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훈, 김주형 물리치고 뜨거운 눈물…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빛내는 코리안 브라더스의 맞대결로 압축된 양보 없는 연장 승부에서 선배 안병훈(33)이 김주형(22)을 물리치고 감격의 눈물을 터뜨렸다.
안병훈은 27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파72·7470야드)에서 열린 제네시스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2개로 5타를 줄여 역시 5언더파를 친 김주형과 함께 17언더파 271타 공동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이어 18번 홀(파5)에서 치러진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아 보기를 기록한 김주형을 꺾고 정상을 밟았다.
DP 월드 투어(과거 유러피언 투어)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가 공동주관하는 이 대회 우승상금은 68만달러(약 9억4000만원)다. 김주형은 우승은 놓쳤지만 6억1000만원의 적지 않은 상금을 챙겼다. 또, 국내파로는 11언더파 공동 9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김홍택(31)은 1억원을 수확했다.
1988 서울올림픽을 통해 부부의 연을 맺은 한국-중국 ‘탁구 커플’ 안재형(59)과 자오즈민(61)의 아들로 유명한 안병훈은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가 골프를 시작했다. 2009년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역대 최연소 나이(18세)로 우승해 주목받았고, 2015년 유러피언 투어 BMW 챔피언십을 제패해 활로를 열었다.
이듬해 PGA 투어로 진출한 안병훈은 그러나 지난해까지 단 한 차례도 정상을 밟지 못했다. 9년간 준우승만 5번. 이 사이 후배 김시우(29)와 임성재(26), 김주형 등이 차례로 우승하면서 아쉬움은 더욱 커졌다.
절치부심한 안병훈은 올 시즌 달라진 골프를 선보였다.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 317.1야드(전체 4위)의 장타력을 앞세워 22개 대회 가운데 5차례나 톱10을 기록했다. 컷 탈락은 4번뿐이었다. 특히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까지 생존하면서 올해 상금으로만 81억원(15위)을 벌어들였고, 이번 대회 우승을 통해 골프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가족들과 함께 울음을 터뜨린 안병훈은 “이렇게까지 좋을 줄 몰랐다. 담담하게 우승을 즐기려고 했는데 우승이 확정되니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 특히 부모님과 할머니 얼굴을 보면서 더 많은 눈물이 났다”고 했다.
아들의 경기를 노심초사하며 지켜본 안재형은 “그동안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힘든 시기를 이겨낸 아들이 자랑스럽다. 드라마 못지않은 경기를 보여준 (안)병훈이와 (김)주형이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고 울먹였다.
결과와 달리 이날 최종라운드 흐름은 줄곧 김주형이 잡았다. 안병훈과 12언더파 공동선두로 출발한 김주형은 전반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타를 줄이면서 선두를 달렸다. 후반 들어서도 11번 홀(파4)과 14번 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해 선두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경기 막판 우승을 놓고 다투던 안투앙 로즈너(31·프랑스)가 파5 15번 홀 티샷 미스로 2타를 잃으면서 김주형의 우승은 더욱 가까워지는 듯했다.
그러나 안병훈의 뒷심이 경기 양상을 바꿔놓았다. 15번 홀 페어웨이에서 드라이버로 세컨드 샷을 하는 승부수로 버디를 잡은 뒤 16번 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해 김주형과 17언더파 공동선두가 됐다. 파3 17번 홀에선 그린을 놓쳐 보기가 나왔지만, 18번 홀에서 2.5m짜리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김주형과 공동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이어 18번 홀에서 치러진 연장에서 안병훈은 실수 없이 그린을 공략한 반면, 김주형은 어프로치 토핑 실수로 보기를 기록해 버디를 잡은 안병훈의 우승이 확정됐다.
인천=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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