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티베트의 영광과 희망, 조캉사원
7세기 티베트는 당나라의 수도 장안을 점령할 정도로 막강한 중앙아시아의 맹주였다. 송첸캄포(581~649)는 티베트뿐 아니라 네팔, 북인도, 서부 중국 일대를 장악해 토번 제국을 세웠다. 그는 영토 확장을 비롯해 불교를 국교화하고 고유한 문자를 제정한 실질적인 티베트 건국의 아버지였다. 당 태종은 욱일승천하는 토번과 화친을 위해 문성공주를 송첸캄포의 제2왕비로 보내게 된다. 641년 공주는 석가모니의 12세 등신상을 지참해 시집왔고, 석가 생존에 조각한 것으로 전하는 이 ‘각와불’을 모시기 위해 조캉사원(大昭寺)을 건립했다.
현존 본전인 경당대전이 창건 당시의 것이며 1000여 년간 확장을 거듭해 10여 동의 불전과 5개의 금탑, 그리고 수많은 경장과 창고·승방들이 미로같이 밀집된 사원 복합체를 이루었다. 흰 돌벽으로 세운 티베트 형식의 2층 높이 건물들이 기본을 이루고 그 위에 금박으로 빛나는 중국풍 불전들을 세웠다. 특히 4층 높이의 경당대전은 최초의 대형 목조건축으로 이후 티베트 불전들의 원형이 되었다. 외부는 붉은 커튼과 오색 깃발로 장식하고, 내부는 화려한 만다라 벽화와 금박 불상으로 현란하다. 라마교라도 불렀던 티베트 불교의 고유한 공간 분위기다.
사원 안에는 ‘낭쿼’라는 내부 순례로가, 사원 바깥을 둘러싼 ‘바쿼’라는 도심 순례로가, 더 멀리 포탈라궁과 라싸의 여러 다른 사원들로 이어지는 ‘린쿼’라는 도시 외곽 순례로가 감싸고 있다. 순례로를 시계방향으로 도는 ‘요잡’은 최고의 경배법으로 우리에겐 탑돌이 형태로 남아있다. 시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이 여러 겹의 순례로를 가득 메워 ‘요잡’을 하고, 짙은 향의 치즈 등잔과 침향을 피워 불전 안을 가득하게 공양을 한다. 사원 앞 광장에는 전국에서 모인 오체투지의 순례자로 가득하다. 토번의 영광을 대변하는 조캉사원은 수도 라싸의 도시적 중심이며, 중국 식민지가 된 티베트인들의 여전한 자부심이고 종교적 희망이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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