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의원 “사양벌꿀 인정, 농림부 역대급 큰 실수” [쿡 인터뷰]

최은희 2024. 10. 2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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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3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희태 기자

22대 국회 농촌진흥청 국정감사에서 벌꿀, 상추, 아몬드가 등장했다. 꿀벌 실종 사태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고하고 정책적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당시 첫 질의자로 나선 이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23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이 의원은 “꿀벌이 사라지면 꿀벌 의존도가 높은 국내 농업도 큰 타격을 받는다”며 “인위적으로 벌에게 설탕을 먹여 만든 사양벌꿀을 인정한 것은 농림축산식품부 유사 이래 가장 큰 실수다.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하고 꿀벌 생존에 이바지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소속 이 의원은 ‘평택의 농심(農心)’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치인이다. 이 의원에게 평택은 남다른 도시다. 나고 자란 터이자 꿈을 키워준 고향이다. ‘농부의 아들’ 이 의원은 평택시 팽성읍에서 태어났다. 초·중·고교는 물론 유학 후 첫 직장도 평택에서 얻었다. 평택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제자를 길렀다. 고향 평택의 발전은 자연스레 이 의원의 숙원이 됐다. 오랜 시간 평택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지역 사정을 두루 살핀 이유다. 뚝심 있는 ‘지역 일꾼’이 돼 중앙 정치권에 지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하고 싶었다. 

이 의원이 첫 상임위로 농해수위를 지망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의 지역구인 경기 평택을은 도농 복합지역이다. 지역 농민만 2만5000여명에 달한다. 이 의원은 “농업은 국민 먹거리를 해결하는 가장 기초적인 산업이자 평택의 근간”이라면서 “총선 당시 지역민들의 바람에 따라 농해수위에 지원하겠다고 약속했고 실행에 옮겼다.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책무”라고 밝혔다. 
이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권재한 농촌진흥청장에게 꿀벌 폐사와 관련해 질의하기에 앞서 아몬드와 상추와 꿀을 들어보이며 공통점이 무엇인지 묻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이 의원은 ‘꿀벌 실종’ 사태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1일 농해수위 농촌진흥청 국정감사에선 벌꿀, 상추, 아몬드를 직접 들고나와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꿀벌은 꽃가루를 암술로 옮겨 묻혀 열매를 맺도록 하는 수분매개자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100대 작물 중 71%가 꿀벌을 매개로 수분하고 있다. 꿀벌이 사라지면 곡물·과일·채소 재배는 물론 국민의 삶도 큰 영향을 받는다. 

이 의원은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94만4000여개 벌통이 망가졌다. 141억~188억마리가 폐사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미국·유럽 등 해외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꿀벌 실종에 관심을 갖고 연구지원과 정책을 펴고 있는 반면, 국내는 관련 대응이 늦어지고 있다”며 “농촌진흥청은 지난해가 돼서야 대응을 시작했고 연구용역은 2018년 1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꿀벌 실종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사양벌꿀’ 문제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사양벌꿀은 사람이 인위적으로 벌에게 설탕을 먹여 만든 꿀을 말한다. 현재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사양벌꿀을 식품 유형으로 취급하지 않고 있다. 사양벌꿀을 식품으로 판매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현재 사양벌꿀은 유통 시 ‘벌에게 설탕을 먹여 만든 꿀’이라는 설명을 표기하게 돼 있다. 하지만 12포인트 크기의 작은 글씨로만 표기하면 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사양벌꿀을 천연벌꿀로 오인할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가 있다. 

이 의원은 “사양벌꿀은 천연벌꿀과 달리 건강 보조 효능이 떨어진다. 사양벌꿀인지 모르고 소비할 경우, 설탕을 먹는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먹거리 문제에서 국민을 지킬 의무가 있다. 국민이 속을 수 있는 일말의 여지조차 남겨서는 안 된다”며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 나서겠다고 피력했다. 
이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3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희태 기자

꿀벌의 ‘밥줄’인 밀원수 조림에도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이 의원은 “토질이 나쁘거나 비탈이 심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한계농지를 활용해 주도적으로 지역 특화형 밀원수를 보급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밀원숲을 조성할 경우, 수익이 나올 때까지 초기 비용을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정부 보조금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지역구인 평택에 ‘양봉특화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게 이 의원이 그리는 청사진이다. 이 의원은 “꿀벌 산업을 제대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양봉에 특화된 단지를 만들어야 한다”며 “지역 농민들과의 협의를 통해 평택 내 농도 10000평 이상을 양봉특화단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입 베트남꿀 판매가 늘고 있다.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국산 벌꿀은 경쟁력을 완전히 잃을 것”이라며 “뉴질랜드 ‘마누카꿀’처럼 세계시장에서 한국의 천연벌꿀이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초석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앞으로의 의정활동에서 정치와 국민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정치의 힘”이라며 “국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 법안을 만드는 게 나의 사명이다. 중앙정치에 발 디디기까지 20여 년간 갈고 닦은 경험을 제대로 쓰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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