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방송·문화] 조승우의, 조승우에 의한, 조승우를 위한 ‘햄릿’

장지영 2024. 10. 28.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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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햄릿'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고전 중의 고전이다.

지난 25일 언론에 처음 공개된 예술의전당 '햄릿'은 그저 조승우의, 조승우를 위한, 조승우에 의한 연극이었다고밖에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

조승우가 연기한 햄릿은 죽은 선왕의 복수 요청이 초래하는 딜레마에 괴로워하는 지적인 캐릭터다.

조승우는 자유자재의 연기와 대사톤으로 햄릿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능수능란하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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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출연 소식에 전석 전 회차 매진
첫 연극 출연에도 압도적 연기력 뽐내
햄릿의 좌절 강조한 연출도 설득력
배우 조승우는 첫 번째 연극인 ‘햄릿’에서 압도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그의 연기력이 드라마나 영화뿐만 아니라 연극 무대에서도 빛을 발한다는 걸 증명했다. 관객들은 그가 앞으로 더 많은 연극에 출연하길 바라고 있다. 예술의전당 제공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고전 중의 고전이다. 그리고 타이틀롤인 햄릿은 남자 배우들에게 평생의 로망으로 통한다. 방대한 대사량과 뛰어난 연기력으로 작품을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웬만한 존재감을 가진 배우가 아니면 햄릿 역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예술의전당이 올해 토월정통연극시리즈로 신유청 연출 ‘햄릿’(10월 18일~11월 17일 CJ토월극장)을 선보인다고 했을 때 “또 햄릿이야?”라는 반응이 많았다. 올해 신시컴퍼니와 국립극단이 잇따라 대극장용 ‘햄릿’을 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인공으로 조승우가 캐스팅됐다는 발표가 나면서 기대감이 커졌다. 첫 연극 도전이지만 뮤지컬, 드라마, 영화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뽐낸 조승우가 어떤 햄릿을 보여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연극 ‘햄릿’은 티켓 오픈과 함께 1000석 규모의 CJ토월극장 전석 전 회차를 매진시켰다.

지난 25일 언론에 처음 공개된 예술의전당 ‘햄릿’은 그저 조승우의, 조승우를 위한, 조승우에 의한 연극이었다고밖에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 조승우가 연기한 햄릿은 죽은 선왕의 복수 요청이 초래하는 딜레마에 괴로워하는 지적인 캐릭터다. 조승우는 자유자재의 연기와 대사톤으로 햄릿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능수능란하게 보여줬다. 딕션도 훌륭한 데다 장면에 따라 대사의 긴장과 이완의 리듬감을 살린 것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이 없었다.

또 이번 공연에서 흥미로운 것은 ‘햄릿’에 대한 황정은의 각색과 신유청의 연출이다. 현대에 올수록 많은 연출가가 ‘햄릿’을 가족의 이야기 또는 철학적 드라마로 분석하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일반 관객이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 노르웨이와 폴란드에 대한 내용을 삭제한 뒤 햄릿과 주변 인물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특히나 유럽의 역사에 친숙하지 않은 한국에서는 역사적인 내용을 삭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신유청과 황정은의 ‘햄릿’은 원작을 존중하면서 시대적 변화 속에 놓인 햄릿의 문제로 해석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햄릿의 대척점으로 노르웨이 포틴브라스 왕자의 존재를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 포틴브라스는 햄릿 아버지인 덴마크 선왕에게 살해당한 노르웨이 선왕의 아들이다. 그런데, 노르웨이도 덴마크와 마찬가지로 선왕의 동생이 왕위를 계승했다. 하지만 햄릿과 포틴브라스의 대처 방식은 달랐다. 포틴브라스는 햄릿처럼 복수를 고민하는 대신 덴마크 때문에 잃어버렸던 폴란드 땅 회복을 위해 싸우는 등 앞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행동한다. 햄릿에게 자기반성의 동기를 부여하는 인물인 셈이다. 그래서 햄릿은 죽으면서 덴마크를 포틴브라스에게 넘긴다.

이와 함께 햄릿의 친구 호레이쇼의 존재감도 크다. 이번 작품에서 햄릿과 오필리어의 사랑보다는 햄릿과 호레이쇼의 우정이 더 크게 다가온다. 햄릿이 유명한 마지막 대사 “이제 남은 것은 침묵뿐”을 다 끝내지 못하고 죽은 뒤 호레이쇼가 마무리 짓는 것도 이런 해석에 따른 것이다.

예술의전당의 ‘햄릿’은 이제 한국의 ‘햄릿’ 공연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됐다. 그리고 이번 공연을 본 관객이라면 한마음으로 바라는 것이 생겼다. “이제 바라는 것은 조승우가 앞으로 연극에 더 많이 출연하는 것뿐”.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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