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희생만 있고 책임은 없었다

이준일 2024. 10. 2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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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 나온 판결] 2019~2024 헌법재판소 특집 판결비평⑥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탄핵 기각 결정

헌법재판소는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로 불립니다. 1987년 헌법개정을 통해 법률이나 국가 공권력의 작용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판단하는, 국민 기본권 보호의 역할을 부여받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6년간 유남석·이종석 소장을 거치며 헌법재판소는 다양한 결정을 내려왔습니다. 과연 시민들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한 결정이었을까요? 2024년 10월, 헌법재판소에서는 소장을 포함한 3명의 재판관이 교체됩니다. 이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헌법재판소의 주요 결정을 선정해 〈2019~2024 헌법재판소 특집 판결비평〉을 진행합니다. 변화의 시기, 과거 결정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헌법재판소에 요구되는 사회적 기대를 담아봅니다. <기자말>

[이준일]

여섯 번째 특집 판결비평은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탄핵 기각 결정"에 대해 다룹니다. 헌법재판소는 이태원 참사를 예방하고 대응할 의무를 지닌 이상민 장관에게 면죄부를 주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아, 시민의 관점에서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을 재구성해 봅니다. 이준일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비평했습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유남석(소장),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2023.7.25. 선고 2023헌나1

사건의 재구성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행정안전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인사혁신처, 경찰청, 소방청에 대한 종합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2022년 10월 29일 밤, 핼러윈데이(Halloween day)를 즐기려는 인파가 서울 이태원에 몰렸다. 대체로 2~30대의 젊은 청년들이었다. 몰리는 인파로 특히 지하철 이태원역 1번 출구 근처 좁은 티(T)자형 내리막 골목길에서 통행이 불가능한 다중밀집상태가 지속되었다. 공간을 만들기 위해 밀고 밀리는 상태에서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넘어지면서 무려 158명이 압사하고, 이후 부상자 한 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159명의 사망자를 낳은 대형 참사가 벌어진다.

외국에서 유래한 축제일을 즐기러 나온 젊은이들을 탓하는 목소리가 소근거렸다. 대놓고 말은 못 하지만 누군가는 이태원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핼러윈을 연결시키며 마약파티를 떠올리기도 했다. 이태원이 위치한 용산구와 서울시의 단체장, 경찰 및 소방 지휘부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었다. 사건 현장으로부터 멀지 않은 대통령실의 경호를 위해 배치된 경찰력을 동원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어떤 사람들은 8년 전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소환하며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사실 사고원인은 간단했다. 경찰은 왜 다중이 밀집될 수 있다고 충분히 예상되는 지역에 인파나 통행을 통제하기 위해 경찰을 배치하지 않았을까?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과 소방은 왜 신속하게 대처해서 인명을 구조하지 못했을까?

탄핵의 소추

국회는 이 참사에 대한 행정안전부(행안부)장관의 책임을 묻기 위하여 그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한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라 행안부장관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와 안전관리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고 조정하는 책임자이기 때문이다(동법 제6조).

현행 헌법은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법관 등 최고위직 공무원에 대한 탄핵제도를 인정하고 있다(헌법 제65조 제1항). 탄핵은 국회가 소추하고, 헌법재판소가 심판한다. 대통령은 임기 중에 형사상 불소추특권을 향유하는데(헌법 제84조) 여기서 소추는 기소(공소제기)를 의미하기 때문에 탄핵소추를 형사절차상 형사처벌을 위한 검사의 기소로 이해하기가 쉽다.

하지만 탄핵심판에서 탄핵결정을 받은 탄핵대상 공무원은 파면되기 때문에 탄핵절차는 징계절차의 한 유형에 속한다. 탄핵절차에서 소추는 징계절차의 개시를 위한 청구의 의미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모든 공무원은 법적 의무를 위반하면 징계를 받을 수 있으며 파면, 해임 등 다양한 유형의 징계방법이 존재한다(국가공무원법 제79조). 그렇지만 최고위직 공무원에 대한 특별한 징계절차인 탄핵절차에서 유일한 징계방법은 파면이다. 탄핵소추를 위한 헌법의 요건은 직무집행에서 행한 헌법과 법률의 위반, 곧 법위반이다.

탄핵의 심판

대통령탄핵과 관련하여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건(헌재 2004. 5. 14. 2004헌나1)에서 헌법재판소는 탄핵대상의 법위반 정도가 중대해야 한다는 선례를 만들었다. 그 뒤 2017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건(헌재 2017. 3. 10. 2016헌나1)에서도 이와 같은 선례를 유지하며 피청구인인 대통령의 법위반 정도가 중대하다고 판단하여 파면한다고 결정했다.

