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선의 이코노믹스] 일률적 정년 연장 아닌 기업 사정 맞는 고용 연장 선택해야

2024. 10. 28. 00:4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본격화하는 정년 연장 논의


김경선 한국공학대학교 석좌교수·한국퇴직연금개발원 회장
초고령사회가 도래하고 있다. 흔히 고령화의 단계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구분한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을 차지하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2년 17.4%에서 2025년 20.3%, 2050년에는 40.1%에 이르러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들게 된다.

초고령사회로의 전환은 우리 경제에 많은 변화와 비용을 초래하게 된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15세 이상 64세 미만 생산연령인구가 2019년 3762만8000명을 정점으로 매년 20만~30만명씩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령자가 더 오래 일하는 것은 불가피하며 고령자 고용이 증가할 경우 많은 장점이 있다. 고령자 고용의 증가는 가속화하는 생산연령인구 감소를 완화하고, 노인 부양비를 낮추며, 연금재정 부담도 완화할 수 있다. 202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보고서에서도 55세 이상 고령자 고용이 증가할 경우 고용률과 경제성장률 모두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 생산연령인구 감소 가속화하며
고령자 근로·고용 확대 불가피

정년 연장, 청년 고용 줄일 우려
기업 임금 부담 크게 늘 수 있어

고령화 단계별 사전 입법 추진한
일본 고용확보조치, 대안될 수도

고령자 고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는 바로 정년제도다. 나이를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고용 관계를 종료하는 정년제는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OECD 국가에서 찾아보기 힘든 제도다. 정년제는 정규직에 대한 강한 고용 보호와 연공급 임금 체계를 가진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생산성과 임금과의 괴리를 줄이고 기업이 총 인건비 조정을 통해 신규 채용 여력을 확보하는 기능을 주로 수행하고 있다.

정년, 인사 관리와 생애 설계의 기본
최근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정년 연장에 대한 요구도 커지는 등 정년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고령자고용법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해 사업장의 사정에 따라 정년을 60세 또는 60세를 초과해 정할 수 있다. 최소 기준이 60세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은 정년을 60세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법률상 정년 규정이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즉 현재 60세 정년이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인사 관리에 있어 기본 틀이 돼 있고, 근로자 입장에서도 노후 생애 설계에 있어서 60세를 기준으로 자산 관리 계획을 세우게 된다. 따라서 법률상 정년 연령의 조정 또는 연장은 노동시장 전체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미치고, 기업의 인사 관리와 국민 개인의 생애 설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런 만큼 다각적이고 충분한 검토가 선행돼야 하는 문제다.

신재민 기자

정년 문제를 검토함에 있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첫째, 정년 연장이 청년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기존 연구 중 OECD 국가의 사례 분석을 통해 고령자 고용과 청년 고용과의 관계가 대체 관계(trade-off)가 아니라 오히려 정(+)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국가 단위의 거시 경제 차원의 분석이고 실제 미시적 관점에서 개별 기업 단위로 보자면 다른 변수 없이 정년만 급격히 연장될 경우 호봉제 기업의 경우 인건비 상승으로 신규 채용 여력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정년 연장이 청년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리나라의 2016~17년 ‘60세 정년 의무화’ 전후를 비교해 청년 고용에 미친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들이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요섭 박사가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DB) 원자료를 활용한 사업체 분석 결과, 정년 연장 대상이 1인 증가할 때 민간 사업체에서 평균 0.2명의 청년 고용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사업체 규모가 크고 고용 보호가 상대적으로 강한 기업에서 청년 고용에 더 부정적 효과를 미친다는 실증 분석 결과를 내놨다. 김대일 서울대 교수도 정년 60세 의무화가 시행된 직후 2017~19년 전일제 일자리 기준으로 56~60세 장년층 고용이 1명 증가할 경우, 23~27세 전일제 청년 일자리가 적게는 0.29개에서 1.14개까지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정년 연장이 조기 퇴직 유발 않게 해야
둘째, 정년 연장 논의와 연관해 우리나라의 강한 연공급 임금 체계의 문제점과 임금 체계 개편에 관한 대법원 입장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의 호봉급 운영 현황을 보면 2023년 기준 300인 이상 기업은 58.4%, 1000명 이상 기업은 65.1%로 기업 규모가 클수록 그 비중은 크게 나타났다. 또한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가 연공 상승으로 인한 임금 인상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10년간 고용이 연장될 경우 연공임금 인상분은 우리나라가 15.1%로 OECD 평균(5.9%)보다 월등히 높았다. 호봉제는 근속 기간이 길어질수록 생산성과 무관하게 임금이 인상돼 고령자의 장기 고용 안정을 저해하게 된다.

