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풀 무성한 선하공간…런던처럼 변신할까

홍성헌 2024. 10. 27.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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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역 선하공간 이대로는 안 된다."

유럽을 방문 중인 김영환 충북지사는 KTX오송역 선하공간을 활용하는 구상을 구체화하고자 런던브릿지역 철로 아래를 직접 살펴봤다.

이날 김 지사와 동행한 도시재생 분야 전문가인 김정후 런던시티대학 도시건축정책연구소장도 "미세한 소음과 진동은 또 하나의 낭만이 될 수도 있다"며 "방치되고 버려진 오송역의 선하공간을 활용하는 개발은 도시의 수준을 높여주는 좋은 접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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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역 B주차장 12월 복합문화시설 안전성 ‘관건’
런던브릿지역 방문 김영환 지사 “성공 가능성 확인”
유럽을 방문 중인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브릿지역 선하공간을 살펴보고 있다. 충북도 제공.


“오송역 선하공간 이대로는 안 된다.”

27일(현지시간) 오전 영국 런던 템즈강 남쪽 서더크에 위치한 런던브릿지역(London bridge station). 벽돌을 곡선 형태로 쌓은 올린 아치 수십 개가 철로를 떠받치고 있다. 서로 완벽하게 들어맞도록 정교하게 만들어진 쐐기 모양의 벽돌로 축조됐다. 웅장함과 동시에 아늑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선로 아래에 역사가 설치된 선하역사이다. KTX 오송역이나 천안아산역처럼 역사의 상부에 선로가 있다. 100년 이상 창고로 사용하던 아치형 선하공간은 철도법 개정으로 30여년 전부터 카페, 음식점 등 다양한 상업시설로 탈바꿈했다고 한다. 심지어 선하공간의 자동차가 지나던 일부 도로를 폐쇄하고 상가로 개조하거나 전시공간으로 활용됐다. 인근 전통시장인 버로우마켓을 선하공간까지 연결해 눈길을 끌었다. 이곳에서 만난 영국인 다이엘 크코란(32)씨는 “철도 소음과 진동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며 “특별한 구조의 상가는 관광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19세기 철도의 출현으로 조성된 런던의 선하공간들은 지역상권의 중심지로 성장하고 있다. 잡풀만 무성한 우리나라의 선하공간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유럽을 방문 중인 김영환 충북지사는 KTX오송역 선하공간을 활용하는 구상을 구체화하고자 런던브릿지역 철로 아래를 직접 살펴봤다.

김 지사는 “오송역 선하공간의 무한한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우리가 앞으로 가야할 방향을 볼 수 있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역은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역이다. 브릿지에서 그리니치까지 이어지는 런던 최초의 철도 노선이 1836년 개통됐다.

우려했던 열차 운행으로 인한 진동과 소음은 거의 느낄지 못할 정도로 안정감을 줬다. 중력을 양쪽으로 분산시켜 안정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아치형 구조를 적용한 덕분이었다. 아치는 위에서 누르는 힘을 분산해 무게를 지탱해주는데 하중을 줄이고 변형을 막아준다.

높이 18m, 폭 150~300m, 길이 3㎞에 달하는 세계 최대, 최장의 선하공간을 보유한 KTX오송역 일대 모습. 충북도 제공.


충북도는 내달 4일 오송역 B주차장에 들어설 복합문화시설의 첫 삽을 뜬다. 오는 12월 24일 완공이 목표다. 도는 이곳에 37억1000만원을 들여 연면적 765.3㎡ 규모의 홍보·전시·회의 기능을 갖춘 전시관을 짓는다. 지상 3.6m 높이의 기둥을 세우고 그 위로 2층 필로티 구조의 건축물을 세우는 방식이다.

김 지사는 “오송역 선하공간은 대한민국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며 “현대적인 구조물을 활용해 충북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선하공간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충북도가 KTX 오송역 B주차장에 연면적 765.3㎡ 규모의 홍보·전시·회의 기능을 갖춘 복합문화시설을 오는 12월에 준공한다. 사진은 복합문화시설 디자인 투시도. 충북도 제공


경부선과 호남선이 갈라지는 국내 유일의 고속철도 분기역인 오송역은 지난해 연간 이용객이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했다. 하루 평균 3만명 이상 이용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오송역은 런던브릿지역처럼 진동과 소음을 잡아주는 아치형 구조가 아니라서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오송역은 높이 18m의 콘크리트 기둥 수십 개가 철로를 연결하고 있다.

안전에 대해서는 “철로를 떠받치고 있는 콘크리트 기둥에서 2m 정도 양쪽으로 띄어서 철재 구조물을 설치하는 방식이라 철도 운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지난 1년간 국가철도공단을 설득하고 허가를 받아서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 지사와 동행한 도시재생 분야 전문가인 김정후 런던시티대학 도시건축정책연구소장도 “미세한 소음과 진동은 또 하나의 낭만이 될 수도 있다”며 “방치되고 버려진 오송역의 선하공간을 활용하는 개발은 도시의 수준을 높여주는 좋은 접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런던=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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