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침·처음 소리…광주비엔날레 소제목 한강이 지었다고?

최경호 2024. 10. 2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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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가 ‘여는 글’을 쓴 15회 광주비엔날레 도록(圖錄) 안내판. [사진 (재)광주비엔날레]

“나는 깨어난다 / 다시 눈을 뜬다 / 이 세상에서 하루를 더 산다…”

지난 9월 6일 제15회 광주비엔날레 개막공연장에서 낭송된 한강(54) 작가의 시다. 그는 올해 광주비엔날레 전시 도록(圖錄) 중 ‘여는 글’을 통해 자신이 쓴 시를 소개했다. (재)광주비엔날레는 한강의 시 낭송을 배경으로 한 공연을 통해 창설 30주년 행사를 시작했다.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후 광주비엔날레도 주목받고 있다. 한강은 15회째를 맞는 올해 광주비엔날레에 도록의 여는 글 작성과 개막공연, 소제목 작명 등에 참여했다.

한강이 광주비엔날레 도록에 쓴 글은 ▶Ⅰ.단성부 ▶Ⅱ.성부 ▶Ⅲ.합창 등 세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그의 글은 “공간(판) 소리에 눈을 뜨고, 살아있음을 느끼는 존재를 조명해 비엔날레의 테마(판소리)를 부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판소리, 모두의 울림’이란 주제로 12월 1일까지 열린다.

한강은 국악인 판소리를 주제로 한 올해 비엔날레 부제를 짓는 작업에도 참여했다. 그는 비엔날레 전시 소제목을 우리말인 ▶부딪침 소리(feedback effect) ▶겹침 소리(polyphony) ▶처음 소리(Primordial sound) 등으로 지었다.

(재)광주비엔날레 측은 “(한강 작가는) 영문 소제목을 제시한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의 전시기획 의도가 우리말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의역(意譯)했다”며 “한강의 노벨문학상 선정 소식이 알려진 후 자작시가 수록된 도록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재)광주비엔날레는 지난 23일부터 『소년이 온다』(2014)를 비롯해 한강 소설 6종을 도록과 함께 판매하고 있다.

한강과 광주비엔날레 인연은 2016년 제11회 행사로 올라간다. 당시 『채식주의자』(2007)로 맨부커상을 받은 해에 열린 광주비엔날레 포럼에 초청됐다. 한강은 이때 5·18광주민주화운동이 모티프가 된 『소년이 온다』 일부를 낭독했다.

2022년 베니스에서 열린 5·18 특별전 ‘꽃 핀 쪽으로(to where the flowers are blooming)’는 『소년이 온다』 6장 제목인 ‘꽃 핀 쪽으로’에서 차용됐다. 광주광역시 출신인 한강은 “광주비엔날레에 순수 예술정신이 계속 남아 있으면 좋겠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한다.

올해 한강이 지은 부제는 주전시공간인 비엔날레전시관 3개 섹션을 구성하는 기반이 됐다. 총 5개로 조성된 전시실에서는 세 가지 소리 패턴이 반영된 전시를 통해 인류세(人類世)의 변이를 보여준다. 세계 30개국 작가 72명이 참여한 올해 광주비엔날레 본전시는 주전시공간과 외부전시공간 등 2곳에 조성됐다.

외부전시관은 근대역사문화마을로 조성된 광주시 남구 양림동에 있다. ‘소리숲’을 모티브로 한 전시공간 8곳은 마을 전체가 현대미술관으로 바뀐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본전시 외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양림미술관 등에 설치된 파빌리온(국가관)도 볼거리다.

박양우 (재)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한강 작가의 예술적인 혼이 광주비엔날레가 추구해온 지향점과 맞닿아 있는 게 지속적인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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