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보던 KS 마운드에 내가 서다니" 삼성 이철희 통역 "레예스와 6차전 가고 싶어요" [윤승재의 야:후일담]
윤승재 2024. 10. 28. 13:04
지난 25일 한국시리즈(KS) 3차전, 경기 도중 포수 강민호가 마운드에 올라가자 더그아웃에서 이철희 매니저가 달려 나왔다. 데니 레예스의 통역을 위해서였다. 강민호, 레예스와 함께 마운드 위에 선 이 매니저는 허리에 손을 대고 고개를 숙인 채 강민호의 말을 듣고 그 자세 그대로 이를 레예스에게 전달했다. 평소보다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이철희 매니저는 "TV에서만 보던 KS 무대에 오른 게 꿈만 같았다. 내가 선수는 아니지만 야구팬이었던 내겐 정말 뜻깊은 경험이라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고 돌아봤다. 다만 굳은 자세로 통역을 한 것에 대해선 "긴장도 했지만, (작전을 전달할)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빨리 통역하려고 불필요한 자세를 안 하려고 한 것도 있었다"라며 웃었다.
2022년부터 삼성에서 통역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는 이 매니저는 삼성의 레전드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에 이어 올해는 코너 시볼드, 레예스의 입과 귀가 되어 한 시즌을 잘 이끌었다. 원래는 코너 전담 통역이었지만, 후반기엔 레예스 통역까지 전담하면서 두 선수의 통역을 모두 맡게 됐다.
10개 구단 통역 매니저들은 자기 시간이 부족한 편이다. 경기장에서는 물론, 선수들이 한국 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때도 가장 가까이서 도움을 줘야 하는 직원들이 통역 매니저들이다. 선수들 가족이 오면 라커룸과 관중석을 왔다 갔다 하느라 더 바빠진다. 이철희 매니저도 마찬가지다. 코너에 이어 레예스까지 맡느라 바쁘디 바쁜 한 해를 보내야 했다.
하지만 이철희 매니저는 올 한 해가 자신에게 정말 특별한 해라고 말했다. 그는 "2022년 처음 왔을 때는 뷰캐넌이 이미 한국 생활에 적응한 상황이었지만, 올해는 코너와 레예스 모두 한국은 물론 아시아 생활이 처음이었다. 나도 아예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을 한 셈인데, 두 선수와 같이 잘 지내면서 KS까지 온 게 정말 뿌듯하다. 나도 많이 배웠던 시즌"이라며 웃었다.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두 선수는 어떤 사람일까. 이철희 매니저는 "레예스가 맏형, 코너는 막내 동생 같다"며 웃었다. 평소 조용하던 코너가 막내라니, 의외의 대답이었다. 이에 이 매니저는 "코너가 처음에 낯을 가리지만, 친해지면 장난을 엄청 친다. (초반 이미지와 달라) 어색하면서도 재밌는 친구랄까. 레예스는 체형처럼 듬직하고 묵묵히 자기 할 일 하는 스타일이다"라고 전했다.
두 선수에게 이철희 매니저도 많이 배웠다. 이 매니저는 두 선수의 '차분함'이 놀라웠다고. 그는 "코너는 야구에 대한 열정이 정말 큰 선수다. 공을 잘 못 던지면 본인에게 실망하면서 겉으로는 격한 행동을 종종 하긴 하는데, 야구 외적으로는 정말 침착하고 성실한 선수다. 레예스도 야구 내외적으로 침착하게 일을 처리하는 걸 보고 많이 배웠다"며 "두 선수 덕분에 나 자신도 한 계단 스텝업이 된 한 해였다"며 활짝 웃었다.
그랬기에 이번 KS 무대는 이 매니저에게 더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철희 매니저는 "야구단 통역 매니저가 10개 구단에 두 명 씩 있다고 치면 20명인데, 대한민국 전체에서 이 20명 안에 든 것만으로 기쁜 일이다. 그런데 한 번 경험할까 말까 하는 KS에 통역으로서 함께 한다는 건 정말 남다르다"며 웃었다. 대구 출신으로 2011년 왕조 시절부터 삼성을 응원했다는 그는 "TV로만 봤던 KS 무대를 직접 밟고, 이 팀의 일원으로 있는 게 정말 뿌듯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철희 매니저는 6차전 마운드에도 오르는 게 목표다. 현재 삼성은 1승 3패로 벼랑 끝에 몰려 있다. 28일 열리는 5차전에서 패하면 6차전은 없이 준우승이다. 팀이 5차전에서 승리해서 6차전 선발 레예스와 함께 마운드에 오르고자 한다.
이 매니저는 문득 레예스와의 '전담' 첫 순간을 떠올렸다. 그때도 광주였다. 보자마자 서로 배꼽잡고 웃었다는 그들은 서로를 포옹하며 선전을 다짐했다고. 이 매니저는 레예스에게 "네가 건강하게 좋은 결과로 시즌을 마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최선을 다해 쏟아붓겠다"라고 말했다. 레예스도 정말 고맙다며 이 매니저를 껴안았다. 당시를 추억한 이 매니저는 레예스와 약속한 '좋은 결과(우승)'를 꼭 지키고 싶다며 6차전 출격을 간절히 바랐다.
대구·광주=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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