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신는 신발 인기…日 시니어 경제 호황 [JAPAN NOW]

2024. 10. 2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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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대국, 일본이 사는 법
치요다 신발 판매 매장 모습. (치요다 제공)
일본은 고령자 대국이다. 전체 인구가 줄어가는 가운데 의학의 발전에 따른 수명 연장으로 고령자 비중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인구 10명 중 1명이 80세 이상이 됐다. 65세 이상 인구는 30%에 육박한다. 100세 이상 노인도 9만명에 달한다.

고령자가 급격히 늘면서 사회 시스템의 많은 부분이 이들을 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속도를 조금 느리게 하거나, 엘리베이터 설치를 늘려 보행기를 이용하는 노인들의 이용이 편리해지고 있다.

지하철의 노약자석 숫자도 많아지고 있다. 보통 양쪽 끝에 6좌석씩 12좌석이 일반적인데, 최근에는 양쪽 끝에 10좌석씩 20좌석으로 늘린 차량도 운행하고 있다.

고령 운전자의 사고가 늘면서 차량 개조도 이뤄진다. 고령자 사고의 상당 부분은 인지능력이 떨어진 운전자가 액셀과 브레이크를 헷갈리면서 발생한다.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대목에 액셀을 꾹 밟아서 인도로 차가 돌진하거나 심지어 역주행하는 사례도 생기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나온 차량이 ‘서포트카(사포카)’로 불리는 시니어카다. 차에 다양한 센서를 부착해 운전을 편리하게 도와주는 것은 기본이고, 액셀을 급하게 밟을 때는 엔진으로 가는 출력을 막아 급가속이 이뤄지지 않도록 했다. 액셀과 브레이크 혼동을 미리 방지하는 기능이다. 고령자가 해당 차량을 구매할 경우 정부에서는 대당 최대 10만엔의 보조금을 준다. 보험료도 최대 9%가량 할인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차량 구매를 유도하는 상황이다. 고령자 대국의 현실은 기업이 출시하는 제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을 겨냥한 맞춤형 제품이 최근 봇물을 이루는 것. 고령자는 연금과 저축 등으로 두둑한 지갑을 갖고 있어 젊은 세대보다 소비 능력이 높다.

맞춤 제품·서비스로 변화 가속

‘스팟 슈즈’…메가 히트 상품 반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서서 신고 벗을 수 있는’ 신발이다. 고령자의 경우 신발을 벗거나 신을 때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다리가 불편하거나 무릎이 아프기 때문이다. 선 채로 신발을 신고 벗을 수 있다면 이런 수고를 덜 수 있다. 이를 겨냥해 일본 신발 업체 치요다에서 출시한 ‘스팟 슈즈’는 올해 100만켤레 판매가 예상될 정도로 인기다. 이 신발은 허리나 무릎을 굽히지 않고도 신발을 신고 벗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발뒤꿈치 부분이 특수한 형태로 돼 있는데, 이것이 손을 사용하지 않고도 신발을 신고 벗을 수 있게 만들어준다.

스팟 슈즈는 2022년 3월 처음 출시됐다. 초기에는 식당이나 거래처 등을 방문할 때 신발을 벗는 경우가 많은 남성 샐러리맨을 겨냥해 남성용 구두 제품에 적용했다. 이것이 입소문이 나면서 판매가 늘었고, 이후 운동화 제품이 나오자 고령자 부부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게 됐다. 출시 첫해 15만켤레, 지난해 75만켤레가 팔리며 ‘메가’ 히트 상품의 반열에 올랐다. 일본에서는 신발이 연간 10만켤레가 판매되면 히트 상품으로 분류된다.

미국 브랜드인 스케쳐스가 출시한 ‘핸즈프리 슬립인스’도 일본에서 큰 인기다. 이는 신발 굽 바깥쪽을 단단하게 만들어 손을 대지 않고도 신발을 신고 벗을 수 있다. 고령자가 신고 다니기 편하도록 발포 우레탄을 사용해 무게도 줄였다. 2022년 6월에 출시된 이 제품은 지난해부터 TV 광고 등을 진행하면서 고령자뿐 아니라 젊은 층에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내에서 출시된 핸즈프리 슬립인스 제품 종류만 300여종에 달할 정도다.

[도쿄 = 이승훈 특파원 lee.seungh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1호 (2024.10.23~2024.10.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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