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간첩죄'로 한국인 첫 구속…삼성 반도체 기술자 출신
중국에서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신방첩법(반간첩법 개정안)의 적용을 받아 한국인이 처음으로 구속된 사실이 확인됐다.
28일 주중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있는 메모리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長鑫存儲)에 근무하던 50대 A씨는 시 국가안전국 소속 수사관에 의해 자택에서 연행됐다. A씨 가족 측은 당시 수사관이 '간첩죄' 혐의가 적힌 '지정장소 감시거주 통지서'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연행된 A씨는 지난 5월엔 중국 검찰에 의해 구속됐다. 주중 한국대사관 측은 A씨 사건을 인지한 직후부터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인지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지난 2016년 창신메모리에 해외 인재로 영입된 A씨는 삼성 반도체 부문에서 '이온 주입' 기술자로 20년 가까이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후 중국의 다른 반도체 기업 2곳에서 근무했지만, 허페이시 국가안전국은 A씨가 창신메모리 근무 당시 반도체 관련 정보를 한국으로 유출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2016년 후발주자로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 뛰어든 창신메모리는 올해 전 세계 D램 생산량의 10%를 차지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A씨 가족들은 구치소에 갇힌 지 다섯 달째 지병인 당뇨병 약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하며 다음 달로 예상되는 재판을 받기 전에 한국에서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외교 당국에 호소했다.
중국은 지난해 7월부터 신방첩법을 시행하며 간첩 행위 정의와 법 적용 범위를 넓히고 국가안전기관의 조사 권한을 확대했다. 개정 전 간첩 행위는 국가 기밀정보를 절취·정탐·매수·불법 제공하는 것에 한정됐다. 하지만 현재는 국가 기밀에 분류되지 않는 정보라도 ‘국가 안보 및 이익에 관한 경우’엔 간첩 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 문제는 ‘국가 안전 이익’이 무엇인지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중국 당국이 자의적으로 간첩 행위를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겨났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러한 걱정은 특히 중국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한·미·일 3국과 대만 등이 컸다. 중국과 충돌이 발생했을 경우 신방첩법을 근거로 중국이 자국 기업과 국민을 노리는 ‘인질 외교’를 벌일 수 있어서다. 이에 해당 국가들은 신방첩법 시행을 영사 업무와 관련한 중요 사안으로 받아들이며 중국의 동향을 예의주시해 왔다. 지난해 6월 주중 한국대사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 국가안보 및 이익과 관련된 자료·지도·사진·통계자료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하거나 스마트폰·노트북 등에 저장하는 행위는 법 위반 사항이 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중국은 지난 2015년 반간첩법을 시행한 이후 지금까지 최소 17명의 일본인을 구속했다. 이 가운데 5명은 아직까지 중국에 감금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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