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공동화 짚은 ‘식품사막’ 이어 약품사막도 다뤄주길

차세현 2024. 10. 2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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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회 | 중앙일보를 말하다


독자위원회
제55회 중앙일보 독자위원회가 지난 22일 본사 9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오세정 위원장(전 서울대 총장) 사회로 진행된 회의에서 독자위원들은 중앙일보 지면과 콘텐트 제작을 위한 비판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주형

▶김주형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이번 달엔 정치 이벤트가 많아 정치 기사가 많았다. 가십성 정치면 구성의 문제를 언급하고 싶다. 대표적으로 15일자 4면 ‘친한이 지목한 ‘한남동 라인’’, 5면 ‘한, “김여사라인 존재해선 안 돼”’ 등을 보면 대부분의 기사 내용이 루머 수준이다. ‘한남동 라인’에 대한 세간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을 덜 느꼈으면 좋겠다. 반면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과 관련해 21일자와 22일자 기획기사는 여론조사 왜곡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브로커는 어떻게 활동하는지 등을 입체적으로 잘 분석했다. 그간 정치면 기사는 주로 이벤트 전달에 치중하고, 깊이 있는 분석은 칼럼에 맡기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런 심층 기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재국

▶이재국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17일자 1면 ‘시골마을 74% 식품사막’은 지방 공동화의 그늘을 정확하게 짚어낸 기획기사였다. 특히 ‘식품사막’이란 제목은 문제점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제목이었다. 17일자 10면 ‘트럼프, “한국은 머니 머신, 나라면 13조원 받아냈다”’에서 ‘머니 머신’을 부유하단 의미로 설명했는데, 트럼프의 의도는 ‘한국은 돈만 밝히고 의무는 다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썼거나 적어도 단순히 부유하단 의미는 아니다. 트럼프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단어인 만큼 정확하게 전달했으면 좋았겠다.

심재웅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17일자 ‘식품사막’ 기사는 충격적이었다. 현황과 원인, 전망을 잘 지적한 기사였다. 앞으로 지방의 ‘약품사막(Pharmacy Desert)’ 이슈도 후속으로 다뤄보면 좋겠다.

8일자 1면 ‘한국안보의 가장 큰 위협, 북핵보다 기후변화 꼽아’ 여론조사 기사에서 기후변화는 51.2%, 북핵은 51.1로 0.1%P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기후변화가 작년 조사 대비 10.2%P 올랐고, 북핵 위협은 5.2%P 줄었다는 결과가 핵심이었는데 이 점을 반영해 제목을 달았으면 좋았을 거 같다.

9일자 10면 ‘미국 한반도전문가 “한국전쟁 위험 1950년 이후 가장 높다”’ 등 10월에 전쟁 공포를 일으키는 기사가 많았다. 언론에서 지금쯤이면 북한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를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한편 국민의 불안감을 완화하는 기사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김용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1일자 1면과 5면 ‘툭하면 유예·일몰 연장…법 신뢰 떨어뜨리는 국회’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신중하지 못한 국회의 입법행위에 일침을 가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했다. 다만, 기사의 논점이 금융투자세 유예인지 폐지인지, 농특세 일몰 연장인지 폐지인지 정확하지 않았다.

8일자 경제 2면 ‘유리지갑 터는 낡은 과표...근로소득세 매년 9.6% 늘었다’를 통해 과세표준이 물가상승률에 맞춰 매년 인상되지 않아 증세효과가 생긴다는 지적은 적절했다.

2일자 ‘창간기획 2024 자영업 리포트’에서 여야 정책위의장을 인터뷰했다. 내용을 보면 자영업자 표를 얻을 얘기만 나올 뿐, 과대한 자영업자 구조조정이나 지원과 병행하는 옥석 가리기 등의 핵심 쟁점이 빠져 아쉬웠다.

지철호

▶지철호 법무법인 원 고문=2일자 1면 ‘금투세 유예 아닌 폐지 민주당 지도부는 가닥’ 등 금투세 유예·폐지 논란과 관련한 기사가 많았다. 그런데 금투세 유예·폐지는 입법 당시 증권거래세 인하와 맞물려 있던 사안인데 이는 어떻게 할지를 지적하는 기사가 없다.

