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총선 참패로 단명하고, 다시 아베파 총리 땐 한일 격랑"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정권이 지난 27일 치른 총선에서 연립 여당의 과반 의석마저 지키지 못하면서 단명 위기에 처했다. 이같은 선거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한 한·일 관계, 나아가 내달 5일 대선이 예정된 미국 정치가 얽힌 한·미·일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시바 총선 참패에 따른 한·일 관계 및 한·미·일 관계 전망을 김경주 도카이대(東海)대 국제학과 교수, 신각수 전 주일 대사,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게이오대 교수,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에게 들었다.
"日 보수층,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부각 꺼려"
과거사 문제 등에 전향적인 태도인 이시바 총리의 패배는 한·일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김경주 교수는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과 관련해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총선 참패로 당내 기반이 약해진 이시바 입장에서는 본인 의지대로 정권을 끌고 가거나, 한·일 관계에서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소신에 바탕한 공세적인 정권 운영보다 당내 조율을 통한 수세적인 운영에 만족해야 할 상황이란 지적이다.
일본은 내년에 종전 80주년을 맞게 된다. 김 교수는 "일본 보수층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부각하는 것을 그다지 반기지 않고, 자국의 종전 80주년에 보다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시바도 거기에 맞춰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애초에 이시바는 기본적으로 일본이 군대를 가져야 한다는 보수적 성향이 있고, 그 틀 안에서 중국 견제를 위해 한·일 협력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컵 반 잔 채우기 쉽지 않아"
신각수 전 대사도 이시바 총리의 패배는 한·일 관계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시바 총리가 (그나마) 한·일 과거사 문제를 전진시킬 (인적) 자산이었는데 영향력이 떨어지면서 보수 세력에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물컵 절반을 채우는 일이 쉽지 않게 됐다"고 평했다. 신 전 대사가 언급한 물컵론은 대일 외교에서 윤석열 정부가 먼저 물컵 절반을 채우면, 일본 정부가 나머지 절반을 보탤 것으로 기대하는 입장을 뜻한다.
신 전 대사는 "만일 이시바가 단명 총리로 끝나고 우익이자 아베파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경제안보상이 총리가 되면, 한·일 관계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미국 대선 결과 트럼프가 정권을 잡을 경우 윤석열·바이든·기시다(岸田)가 구축한 한·미·일 공조에 영향이 갈 것"이라며 "한국에서도 정부 여당이 정치적인 어려움에 부닥쳐 한·일 관계의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잡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캠프 데이비드도 유동적, 그림자 예상"
니시노 교수 역시 "일본 정치 상황이 불안정해지면서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향한 협력 강화의 분위기에 그림자를 드리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달 5일 치러지는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지난해 한·미·일 정상이 맺은 캠프 데이비드 합의(3국 안보 협력의 제도적 정례화)에 근거해 추진된 삼국 협력도 유동적일 수 있다"고 짚었다.
반면 이원덕 교수는 이시바 정권의 구심력 약화로 한·일 협력 추진의 동력은 다소 떨어지겠지만 한·일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교수는 "이번 총선에서 약진한 일본 야당도 한·일 관계 개선과 안보 협력에는 (이시바 총리와) 이견이 없다"고 지적했다.
도쿄=오누키 도모코·김현예 특파원,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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