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문어와 우리 각자의 감각

2024. 10. 2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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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고 있는 책은 피터 고프리스미스의 '아더 마인즈'다.

이 책의 제목인 '아더 마인즈'(다른 의식들)에서 지칭하고 있는, 우리와 다른 지성과 감정을 가진 신비로운 대상은 바로 문어다.

이 책에 따르면 문어와의 교감은 지능을 가진 외계인과 대화하는 일과 가장 유사한 일일지도 모른다.

책에서 '문어'와 '외계인'의 연결이 무척 흥미로웠던 이유는 영화나 소설에서 우리가 묘사해온 외계인의 형태가 실제로 문어의 생김새와 무척 유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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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오 시인


요즘 읽고 있는 책은 피터 고프리스미스의 ‘아더 마인즈’다. 이 책의 제목인 ‘아더 마인즈’(다른 의식들)에서 지칭하고 있는, 우리와 다른 지성과 감정을 가진 신비로운 대상은 바로 문어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두족류 문어의 지능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이며 그 이유는 문어가 뼈 대신 온몸을 뉴런으로 채우는 방식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문어는 다리를 통해 모든 감각을 수집하고, 기억하며, 환경에 따라 다채로운 방식으로 몸의 색을 변화시킬 수 있다. 저자는 지구에서 우연히 탄생한 고대 단세포 생물로부터 복잡하게 진화한 결과물인 지성체의 두 가지 사례로 인간과 문어를 꼽는다. 이 책에 따르면 문어와의 교감은 지능을 가진 외계인과 대화하는 일과 가장 유사한 일일지도 모른다.

책에서 ‘문어’와 ‘외계인’의 연결이 무척 흥미로웠던 이유는 영화나 소설에서 우리가 묘사해온 외계인의 형태가 실제로 문어의 생김새와 무척 유사하기 때문이다. 영화 ‘E. T.’의 외계인이나 ‘컨택트’에 등장하는 거대한 지성체 헵타포드를 떠올려보아도 그렇다. ‘컨택트’에서 헵타포드는 언어를 통해 과거, 현재, 미래를 구별 없이 감각하며 그러한 인식의 방식을 인류에게 선물하기 위해 지구에 찾아온 것이다. 하나의 신체를 경유한 감각이라는 것은 독자적인 동시에 배타적인 것이기에 우리는 오직 우리의 몸으로 감각한 세계만을 경험할 수 있다.

인간이 아닌 몸으로 겪는 시간이란 어떤 것일까? 문어의 수명은 단 2년뿐이다. 두족류의 부드러운 몸은 그 이상으로 수명을 연장하기에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2년을, 섬세하고 예민한 생명체인 문어는 어떻게 감각하고 있을까? 어쩌면 헵타포드처럼 문어는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문어에게 삶이란 어떤 것일까? 인간인 나로서는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지성이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겸허해진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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