주목할 지점은 탄핵대상의 법위반 정도는 탄핵대상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시한 점이다.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대통령과 그렇지 않은 탄핵대상, 헌법상 독립성이 보장되는 법관과 그 외의 탄핵대상에 대해서 파면결정을 위해 필요한 법위반의 위반 정도가 달리 요구된다는 뜻이다. 뒤집어 말하면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이나 독립성이 보장되는 법관과 비교할 때 대통령이 임명하는 국무총리나 장관, 검사나 방송통신위원장 등을 탄핵하기 위하여 필요한 법위반의 정도는 상대적으로 약하게 요구된다는 것이다.

탄핵의 기각

이태원 참사에서 행안부장관의 탄핵사유로 제시된 법위반은 헌법상 기본권보호의무와 〈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법률상 의무의 위반이었다(헌재 2023. 7. 25. 2023헌나1).

특히 〈재난안전법〉의 의무는 ① 사전 재난예방조치의무와 ② 사후 재난대응조치의무로 구분되었고, 〈국가공무원법〉의 의무로는 성실의무(동법 제56조)와 품위유지의무(동법 제63조)가 문제되었다.

첫째, 사전 재난예방조치의무는 ①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지정(동법 제3조 제5의2호, 동법시행령 제3조 및 [별표 1의3]), ②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과 집행계획의 작성(동법 제22조 및 제23조), ③ 다중밀집사고의 예방(동법 제25조의4), ④ 재난안전통신망의 구축(동법 제34조의8)에 관한 의무로 구체화되는데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의무들의 위반을 하나도 인정하지 않았다.

둘째, 사후 재난대응의무와 관련된 쟁점은 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과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중수부)의 설치 및 운영(동법 제14조 및 제15조의), ② 현장대응(동법 제4조 제1항, 제6조)과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설치와 운용(제18조) 및 국가재난관리시스템의 활용(동법 제74조)과 관련된 의무의 위반이었는데 헌법재판소는 이 부분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더욱이 헌법상 기본권보호의무 위반도 인정되지 않았다.

또한 〈국가공무원법〉 상 성실의무의 위반도 인정되지 않았으며 참사원인, 골든타임 등 참사 이후 발언과 관련된 품위유지의무의 위반도 법정의견에서는 인정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탄핵소추는 기각되었고, 직무가 정지되었던 행안부장관은 직무에 복귀했다.

결정의 재구성

'상식적 법감정'

탄핵절차는 징계절차이기 때문에 형사절차에서 요구되는 법적 원칙들이 동일하게 적용될 필요가 없다. 기본적으로 헌법재판소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도의적, 정무적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마땅한 행안부장관에 대한 탄핵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했다. 무고한 시민 159명의 고귀한 생명이 희생되었으면 당연히 국가는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그것이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아니라면 적어도 재난관리와 안전관리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고 조정하는 행안부장관이 책임을 지는 것이 국민의 법감정 상 타당하다.

물론 탄핵절차는 법적 책임을 따지기 위한 절차이지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묻는 절차는 아니다. 하지만 형사절차가 아니라 징계절차로서 탄핵절차의 법적 성격을 고려하고, 탄핵대상으로서 선출직도 아니고 독립성이 요구되지도 않는 장관이 문제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헌법재판소는 탄핵대상 공무원의 파면 여부를 결정하면서 시민의 상식적 법감정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지정할 의무

더욱이 탄핵절차가 법위반을 판단하는 절차라고 해도 법위반 여부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유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다수 확인된다.

우선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지정'과 관련하여 〈재난안전법〉은 재난관리주관기관은 원칙적으로 대통령령에서 지정하되, 대통령령인 〈재난안전법 시행령〉은 여기서 지정되지 않은 경우에 '행안부장관이 지정한다'고 규정한다(동시행령 [별표 1의3]). 결론적으로 〈재난안전법 시행령〉은 다중밀집(압사)사고에 대해서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행안부장관이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지정할 의무가 있는지, 아니면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문제된 문구의 의미를 행안부장관의 권한으로 해석했다. '지정한다'는 표현의 의미는 지정권한인 동시에 지정의무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지정의무의 의미를 함께 고려했다면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달라질 수 있었다.

