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KS 0등판 윤영철의 희망 "내가 안 던지고 우승하길"
"안 던지고 우승반지 받으면 좋죠." 생애 첫 한국시리즈 선발 등판 기회가 비로 사라졌다. 하지만 우승을 앞둔 KIA 타이거즈 윤영철(20)의 얼굴은 밝았다.
KIA는 27일 열린 4차전에서 승리하면서 시리즈 전적 3승 1패를 만들었다. 5차전에서 승리한다면 2017년 이후 통산 12번째 우승을 달성한다. 이번 시리즈에서 KIA 선발진은 호투를 이어갔다. 부상에서 돌아온 제임스 네일이 1·4차전을 책임졌고, 양현종이 2차전 승리투수가 됐다. 3차전에서도 패하긴 했지만 에릭 라우어가 정규시즌 때보다 좋은 투구를 했다.
공교롭게도 4선발 윤영철에겐 기회가 오지 않았다. 21일 시작한 1차전이 서스펜디드 게임(일시정지)이 되고, 이튿날도 비가 오는 바람에 5차전에 나서려던 네일이 4차전에, 6차전에 나서려던 양현종이 5차전에 등판하게 됐다. 1~2차전까지 불펜 등판을 준비한 뒤 황동하와 함께 4차전 선발을 준비했던 윤영철은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28일 경기 전 만난 윤영철은 "(1차전 중단 당시 0-1로 뒤져)분위기가 팀이 안 좋았던 상황이라서 중단된 것도 나쁘지 않았다. 팀도 이겼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 모두 '오늘 마지막이다. 끝낸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영철은 "(경기중)한 번도 몸을 안 풀었다. 우리 선발투수들이 다 잘 던져서 풀 상황이 없었다"며 "아쉽긴 한데, 누구를 원망하겠나. 날씨를 원망해야 한다"고 웃었다. 러닝 훈련과 캐치볼로 구슬땀을 흘린 그는 "컨디션은 좋다. 캐치볼 할 때 공도 잘 간다"고 했다.
윤영철은 지난해 25경기에 등판해 8승 7패 평균자책점 4.04를 기록했다. 아쉽게도 2년차 문동주에게 신인왕을 내줬지만, 순수한 신인 중에선 제일 좋은 성적을 내며 투표 2위에 올랐다. 올해도 전반기에만 7승(4패, 평균자책점 4.19)을 따내며 생애 첫 10승이 기대됐다. 그러나 7월 13일 SSG 랜더스전 등판 이후 척추 피로골절로 두 달 이상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다행히 몸 상태가 좋아지면서 시즌 막바지 복귀해 2경기에 나섰고, 한국시리즈 명단에도 포함됐다.
윤영철은 "첫 경기 때 부상을 당해서 아예 못 뛰다시피 했는데 많이 아쉽다. 작년보다 잘 던지고 싶다. 다쳤기 때문에 준비 잘 해서 더 안 다치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병원 갈 때마다 문제가 없다고 해서 괜찮은 줄 알았다. 생각보다 결장이 길어졌는데, 준비는 더 잘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윤영철의 입단 동기인 곽도규는 1차전에서 구원승을 챙겼고, 1년 선배 최지민, 2년 선배 정해영도 데뷔 첫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윤영철은 "나갈 때마다 잘 던졌다. 재밌게 던지는 게 보이더라"고 했다. 그는 "(던지지 못했지만)어쩔 수 없죠. 팀이 이기는 게 우선이니까 제가 못 던져도 팀이 이기기만 하면 된다"며 "사실 나가게 되면 어떻게 던질지 생각을 많이 했다.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했다.
윤영철은 5차전에서도 불펜에서 출전을 준비한다. 이범호 KIA 감독은 "만약 선발 양현종이 좋지 않다면 김도현과 윤영철 중 한 명을 상황을 봐서 내보내려고 한다"고 했다. 만약 KIA가 경기를 내주게 되면 6차전 선발이 유력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던지지 않는 상황을 바랬다. 윤영철은 "팀이 우승하면 제가 등판하던 말던 무슨 상관이겠어요. 안 뛰고 반지 받으면 좋죠"라고 말했다.
광주=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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