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은·김기민 “14년만에 파트너로 함께 춤춰요”

장지영 2024. 10. 2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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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0일 개막하는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에 주역 출연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에 파트너로 출연하는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 박세은(왼쪽)과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이 27일 예술의전당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가졌다. 국립발레단

“14년 만에 파트너로 같이 춤추게 돼 설레요. 그때 작품도 ‘라 바야데르’였어요.”
오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에 파트너로 출연하는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수석무용수) 박세은(34)과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31)의 공통된 출연 소감이다. 27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만난 박세은과 김기민은 “한국에서 전막 발레에 출연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너무 기쁘다”면서 “한국에 오기 전까지 자주 통화하며 ‘라 바야데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입을 모았다.

김기민과 박세은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발레 무용수 가운데 최고의 위치에 오른 스타다. 김기민은 2015년, 박세은은 2021년 각각 동양인 최초로 자신의 발레단 수석무용수가 됐다. 그리고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무용수상을 김기민은 2016년, 박세은은 2018년 받은 바 있다. 박세은은 “기민이는 현재 국제적으로 존경받는 무용수다. 파리오페라발레 동료들에게 ‘우주 대스타’ 기민이랑 춤춘다고 자랑했다”고 말했다. 이에 질세라 김기민도 “세은 누나는 어릴 때부터 동경의 대상이었다. 순혈주의가 강한 파리오페라발레에 요즘 한국인 단원의 입단이 늘어난 것은 세은 누나의 뛰어난 활약 덕분”이라고 답했다.

두 사람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선후배 사이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친분이 두터웠다. 박세은이 김기민의 형 김기완(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과 예원학교 동창이라 당시부터 알고 지냈다. 이후 각각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하는 등 성장을 거듭한 두 사람은 유망주 시절이던 지난 2009년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주역으로 발탁돼 처음 호흡을 맞췄다. 그리고 2010년 한국발레협회 ‘돈키호테’와 유니버설 발레단의 ‘라 바야데르’까지 세 차례 파트너로 췄다.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에 파트너로 출연하는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 박세은(왼쪽)과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이 27일 예술의전당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가졌다. 국립발레단

김기민은 “우리가 처음으로 함께 춤춘 곳이 15년 전 국립발레단이었기 때문에 이번 공연이 더 뜻깊다”면서 “당시엔 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욕심이 지나쳐 세은 누나가 많이 불편했을 것 같다. 이번엔 세은 누나의 춤이 돋보이도록 뒤에서 잘 받쳐주도록 하겠다”고 웃었다. 박세은도 “나도 연습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당시 기민이는 나보다 더 연습을 많이 했었다. 발레리나 입장에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도 불구하고 기민이가 완벽해지기 위해 춤을 연구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회고했다.

‘라 바야데르’는 클래식 발레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리우스 프티파가 1877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황실 발레단(지금의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처음 선보였다. 고대 인도를 배경으로 힌두 사원의 무희 니키야와 전사 솔로르, 솔로르의 약혼녀인 감자티 공주, 니키야를 짝사랑하는 최고승려 브라민의 엇갈린 사랑과 비극적 결말을 다루고 있다. 특히 김기민은 솔로르 역으로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받는 등 이 작품에 100회 가까이 출연했을 만큼 친숙하다. 다만 두 사람 모두 국립발레단이 채택하고 있는 유리 그리고로비치 안무 볼쇼이 발레단 버전을 추는 것은 처음이다.

김기민은 “‘라 바야데르’는 발레단마다 재안무한 버전이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전체적인 구성과 춤들이 비슷하기 때문에 춤출 때 그다지 어려움은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박세은은 “마린스키 발레단과 달리 파리오페라발레는 ‘라 바야데르’를 자주 올리지 않는다. 내가 니키야로 출연한 것은 2010년 유니버설 발레단, 2015년 마린스키 발레단, 2021년 파리오페라발레에 이어 이번 국립발레단이 네 번째다. 파리오페라발레에서 2026년 올릴 계획이라 이번 공연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국립발레단

2010년에 이어 이번에 ‘라 바야데르’에 함께 출연하는 박세은과 김기민은 이 작품과 관련해 서로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있다. 2015년 박세은이 파리오페라발레 대표로 마린스키 발레단에 와서 니키야로 출연했고, 같은 해 김기민이 마린스키 발레단 대표로 파리오페라발레에서 솔로르로 출연했던 것이다. 다만 두 차례 모두 파트너로 추지는 않았다.

김기민은 “2015년 파리오페라발레에 출연하기 직전 마리스키 발레단의 중국 투어에서 부상을 당했었다. 공연 취소를 고려할 만큼 부상이 만만치 않았지만 파리오페라발레에서 꼭 춤추고 싶었다”면서 “당시 누나가 매일 약을 가져다주는 등 많이 챙겨준 덕분에 무사히 공연을 마쳤었다”고 고마워했다. 이에 박세은은 “기민이가 파리오페라발레에서 ‘라 바야데르’를 추고 간 후 동료들이 기민이의 영상을 돌려봤다. 다치고도 춤을 잘 추는 기민이 모습에 동료들이 놀라던 기억이 난다”고 웃었다.

한편 박세은과 김기민은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는 꿈을 가진 한국 무용수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김기민의 경우 발레리노 전민철의 마린스키 발레단 입단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 것이 알려지기도 했다. 박세은은 “현재 파리오페라발레에는 정단원 4명과 준단원 1명, 산하 주니어 컴퍼니 단원 2명 등 한국 무용수가 7명으로 늘었다. 내 역할은 후배들이 힘들어 할 때 토닥토닥 하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김기민은 “그동안 마린스키 발레단 예술감독에게 한국 무용수들의 영상을 자주 보여줬다. 그러다가 전민철이 오디션을 통해 입단이 결정됐는데, 앞으로도 많은 한국 후배 무용수들이 입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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