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배터리·섀시 일체형' 전기차 플랫폼 준비 중”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현대차엔 새 플랫폼을 준비하고 라인업을 확대할 기회라고 밝혔다. 28일 일본 도쿄에서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주최로 열린 ‘제26회 세계경영자회의’에서다. 장 사장은 현대차의 미래 사업 전략과 글로벌 비전을 주제로 글로벌 전기차(EV) 전략, 수소, 소프트웨어중심차(SDV) 등에 대한 대담을 가졌다.
현대차의 전기차 전략에 대해 장 사장은 “2030년까지 21개 차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하고 200만대를 판매하겠다”며 “900㎞ 이상의 주행거리와 사륜구동을 갖춘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로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중국 등 핵심 시장에서 2026년 말까지 EREV를 양산하고, 제너럴모터스(GM)·웨이모 등 글로벌 파트너십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또 현대차의 수소 밸류체인 브랜드인 ‘에이치투(HTWO)’를 활용해 글로벌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며 “현대차는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모든 수소 생태계를 연결하는 가치 사슬을 통해 수소 에너지 모빌라이저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는 1998년 수소 전담조직을 만들고 수소전기차·수소전기트럭을 출시한 데 이어, 발전·선박·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차량 이외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포스트 E-GMP 플랫폼 준비…캐즘이 기회”
장 사장은 연설 후 특파원들과 만나 “(전기차 캐즘 덕분에) 시간을 벌었고 기회로 삼으려 한다”며 “하이브리드 등 현대차의 유연한 대응 체계로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뒤를 이을 새 플랫폼을 개발 중이며 새 플랫폼에선 배터리와 섀시를 일체형으로 전기차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현대차는 미국 알파벳(구글 모회사)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전기차 파운드리(위탁생산) 진출을 선언했는데, 이날 장 사장이 언급한 ‘새 전용 플랫폼 계획’을 바탕으로 현대차의 파운드리 사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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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법인 시총 韓 절반…韓 시장 너무 저평가”
최근 현대차 인도법인 기업공개(IPO)에 대해 장 사장은 “10년 뒤 차를 가장 많이 살 곳이 어딘지 볼 때 인도가 가장 유망하다고 판단했다”며 “인도 금융시장은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대차 인도법인 시총이 한국 현대차 시총의 약 절반이다. 현대차의 인도 사업 비중이 7%인데, 한국 시장이 너무 저평가 받았다는 의미”라며 “단순히 인도에서 돈을 조달하는 것보다, 회사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상장에서 현대차 인도법인은 기업가치 190억달러(약 26조3000억원)로 평가 받아, 현대차 한국 시총(28일 기준 47조4328억원)의 55% 수준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장 사장은 인도 투자 계획에 대해 “조달한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이번에 조달한) 33억 달러(약 4조5000억원)가 들어오면 50억~60억 달러(약 7조~8조3200억원)를 더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정의선-도요다 협력…좋은 차 국적 안가려”
장 사장은 “내년 상반기 일본 시장에 (소형차인) ‘캐스퍼 EV’를 출시하겠다”며 현대차의 일본 시장 점유율 확대 방안도 언급했다. 그는 “일본시장에 재진출한 지 3년 차인데, 일본 소비자들이 원하는 품질 수준에 맞추면 결국 (판매량이) 올라갈 것으로 본다. ‘일본에서 판매하는 차’라는 인식으로 동남아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날 경기 용인에서 열린 ‘현대 N ×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토요타 회장이 만난 것에 대해선 “결국 좋은 차를 만들자는 것이고 차를 좋아하면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장 사장은 수소 생태계 확대에 대한 자신감도 비쳤다. 그는 “미국에서 조지아 신공장 물류 등에 수소 트럭을 운용하며 데이터를 많이 쌓았다. 향후 사업장과 열병합 발전, 지역난방까지 (생태계가) 커질 것”이라고 했다. 또 “전기차 시대가 이렇게 갑자기 올 줄 알았나겠느냐”며 “수소도 늦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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