김주원 기자

그런데 기업 차원에서 호봉제에서 성과급제나 직무급제로 변경하려고 해도 노동조합의 집단적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일부 근로자에게는 이익이 되고 일부에는 불이익이 되는 경우 근로 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으로 보아 노동조합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며, 취업 규칙 변경에 있어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을 경우 노동조합 동의 요건에 대해 완화해서 해석했던 부분도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반드시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강화됐다.

셋째, 정년 연장이 고령자의 실질적 고용 안정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과거 60세 정년 의무화의 경우 상당수 기업의 경우 기존 55세 정년에서 60세로 5년이 한꺼번에 늘어나는 급격한 변화로 인한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2013년 입법화 이후 2016년 법 시행 이전에 명예퇴직 등의 방식으로 중장년층의 조기 퇴직을 유발해 오히려 고령자 고용에 일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본, 고령자 고용에 기업 선택권 인정
이러한 3가지 사항을 고려할 때, 급격하고 일률적인 방식의 정년 연장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똑같은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차원에서 기업 단위의 선택권을 인정한 일본식의 고령자 고용확보조치 의무화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판단된다.

김주원 기자

일본은 고령 사회의 단계별로 사전적인 입법을 추진해 왔다. 일본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2006년보다 훨씬 앞서 2000년에 65세 고용확보조치 노력 의무화를 하고 2004년에 고용확보조치 의무화를 입법화했다. 그리고 실제 시행은 2006년부터 두 단계로 나눠 실시했는데 2012년까지는 노사가 기준을 만들어 확보조치 대상자를 선정할 수 있게 했고, 2013년부터는 희망 근로자 전원에 대한 고용확보조치를 하도록 했다. 정년 연령도 61세부터 단계적으로 65세까지 도달하도록 했다.

고용확보조치의 내용은 정년 연장, 정년 폐지, 그리고 계속고용제도다. 계속고용제도는 60세 정년 근로자를 촉탁 등 계약직으로 매년 계약해서 65세까지 고용하는 것이다. 2022년 기준 고용확보조치 중 계속고용제도 도입이 전체 기업의 70.6%로 가장 높고 300인 이상 기업은 83.3%로 비중이 더 높다. 통상 계속고용 시 대기업의 경우 임금이 정년 전보다 대폭 감소하게 되는데, 60세 이후 임금이 그 이전의 75% 이하로 낮아질 경우 정부가 지원금을 지급한다. 그 결과 2023년 기준 99.9%의 기업이 고용확보조치를 이행하고 있으며, 60세 이상 상용근로자는 2014년에 비해 59%가 증가했다.

정년과 연급 수급 연령 불일치 해소해야
일본과 비교하면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둔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자 고용에 있어서 준비는 미흡하다. 이미 60세 정년에 도래한 1961~64년생의 경우 연금 수급 연령이 63세로 사업장의 정년과 연급 수급 연령 사이의 격차가 발생했다. 연금 수급 연령과 주된 일자리에서 은퇴하는 연령을 일치시키기 위한 조속한 입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급할수록 꼼꼼히 짚어야 할 것은 고령자 고용의 기본 틀을 노사정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청년 고용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65세까지 실질적인 고용 안정을 위해 그에 따르는 비용을 노사정이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일률적인 정년 연장 방식이 아닌 기업 단위에서 계약직 형태로 재고용하는 등 기업 형편에 맞게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일정 기간 순차적 은퇴 연령 조정 등 점진적 접근으로 근로자 간에 형평성을 도모해야 한다. 셋째, 호봉제로 인한 생산성과 임금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임금 체계 개편에 노사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하며, 정부 차원에서도 일본식의 계속고용지원금을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적극 지원해야 한다. 현재 노인 일자리 예산이 지방자치단체 예산까지 포함할 경우 5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공공부문의 지속 가능성이 작은 일자리에 지원하는 예산의 일부를 민간 부문 고령자 고용으로 전환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볼 만하다.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진행중인 60세 이상 계속 고용 논의의 신속한 결과 도출과 입법 추진을 기대해본다.

김경선 한국공학대학교 석좌교수·한국퇴직연금개발원 회장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