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끄고 ‘카페인 우울증’ 벗어나보세요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4. 10. 2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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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끊는 MZ세대

# 취업 준비생 백 모 씨(26)는 최근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활성화했다. 습관처럼 사용했던 SNS에서 친구들의 취업 소식과 행복한 일상을 보면 뭔가 뒤처진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SNS에서 친구들이 합격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자책만 늘었다. 백 씨는 “SNS에 감정을 쏟아내면 잠깐은 개운해도 반응이 없으면 서운했다”며 “감정을 해소할수록 기분이 더 우울해진 적도 많다”고 토로했다. 최근 백 씨는 달라졌다. SNS가 차지했던 시간을 자기 몰입으로 채우기 시작하면서다. 스마트폰을 안 하기 위해 ‘잠금 앱’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는 “SNS 대신 일기를 쓰거나 공부하면서 할 일을 만들었다”며 “친구 소식이 궁금할 때는 직접 전화를 걸었더니 오히려 친한 친구들과의 관계가 더 깊어졌다”고 들려줬다.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SNS 끊기 챌린지에 나서고 있다. SNS 이용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에서 기인한 이른바 ‘카페인 우울증’에서 벗어나고자 SNS를 끊고 자신에게 집중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는 것. 카페인 우울증은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신조어로, SNS를 통해 타인과 비교하며 우울감을 느끼는 증상을 일컫는다. 전문가들 역시 SNS 중독 방지를 위해 SNS 접속 시간을 줄여갈 것을 제언한다.

챌린지 전용 애플리케이션 ‘챌린저스’에 스마트폰 사용 시간 줄이기 챌린지가 업로드돼 있다. (김나연 인턴기자)
SNS, 이틀간 끊어보니

‘잠금·챌린지’ 앱도 할 만

기자도 SNS를 48시간 동안 끊어봤다. 평소 핸드폰 SNS와 유튜브 등에 소비한 시간은 하루 약 85분이었다. 첫날부터 어색함이 밀려왔다. 잠깐 쉴 때마다 손이 가던 SNS가 사라지니 초조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SNS를 확인할 필요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대중교통을 타고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됐다.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조금 사라진 듯했다. 반나절이 지나자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메모하는 식이다. SNS와 유튜브 사용 시간은 업무용 카카오톡을 포함해 10분으로 줄었다. 하루 약 75분의 여유를 얻은 셈이다. 이틀간 해보니, SNS를 1주일 이상 끊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혼자서 SNS 중독을 끊기 어렵다면, 온라인 앱스토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잠금 앱’을 사용할 만하다. 잠금 앱을 사용하면 특정 시간 동안 SNS 접속을 차단할 수 있다. 스마트폰 디톡스를 위한 집단 챌린지 앱 역시 인기다. 앱 ‘챌린저스’는 예치금을 걸고 성과율에 따라 환급받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앱에는 인스타그램 30분 미만 사용, 스마트폰 3시간 이하 쓰기 등 SNS 줄이기 챌린지가 여럿 보인다. 참가자는 1만원에서 최대 20만원까지 예치금을 걸고, 스마트폰 ‘스크린 차단’ 기능을 통해 SNS 사용을 하지 않았다는 인증을 해야 한다. 예치금 환급은 챌린지 성과율에 따라 이뤄진다. 85% 이상 성공하면 예치금을 전액 환급받지만 그 미만일 경우 일부 혹은 전부를 잃을 수 있다. 그런데도 SNS 사용을 제한하려는 참가자는 각 챌린지에 2000명에서 1만명 이상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카페인 우울증’ 원인은

‘비교 심리·초연결’ 우울감 증폭

전문가들은 MZ세대가 SNS와의 단절을 택한 배경으로 ‘카페인 우울증’을 꼽는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대면 활동은

급격히 줄고 SNS 등을 통한 비대면 활동 비중이 커지면서 주목받게 된 이 현상은 실증적인 분석을 통해 그 상관관계가 입증되기도 했다. 지난 2022년 미국 아칸소대와 오리건주립대, 앨라배마대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감정 장애 저널’에 게재한 ‘소셜미디어 사용과 성격 구조, 우울증 사이의 상관관계’ 연구에 따르면, 18~30세 남녀 978명을 6개월간 추적 관찰한 결과 SNS를 하루에 300분 이상 사용한 참가자 중 27%가 우울증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신경성, 우호성, 외향성, 개방성, 성실성 5개 지표를 통해 관찰 대상자들의 성격 특성을 파악한 결과, 성격과 관계없이 SNS 사용은 우울증 발병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SNS가 사람들을 불행하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비교 심리’를 꼽는다. SNS 사용자들은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동시에 타인의 일상을 관찰한다. 문제는 화려한 순간이 두드러지기 마련인 SNS 속 타인의 일상과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 한혜경 부경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연구팀이 20대 청년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SNS 환경은 이용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고 박탈감이 클수록 이용자가 느끼는 외로움은 커졌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어디 놀러 갔나, 누구를 만났나 등이 다 공개되니 일일이 비교하게 되고 불행해진다”고 말했다.

‘초연결’에 대한 스트레스가 SNS 사용자들의 우울감을 증가시키는 데 일조한다는 평가도 새겨들을 만하다. SNS가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연결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퇴근 후 업무 지시’와 같은 초연결의 부작용들이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는 진단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며 인간은 배로 노력하게 됐다. 24시간 연결돼야 하고, 24시간 노동해야 한다”면서 “연결되지 않을 권리, 카톡방을 나갈 권리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이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진단했다.

과도한 SNS 사용을 통한 강한 도파민 자극 역시 우울감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진단이다. 정신과 의사인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화학물질인 카페인과 SNS를 일컫는 ‘카페인’은 중독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면서 “더 자극적인 것을 갈망하게 하는 중독은 더 강한 자극이 충족되지 않으면 오히려 무기력을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페인’ 중독 끊으려면?

“무작정 끊기보다 이용 시간 줄여야”

전문가들은 ‘카페인’ 중독을 완전히 끊는 것이 어려운 만큼, 시간차를 두고 SNS 접속 시간을 줄여갈 것을 권장한다. 임명호 교수는 “SNS를 완전히 끊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무작정 끊기보다 운동이나 취미 생활 등 다른 즐거움을 찾아 SNS 사용 비중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이런 의미에서 카페인 중독을 끊기 위한 일종의 ‘챌린지’ 운동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구정우 교수는 “카페인 끊기 챌린지처럼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집단적 행동은 큰 의미가 있다”며 “이런 반작용과 작용 현상이 어우러지며 SNS 중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SNS 사용 시간을 정해 지키고, 휴일을 정해 하루 동안 SNS를 하지 않는 ‘디톡스’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이다.

SNS를 사용한다면, 수면에 영향을 덜 주는 낮 시간대에 이용하는 게 좋다. 늦은 밤에 SNS를 보면 수면을 방해하고, 우울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진단이다.

무엇보다 SNS는 단편적 모습을 골라 담고 소통하는 창구일 뿐, 삶 자체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핵심은 주체성이다. 중독과 강박으로 자신의 의지 영역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주체성을 통해 SNS의 꼭두각시가 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설동훈 교수의 제언이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김범준·김나연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1호 (2024.10.23~2024.10.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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