계획을 변경할 의무

국가의 안전관리업무에 관한 '기본계획과 집행계획의 수립'과 관련해서도 기본계획은 5년마다 작성되고 집행계획은 매년 작성되는데 이태원 참사 시기에 적용되는 제4차 기본계획과 그에 따른 2022년도 집행계획은 피청구인이 임명되기 전에 작성되었으므로 헌법재판소는 행안부장관의 책임이 인정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해당 기본계획과 집행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던 다중밀집사고를 대비하는 내용을 포함시킴으로써 기본계획이나 집행계획을 수정하거나 변경할 의무가 피청구인에게 인정될 수도 있었는데 헌법재판소는 이것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기본계획이나 집행계획에 다중밀집사고를 대비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발생한 참사에 대해서는 재난관리나 안전관리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고 조정하는 권한과 의무를 가진 행안부장관이 아니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예방조치를 취할 의무

'다중밀집사고의 예방과 관련된 특별한 조치'를 취할 의무와 관련해서도 헌법재판소는 다중밀집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예방조치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법적 의무를 위반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았다. 특히 '주최자가 없이 개방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다중밀집사고'를 대비한 예방조치를 마련하는 것은 외국의 사례를 들어 피청구인에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게다가 10만 인파에 관한 보도가 있었지만 다중밀집사고를 예상할 수는 없었다고 한다.

이태원 참사는 경찰의 적절한 배치와 사전통행지도만 있었으면 충분히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사고였다. 물론 압사사고를 예상하기는 어려웠을지라도 적어도 혼잡한 인파로 인한 무질서나 부상, 범죄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인원의 경찰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최소한의 통행지도만 이루어졌어도 압사사고의 원인이 되었던 인파의 밀집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한 것처럼 행안부장관에게 요구되는 다중밀집사고 예방조치의무로서 인파의 밀집을 예방할 의무가 그렇게 과도한 것으로 예상이나 기대가 어려운 것이었을까?

명백히 중대본을 설치·운영해야 할 상황

헌법재판소는 '재난안전통신망의 구축 및 연계와 사용'을 구분하여 행안부장관에게는 구축 및 연계에 관한 의무만 있다고 설시하였으나 애초에 이것을 구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밖에 사후 재난대응조치의무로서 '중대본이나 중수본의 설치와 운영'과 관련해서도 헌법재판소는 그 구체적 요건이 〈재난안전법〉에 정해져 있다고 보면서도 중대본부장인 행안부장관의 재량영역을 지나치게 넓게 해석했다는 의문을 들게 한다.

헌법재판소의 설시처럼 "재난의 유형과 피해 정도, 피해 확산 가능성 및 현장 상황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중대본의 설치·운영 여부 및 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태원 참사의 경우처럼 상식적으로 명백하게 중대본 설치와 운영을 결정해야 할 상황에서는 더 이상 행안부장관의 재량권이 인정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협력을 위한 규정을 두어야 할 의무

참사 현장에서 '긴급구조 및 긴급구조지원에 대한 현장지휘'와 관련해서도 헌법재판소는 근거규정의 미비를 이유로 긴급구조업무를 담당한 소방청과 긴급구조지원업무를 담당한 경찰청의 원활한 협력을 위한 현장지휘권을 행안부장관에게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것처럼 〈정부조직법〉에 따라 행정기관의 장은 소관사무를 통할하고 소속공무원을 지휘·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므로(동법 제7조 제1항) 행안부장관에게는 적어도 행안부령으로 굳이 행안부장관이 아니더라도 긴급구조업무와 긴급구조지원업무의 원활한 협력을 위한 현장지휘권을 누가 행사해야 하는지에 관한 규정을 두어야 할 의무를 인정할 수는 있지 않았을까?

시간 허비하고도 "상황 달라지지 않았을 것"?

별개의견에서 지적되고 있는 것처럼 행안부장관에 대한 〈국가공무원법〉의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의 위반도 인정될 여지가 있다.

재난관리와 안전관리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고 조정하는 피청구인 행안부장관은 참사 발생을 인지한 때부터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한 골든 타임이라고 볼 수 있는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을 효과적인 대처와 지시를 하지 않은 채 의미 없이 허비하여 성실의무를 위반하였다.

또한 대형 참사 앞에서 신중한 태도를 가져야 할 공직자로서 참사원인과 관련하여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게 우려할 정도의 인파가 몰리지 않았다거나 경찰과 소방 인력을 배치했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적절하지 않은 발언으로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하였다.

물론 이러한 성실의무 위반이나 품위유지의무 위반이 행안부장관을 파면할 정도의 중대한 법위반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단락의 서두에서 언급한 대로 159명의 목숨이 희생된 대형참사와 관련하여 국가의 재난업무와 안전업무를 총괄하고 조정하는 책임자인 행안부장관의 행동과 발언임을 고려하여 성실의무나 품위유지의무 위반의 중대성이 판단될 필요는 있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다시는 대규모 인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기원했다. 그때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시점에도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다. 언제까지 국가가 필요한 시점에 책임을 방기할 것인가? 헌법재판소는 참사와 관련된 국가책임을 분명하게 확인했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참여연대 홈페이지와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 이 글의 필자는 이준일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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