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위고비에 기적이 있을까

문수정,산업2부 2024. 10. 2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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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 '위고비'가 대한민국에 상륙하자마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대한비만학회가 꼽은 위고비 부작용으로는 구토, 설사, 췌장염 등이 있다.

위고비가 그저 쉽게 살 빼는 약(정확히는 주사제다)으로 굳어진다면, 체중감량을 그저 치료제에 의존하려는 기현상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보다 더 날씬해지려는 욕망, 문제를 최대한 손쉽게 해결하려는 편의주의, 돈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인식이 굳게 박힌 사회에서 위고비 같은 비만치료제는 중독성이 없어도 중독적인 존재가 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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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정 산업2부 차장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대한민국에 상륙하자마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놀랄 일은 아니다. 위고비가 뭔지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측할 만한 상황이었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날씬 강박에 빠진 한국 사회에 위고비가 뭇사람을 사로잡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지사다. 가격이 최대 관심사였는데, 미국의 절반 수준인 한 달에 약 80만원 정도로 결정되며 지갑이 기꺼이 열리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돈만 있다고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 처방 기준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사람 또는 고혈압 등의 질환을 1개 이상 동반하면서 BMI가 27~30 범위에 있는 경우에 위고비를 처방받을 수 있다.

비만은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96년에 이미 비만을 장기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정의했다.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성인 10명 중 4명은 비만으로 조사됐다. 위고비의 등장은 그래서 반가운 측면이 있다. 최대 15~17%의 체중 감량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효과적인 치료제를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문제는 위고비가 현재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치료제’가 됐다는 점이다.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계속되는 의료대란을 이유로 비대면 치료가 허용되면서다. 원칙은 통하지 않고, 적절히 제시된 제약은 힘을 잃었다. 치료가 필요한 이들뿐 아니라 쉽게 살을 빼려는 이들까지 더해지면서 과열 양상이 나타났다. 품귀 현상으로 진짜 치료가 필요한 이들이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의료계에서는 무분별한 처방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한다. 대한비만학회가 꼽은 위고비 부작용으로는 구토, 설사, 췌장염 등이 있다. 대한비만학회는 치료 대상자만 처방받아야 한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날씬 강박을 심화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위고비가 그저 쉽게 살 빼는 약(정확히는 주사제다)으로 굳어진다면, 체중감량을 그저 치료제에 의존하려는 기현상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마약성분이 들어간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에 청소년들이 중독되며 벌어진 사건 사고를 경험했지만, 딱히 반면교사로 삼지 못한 모양새다.

위고비는 진정 ‘기적’을 가져다줄까. 기적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언제까지나 날씬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건 확인됐다. 위고비는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처럼 몸 안에서 작용하며 살이 찌지 않게 해주는 치료제다. 위고비 투약을 중단하고 식이요법이나 운동 등을 병행하지 않으면 요요현상이 나타난다. 위고비의 열기를 띄운 데 일조한 유명인 중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1년 만에 13㎏을 감량하며 위고비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간헐적 단식과 운동을 병행했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고 있는 열기를 보면 식이요법과 운동은 누락된 채 위고비 효과에만 집중하는 듯하다.

이 와중에 비만치료제와 연관된 바이오·제약산업 주가는 뛰고 있다. 돈의 흐름이 비만치료제로 향하는 걸 보면 이런 상황은 쉽게 달라지지 않으리라는 예감이 든다. 지금보다 더 날씬해지려는 욕망, 문제를 최대한 손쉽게 해결하려는 편의주의, 돈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인식이 굳게 박힌 사회에서 위고비 같은 비만치료제는 중독성이 없어도 중독적인 존재가 될 수 있을 듯하다. 많은 사람이 원한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사실상 누구나 위고비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굳어진다면 치료제 때문에 병드는 사회가 될지도 모른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문수정 산업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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