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청년을 고려하는’ 정년연장이어야 한다

2024. 10. 2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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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한국,초고령화 속도 세계 최고
프랑스 155년인데 25년 불과

65세 이상 생산 참여 보장으로
노동공급 감소 방어 시급해

호봉제·연공급 임금 폐지로
정년연장 부작용 최소화 필요

최근 행정안전부가 공무직 2300명의 정년을 연장했다. 현행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단계적으로 늘렸다. 공무직은 주로 시설관리와 미화 등을 맡고 있고, 무기계약직으로 공무원법이 아닌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노동자들이다.

국민의힘은 격차해소특별위원회를 만들었는데 정년연장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중장년 계속고용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며칠 전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한노인회 회장이 공개 제안한 노인연령 75세 상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초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을 기준으로 7%는 고령화사회, 14%는 고령사회, 20%는 초고령사회라고 표현한다. 7%(고령화사회)에서 20%(초고령사회)가 되는 속도를 보면 프랑스는 155년, 스웨덴은 124년이 걸렸다. 한국은 불과 25년 걸린다.

고령자 비중이 7%→20%로 변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부양비는 약 3배로 폭증하고,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도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다르게 표현하면 초고령화사회가 될수록 부양비 폭탄과 노동력 부족 이슈가 부상하게 된다.

한국은 2025년부터 초고령화 국가가 된다. 정책적으로는 두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복지체계 재정비다. 사회안전망의 취지는 살리되 세대 간 형평성,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연금개혁 이슈가 대표적이다.

둘째, 고용구조 재정비다. 일반적 오해와 달리 초고령화사회가 곧 ‘총인구 감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초고령화사회는 15~64세 인구 비중의 축소를 의미한다. 흔히 15~64세를 ‘생산가능인구’라고 표현한다. 국제적으로도 통용되는 개념이다. 생산가능인구라는 개념은 마치 65세 이상은 ‘생산이 불가능한’ 세대라는 착각을 준다. 고용구조 재정비의 핵심은 65세 이상을 생산(고용)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고령층 일자리를 최대한 활용할수록 노동공급 감소도 방어하고, 부양비 폭증도 최소화할 수 있다.

65세 이상 고령층의 노동활용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정년연장도 좋은 일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현행 제도를 유지하고 법적인 정년연장만 한다면 ‘나쁜 개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3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법적으로’ 정년이 보장되는 노동자는 상위 15% 내외에 불과하다.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노동자 일부만 ‘법적으로’ 정년이 보장된다. 나머지 노동자들은 어차피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다. 중소기업, 비정규직, 자영업은 모두 해당 사항이 없다. ‘법적’ 정년연장은 상위 15% 노동자에게만 해당하는 일이다. 현재 60세 이상 고용률은 47.4%다. 세대별 취업자 숫자 중 최대 규모다.

둘째, ‘청년노동 축소’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정부 때 2016년부터 만 60세 정년이 적용되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을 했다. 그 이전 정년은 55세 또는 58세가 많았다. 한국개발원(KDI)은 ‘정년연장이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효과’ 정책보고서를 통해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에 미친 영향을 실증 분석했다. 이에 의하면 고령층 고용 1명이 증가할 때 청년층 고용은 0.2명 감소한 것으로 나왔다.

셋째, ‘법적’ 정년연장은 상위 15% 노동자의 ‘연공급’ 임금체계를 강화해주는 꼴이다. 연공급 임금체계는 호봉제가 대표적이다. 나이와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임금체계다.

도식적으로 표현하면 25세는 연봉 2500만원, 55세는 연봉 5500만원이 적용되는 임금체계다. 호봉제와 연공급 임금은 모두 생산성과 무관한 임금체계다. ‘청년 고용을 기피하는’ 유인으로 작용한다.

고령층 노동은 활용하되 정년연장의 부작용은 줄이는 해법은 무엇일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연공급 임금’을 폐지한 사업장에 한해 조건부로 정년연장을 인정해주는 방법이다. 연공급 폐지는 그 자체로 청년 고용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둘째, 현행 60세 정년을 유지하되 고용노동부가 시행하는 고령자 계속고용 장려금을 확대하는 방법이다. 고령자 계속고용은 ‘퇴직 후 재고용’ 개념이다. 역시 연공급 임금은 폐지되지만 고용은 유지된다.

연금개혁, 연공급 임금개혁, ‘법적’ 정년연장의 부작용은 사실 연동돼 있다. 우리는 ‘청년과 함께하는’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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