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시설 타격 제외’ 수위 조절한 이스라엘… 이란도 자제 모드

조성은 2024. 10. 28. 01: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6일 새벽 전투기로 군사시설 공습
“美와 조율, 이란에 미리 표적 통보”
향후 전개는 美 대선 결과에 달려
헤르지 할레비(왼쪽) 이스라엘군 참모총장과 토메르 바르 이스라엘 공군 사령관이 26일(현지시간) 텔아비브의 지하 군사시설에서 이란 공습을 지휘하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이스라엘 공군 F-15I 전투기가 출격 전 대기하는 모습. 신화,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을 26일(현지시간) 전격 단행했다. 다만 핵시설과 석유시설 등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국제유가 폭등을 야기할 수 있는 핵심 목표물은 공격하지 않음으로써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란 역시 이스라엘의 공격을 과소평가하면서 당장 직접적인 군사적 대응은 자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신들은 이스라엘이 미국 대선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보복 수위를 조절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대선 정국에서 중동 정세가 통제 불능으로 치닫지 않도록 이스라엘에 자제를 촉구해 왔다. 하지만 대선에서 반이란 성향이 강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이스라엘은 미국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져 더욱 강도 높은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새벽 2시부터 약 4시간에 걸쳐 이란 수도 테헤란과 이스파한 등 주요 도시 인근의 군사시설을 공습했다. 이스라엘 공군 전투기들은 이란 영공에 진입하지 않고 이라크 상공에서 공중발사탄도미사일(ALBM)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은 이란 영토 내 방공포대와 레이더 기지, 드론 및 탄도미사일 생산시설을 목표물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이번 공습으로 탄도미사일용 고체연료 혼합시설이 파괴됐으며 이에 따라 이란의 미사일 생산능력이 최소 1년간 마비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핵시설과 석유시설을 방어하기 위한 방공미사일 포대도 파괴됐다고 이스라엘 측은 밝혔다.

피해 규모에 관한 이란군의 발표 내용은 이스라엘군의 발표와 상반된다. 이란군 총참모부는 “일부 국경 지역과 테헤란의 레이더 시설이 제한적인 피해를 입었다”며 “피해를 본 시설은 수리 중이거나 이미 재가동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공습으로 이란군 병사 최소 4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란의 자식들이 조국을 지키다가 목숨을 희생했다”며 “용감한 군인과 경찰관이 순교한 데 대해 유가족과 이란 국민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란은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암살된 것에 대해 보복한다며 이달 초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180여발을 발사했다. 이스라엘이 즉각 재보복을 천명하면서 전면전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스라엘 정부 내부에서 이란 핵시설이나 석유시설 타격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확전을 우려한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 핵시설과 석유시설 대신 군사시설을 공격하라고 지속적으로 이스라엘을 압박해 왔다.

이스라엘은 미국 측 요구에 따라 확전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이스라엘이 공습 직전 이란 측에 타격 목표물 등을 사전 통보하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바이든 행정부에도 공습 계획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펜실베이니아주를 방문 중이던 바이든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이스라엘이 군사시설 외에 다른 곳은 타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나는 이것이 끝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란도 즉각적인 대응은 자제하려는 분위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집트·카타르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이란은 영토 침해에 맞서 단호하고 비례적으로 대응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면서도 “모든 대응은 적절한 시기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군 총참모부도 “이란은 적절한 시기에 침략 행위에 대응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소강상태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국 대선 결과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등 이란에 강경한 트럼프가 당선되면 이스라엘이 다시 핵시설이나 석유시설 공습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 있어서다.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번에는 이스라엘이 미국과의 완전한 협력을 선택했다”면서 “하지만 이번 공격은 향후 있을 더욱 강도 높은 공격의 서곡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