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주의 시선] 이재명 선고의 아전인수식 기대
11월은 세계적으로 예측 불가한 일이 꽉 차 있다. 미국 대선의 결과가 그렇고, 북한군까지 끼어든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역의 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 글로벌 안보ㆍ경제 변화에 취약한 우리로선 하나하나가 버거운 변화다. 그런데도 국내 정치 상황이 국제적 이슈들을 능가하는 뉴스가 되고 있다.
당장 김건희 여사 문제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않을 분위기다. 물론 유아무야 넘어가도 안 될 일이다. 다음 달 9일이면 윤 대통령 임기의 반환점에 접어들지만 남은 임기에 대한 긍정적 예상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조국혁신당은 탄핵소추안을 이날 공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당의 집안싸움을 지켜보는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17일 공천 개입 의혹을 더한 세 번째 특검법을 발의했는데, 다음 달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두 번째 특검법 투표에서 4표가 이탈한 데다 윤-한 갈등 때문에 고무적인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특검법 표결을 계획한 다음 날인 15일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진다. 현재 이 대표가 받고 있는 4개의 재판 가운데 첫 판결이다. 검찰은 징역 2년을 구형했는데, 벌금 100만원 이상의 확정판결이 나오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2027년 대선 출마도 할 수 없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 선거비용으로 보전받은 434억원을 반납해야 한다.
25일에는 징역 3년이 구형된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결과가 나온다. 이 대표가 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해 위증했다는 내용인데, 지난해 9월 이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담당 판사가 “위증 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고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1심이지만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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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이재명 두 재판 1심 선고
법원 압박하며 장외투쟁 예정
용산도 판결 영향 기대 말아야
」
이 때문에 민주당의 정치 시계가 11월에 맞춰져 있는 게 당연해 보인다. 민주당은 판사들에 대한 탄핵을 언급하고, 사법부에 대한 입법 통제를 운운하면서 법원을 압박해 왔다. 국정감사에서도 이 대표의 범죄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법정에 선 변호인들처럼 펼쳤다. 오죽하면 윤준 서울고법원장이 “법원을 믿지 못해 압력으로 비칠 행동을 하는 것은 삼가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겠나. "법원을 믿고 조용히 기다려주시면 우리나라 전체가 한 단계 더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그의 당부를 간과해선 안 된다.
부각되진 못했지만 의원 40여 명이 소속된 모임 ‘더 여민 포럼’은 지난 16일과 22일 국회에서 토론회도 개최했다. ‘공직선거법상 당선 목적 허위사실 공표죄의 몇 가지 쟁점’과 ‘위증 교사 성립 요건에 관한 쟁점’이라는 주제였는데 이재명 대표가 11월 맞게 되는 선고에 관한 내용이었다. 선거법과 관련해선 “민주주의 선진 국가에서 이런 것을 갖고 제1 야당 대표, 가장 유력했던 야당 (대선) 주자를 기소한다는 것을 저는 들어 보지 못했다”(정성호 의원)는 등 정치탄압이라는 취지의 주장이 나왔다. 대장동 개발의 핵심 실무자였던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말한 혐의인데, 스스로 세상을 등진 그의 생전 말과 이후 공개된 사진 등과는 차이가 있다.
예상되는 시나리오였지만 민주당은 다음 달 2일부터 장외로 분위기를 끌어내기로 했다. 적시에 적인 줄로만 알았던 검찰의 결정이 힘을 보탰다. 집회 명칭도 ‘김건희 규탄 범국민대회’다.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한 데 대한 대응이라지만 사실상 윤 대통령 탄핵 집회나 다름없다. 이재명 대표도 “말해도 안 되면 징치(懲治ㆍ징계해 다스림)해야 한다. 징치해도 안 되면 끌어내려야 한다”고 운을 띄워놨다. 유죄 선고가 나도 반정권 투쟁을 강화할 태세다.
막막한 건 여권이다. 변화 요구를 철저히 외면하며 “업보로 생각”하고 “돌은 던져도 맞고 가겠다”는 대통령의 입장이 중심에 있다. 시간은 자신의 편이라 생각하거나, 혹시 간신히 20%를 지켜낸 지지율이 이재명 대표 1심 선고를 계기로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라도 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이 대표가 연루된 비위 사건들의 진행 과정을 지켜보고,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경험하며 ‘심리적 탄핵’ 상태에 돌입한 국민은 둘에 대해 시소타기와 같은 지지를 않을 것이다. 양측 모두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압박이나, 선고를 아전인수식으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거둬들여야 한다.
문병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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