산 가장자리를 따라 10여 분 들어가니 산속에 죽은 소나무를 잘라 모은 뒤 대형 비닐(방수포)로 덮어 높은 ‘소나무 무덤’이 듬성듬성 보였다. 길을 안내하던 밀양시 재선충병 예찰방재단 김남운(70)씨는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는 위에서부터 말라 내려오는데 그러면 잎이 단풍 든 것처럼 변하고, 우산을 접은 것처럼 아래쪽으로 쳐진다”고 말했다.
산 중턱으로 올라가니 밀양시 산림녹지과와 예찰방재단 직원 20여 명이 전기톱으로 죽은 소나무를 1m 크기로 자르고 쌓아 여기에 약을 뿌리고 대형 비닐(가로 1m, 세로 1.2m, 높이 0.7m)로 밀봉하는 작업(훈증방식)을 하면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혜민 밀양시 산림녹지과 병해충담당은 “밀양은 지난해 30만 그루 정도 소나무가 재선충병으로 죽었는데 올해는 지난해 2배 정도인 52만 그루 정도가 고사(枯死)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재선충병에 걸린 나무는 자동차 접근이 힘든 곳은 여기처럼 훈증 방식으로 처리하고, 차량 접근이 가능하면 벌목한 소나무를 다른 곳에서 파쇄한다”고 말했다.
소나무재선충은 소나무에 기생하는 선충(1㎜ 내외 크기)의 일종으로 나무 조직 내 수분·양분 이동 통로를 막아 소나무를 말려서 죽인다. 재선충은 너무 작아 스스로 나무를 옮겨 다니지 못해 솔수염하늘소 등 ‘매개충’ 몸에 침투해 다른 나무로 옮겨 다닌다. 특히 재선충 번식력은 매우 강해 암수 한 쌍이 20일 후 20만 마리까지 번식한다. 현재는 백신도 없어 걸리면 소나무가 말라 죽을 확률이 100%여서 ‘소나무 불치병’ 등으로 불린다.
문제는 재선충이 밀양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창궐(猖獗)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2022년 37만 8079그루가 재선충으로 고사했으나 2023년에는 106만 5067그루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도 현재까지 89만9000여 그루가 죽은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지역별로 보면 경상북도(39만8915그루)가 가장 피해가 크고, 그다음으로 경남(21만 8701그루), 울산(8만4593그루), 대구(4만3939그루)등의 순이다. 145개의 시·군·구에서 재선충병이 발생했다.
재선충이 해마다 창궐하는 원인은 기후 변화 원인이 크다. 지구온난화로 소나무 생육 여건이 악화하고 봄철 고온 현상 등으로 매개충의 조기 우화(번데기가 날개 있는 성충으로 변화)와 활동 기간 확대로 재선충병 발생 위험이 커진 것이다. 여기다 예산 부족 등으로 기존 재선충 감염목을 다 제거하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소나무재선충은 사람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수분이 빠진 소나무는 지탱하는 힘이 약해 외부 충격을 받아 쓰러지면 언제든 사람이나 문화재가 다칠 위험성이 있다. 특히 재선충에 감염된 나무는 잔뜩 마른 탓에 산불을 확산시킬 수도 있고, 산사태 위험도 커진다. 경남도가 24일 국가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며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요청한 배경이다.
김인천 산림병해충방제과장은 “일반구역은 하반기에 잔여량을 전량 방제를 할 계획이고, 특별방제구역은 수종전환을 통해 연차적으로 방제할 계획”이라며 “피해가 심한 지역은 가장 효과적인 방제방법이 수종 전환인데 산주 등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성욱·안대훈 기자 we.sung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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