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비용 22조 '돈잔치'…WSJ "비싸고 오래 걸리고 짜증나"

현예슬 2024. 10. 28.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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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의 TV토론을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 AP=연합뉴스


미국 대선을 열흘 앞둔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비싸고, 오래 걸리고, 짜증 난다"면서 미 대선의 유별난 특징을 문제 삼았다.

선거 비용을 추적하는 비당파 그룹 오픈 시크리츠에 따르면, 올해 미국 대선에 사용된 비용은 모두 159억 달러(약 22조1089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2020년 대선(183억4000만 달러)보다는 줄었지만, 2016년(85억1000만 달러)의 두 배에 육박한다. 2000년(56억2000만 달러), 2004년(68억9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3~4배 크다.

WSJ는 "많은 미국인이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의 선거는 선진 민주국과 비교해 아주 예외적인 경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같은 북미 국가인 캐나다의 선거 기간은 36~50일 정도이며 2021년 선거 당시 총비용은 6900만 달러(약 959억원)에 그쳤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유권자 1인당 선거 비용은 영국·독일과 비교해 40배나 많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지난 7월 총선에서 압승한 영국 노동당 키어 스타머 총리. AFP=연합뉴스


영국의 경우 내역이 공개된 2019년 기준 달러 환산 선거 비용은 8000만 달러(약 1112억원)로 전해진다. 올해 비용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각 당이 올 상반기 거둬들인 정치자금이 모두 9700만 달러(약 1348억원)에 달한다. 이들이 모두 선거 비용으로 지출되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2019년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WSJ은 추정했다.

노동당 키어 스타머 총리로 정권 교체가 이뤄진 올해 영국 선거는 모두 6주 동안 진행됐다. 해당 기간 노동당이 거둬들인 정치 자금은 1230만 달러(약 171억원)에 불과했다. 실각한 리시 수낵 전 총리의 보수당은 250만 달러(약 34억원)를 걷는 데 그쳤다.

반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첫 2주 동안 3억 달러(약 4171억원)를 거둬들였다. 민주당의 총 후원금 모금은 10억 달러(약 1조3905억원)에 달한다. 1분당 9000달러(약 1251만원)를 쓸어모은 셈이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8억 달러(약 1조1124억원)를 모금했다.

이 같은 천문학적 정치자금의 대부분 원천은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등과 같은 고액 기부자들이다.

테스랄 최고 경영자 일론 머스크. 로이터=연합뉴스


오픈 시크리츠에 따르면 2004년 미국 선거 당시 100만 달러(약 13억9000만원) 이상 고액 정치자금 후원자는 23명에 불과했지만, 이번 선거에는 408명이 총 23억 달러를 쾌척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고비용 선거 구조는 상당 부분 미국의 특성 때문이다. 미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워낙 방대한 데다 연방제라는 독특한 전통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어 선거 제도 유지에 다른 민주 국가와 비교할 수 없는 막대한 비용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상하원 선거가 함께 치러지는 미국 선거의 전통 역시 비용 상승 이유 중의 하나다. 게다가 미국은 각 당의 후보 선출 단계부터 예비선거(프라이머리) 제도를 시행하기 때문에 비용과 기간 모두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 영국과 프랑스 등 대부분 국가가 법으로 엄격하게 선거 비용 상한을 제한한 것과 달리 미국에서는 이 문제를 표현의 자유와 연결돼서 해석한다.

다만 미국에서도 풀뿌리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고비용 구조와 무분별하게 범람하는 정치 광고, 고액 후원자들의 커지는 정치적 영향력에 대해 우려가 일고 있다. 퓨리서치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7명이 선거 비용 제한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반대는 10명 중 1명에 불과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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