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大眼 活胸 硬脊 健脚(대안 활흉 경척 건각)

2024. 10. 2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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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침착하다 보면 우울하기 쉽고, 통쾌하다 보면 침착하지 못할 수가 있기 때문에 ‘침착통쾌!’, 즉 침착한 가운데 통쾌한 삶을 살기가 쉽지 않다. 서예로 읽은 『논어』를 통해 ‘침착통쾌’의 기쁨과 즐거움을 누려보자며 시작한 ‘필향만리(筆香萬里)’가 어언 150회를 훌쩍 넘겨 『논어』 20편 중 제11 ‘선진’ 편 구절을 소개하는 반환점에 와있다. 제도와 사회구조의 차이로 공자님 당시에나 적용할 수 있었던 얘기는 걸러내고, 이 시대에도 적용할 수 있는 구절을 골라 필(筆:붓)의 향(香:향기)과 향(響:울림)을 전하고자 서예작품과 함께 연재해온 ‘필향만리’가 독자 여러분의 삶을 ‘침착통쾌’하게 하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眼:눈 안, 活:살 활, 胸:가슴 흉, 硬:꼿꼿할 경, 脊:허리 척, 健:건강할 건, 脚:다리 각. 크게 뜬 눈 살아있는 가슴 꼿꼿한 허리 튼튼한 다리. 31x70㎝.

반환점 즈음에서 오늘은 『논어』 밖의 한 구절로 ‘침착통쾌’의 필향을 느껴 보기로 한다. 항일의병장 유인석(柳麟錫, 1842~1915)선생은 “대안(大眼), 활흉(活胸), 경척(硬脊), 건각(健脚)” 8글자를 필향으로 남겼다. “높고 먼 안목의 크게 뜬 눈, 사랑이 샘솟는 살아있는 가슴, 아무에게나 굽실대지 않는 꼿꼿한 허리, 열심히 일하는 건강한 다리”라는 뜻이다. 머리로부터 다리까지 ‘내 몸으로 내가’ 마련할 수 있는 ‘침착통쾌’의 길이다. 유인석 선생의 필향이 참 진하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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