4일자 1면에 ‘임윤찬, 그라모폰 2관왕 “세계 클래식계의 이변”’ 사진 기사를 게재했는데 의미 있는 시도였다. 앞으로도 한국 문화가 약진하는 배경 등을 심층 취재하는 등 문화 기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15일자 1면 ‘사흘 뒤 재판관 6명 헌재 마비 사태 피했다’, 16일자 1면 ‘여당 헌재소장 연임 추진’ 등은 헌재 마비 사태를 비중 있게 다뤘다. 그런데 퇴임 재판관 3명은 과거 여야가 지명했고, 대통령과 가까운 소장의 연임을 추진해 논란이 된다는 점에서 야당만이 아닌, 대통령실과 여야를 균형 있게 비판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이영주

▶이영주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이사장=1일자 10면 ‘“이태원 참사는 인재” 702일 만에 국가기관 책임 일부 인정’, 18일자 14면에 ‘이태원 부실 대응 김광호 무죄…현장 경찰만 처벌받았다’ 기사가 게재됐다.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의 형사적 책임과 정치적·도의적 책임 문제와 관련해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는 풍토 회복, 무리하게 형사 책임을 묻는 악순환 방지, 사법 낭비를 줄여 재판 지연 사태를 해소하는 방안 등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필요하다.

한 달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의 갈등 관련 기사가 압도적이었다. 윤·한 갈등이 정권의 위기를 초래할 사안이라는 점에서 관심 갖고 보도하는 것은 이해되나 이렇게 빈번하게 다룰 사안인지 회의적이다. 잦은 보도가 오히려 윤·한 갈등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고 독자와 국민의 피로감만 가중시킬 수 있다.

박인휘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10일자 8면 ‘진짜 보수는 반성하고 고민…확답 우기는 자는 죄다 사이비’ 제목의 역사학자 김기협 인터뷰 기사는 통합을 중시하는 중앙일보의 지향점에 부합하는 좋은 인터뷰였다.

미국 대선과 관련해 10월 중순 이후 카멀라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 정체 기사가 많이 나온다. 그런데 기사가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런 회고적 보도보다는 깊이 있는 전망이나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기사를 많이 다뤄줬으면 좋겠다.

8일과 9일자 1면에 동아시아연구원(EAI)과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를 다뤘다. 기사는 국민의 자체 핵무장 찬성이 71%, 심지어 일본의 핵무장 찬성이 35%로 급증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중요 사안에 대해 이런 결과가 나온 배경 설명이 없어서 독자가 오해할 소지가 있다.

홍지혜

▶홍지혜 오픈갤러리 디렉터=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관련 기사가 많았는데 대부분 내용이 좋았다. 그런데 중앙선데이 12일자 1면 ‘광주의 오월 그려낸 작가 부서질듯 여려 보였다’는 기사는 여성작가의 외향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성인지 감수성 측면에서 좀 불편했다.

7일자 20면 ‘“부산영화제 개막작, OTT는 왜 안 되나”’ 기사는 천편일률적인 영화제 소개 기사가 아니라 이사장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논쟁적 담론을 담은 기사여서 좋았다.

4일자 14면 ‘흑마늘 닭강정 먹으려 한 해 800만…MZ 핫플된 전통시장’ 시장 변신 기사는 창간 기획 2024 자영업리포트와 관련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았다. 앞으로 시장의 변신이 지속 가능한지를 계속 추적해주면 좋겠다.

유재연

▶유재연 옐로우독 파트너=2일자 경제 3면 ‘‘여길 뒤져봐’ 답없는 키워드 검색…AI ‘답변엔진’ 떴다’ 기사가 2주 뒤 16일자 경제 3면 ‘내 마음도 검색하는 AI 검색’에 별다른 내용 추가 없이 거의 유사하게 나왔다. 제작 과정에서 기사 내용이 겹치는 부분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 기사와 관련해서 과거 수상자들의 인터뷰를 중앙일보에서 본 적이 있다. 중앙일보가 가진 소중한 자산인 기사 아카이브를 활용한 지면 제작을 좀 더 고민하면 좋겠다.

언론사의 최대 자산은 현장을 뛰는 기자다. 좋은 예가 10일자 12면 ‘사라진 1만원 점심…북창동 식당 28곳 중 15곳 값 올렸다’ 기사였다. 북창동 식당가의 과거와 현재를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는 정보는 발품 파는 기자들의 노력 덕분이다.

오세정

▶오세정 위원장(전 서울대 총장)=(형사적 책임과 정치적·도의적 책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과 관련) 정치적·도의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이 요새 사라진 것 같아서 저도 동감한다. 형사 책임을 지는 문제가 되니까 어려운 상황이 된다. 여야 정책위의장 인터뷰 관련해선 좀 더 깊이 물어봐서 밑천을 드러내도록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중앙일보는 우리 사회 주요 현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많이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 언론사가 예정된 뉴스를 잘 처리하기 위해 정보의 양을 충분히 축적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3분기 삼성전자 실적 발표는 예측 가능하고 준비도 할 수 있었는데 중앙일보는 정보의 양이 부족해서 아쉬웠다.

정리=차세현 국제외교안보에디터, 김의재 인턴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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