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표도 손으로 써줬다…'티머니GO' 먹통에 전국이 대혼란

이수민 2024. 10. 2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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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티머니 오류로 제때 버스를 못 탄 승객들과 늦은 오후 버스를 예매한 승객들이 대합실에 빼곡히 앉아 있다. 이수민 기자


" 서울 사는 손녀 보러 매주 주말 올라왔는데 이런 적은 첨이야 글쎄. "
갓 태어난 손녀를 만나기 위해 전날 서울로 올라왔던 이모(70대)씨 부부는 27일 오후 경남 진주행 버스를 타려다가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 발이 묶였다. 이날 오후 2시 10분에 출발하는 버스표를 현장 예매하려던 부부는 점심을 먹고 오후 1시쯤 터미널에 왔다가 버스 승차권 발권 시스템인 티머니 전산망에 오류가 났다는 말을 들었다.

“현장 예매하려던 경우 현금을 내고 남은 좌석이 있는 버스를 타면 된다”는 매표소 직원의 안내에 차를 기다렸지만 2시 이후엔 모두 만석이었다. 승객 한 명이 “남부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엔 자리가 남았을 수 있다”고 알려줘 부부는 지하철을 타고 두 정거장 떨어진 남부터미널로 갔지만 이곳에서 출발하는 진주행 버스도 모두 매진이었다. 이씨 부부는 다시 고속버스터미널로 돌아와 티머니 전산망이 정상화한 이후에도 약 한 시간가량 줄을 서서 오후 7시 50분에 출발하는 버스표를 끊었다.

이날 오후 고속·시외버스 좌석 예매 등에 쓰이는 교통 지불수단 티머니 전산망의 오류로 140여개 버스터미널에서 승객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티머니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6분쯤부터 전산센터 시스템 장애로 고속·시외버스 예매·발권과 택시 결제 승인 서비스가 막혔다. 버스터미널 현장 발매기가 먹통이 된 데다 휴대폰 앱으로도 버스 시간표를 조회할 수 없었다. 오후 1시 40분 기준 앱 접속 대기 인원은 10만 명에 달했다.

버스 터미널 발권기가 먹통이 돼 종이로 버스표를 끊은 승객. 사진 엑스 캡처


일부 승객은 급한 대로 현금을 뽑아 매표소에서 ‘버스 종이표’를 발급받기도 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하얀 종이에 ‘서울·13:50(출발시각)·19:20(도착시각)’이라고 적힌 버스표 사진이 공유됐다. 누리꾼은 “옛날처럼 종이에 손으로 써서 버스표를 주는 아날로그 시대가 도래했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현금을 내려고 했는데 기사님은 잔돈이 없어 난리였다”고 상황을 전했다. 현장 도착 전 온라인에서 버스표를 예매해둔 승객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이날 고속버스터미널을 찾은 박모(34)씨는 “앱에 저장해둔 승차권을 찍었는데 처리가 안 된다고 해 기사님한테 한소리 들었다”며 “알고 보니 티머니 앱 오류였다”고 말했다.

티머니 오류로 현장에서 불편을 겪은 승객들(왼쪽)과 앱 접속자가 몰리며 서비스 이용이 지연되는 상황. 사진 엑스 캡처


티머니 측은 서버 장애 발생 약 1시간 30분만인 오후 2시 41분쯤 정상 복구됐다고 했지만, 현장에선 제때 버스를 타지 못한 승객들의 혼란이 계속됐다. 이날 오후 4시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영동선 대합실엔 100여 명의 승객이 앉아서 버스를 기다렸다.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해 두리번거리다 주변 카페에 가서 짐을 푼 최모(30)씨는 “남자친구와 동서울터미널에 갔다가 고속버스터미널로 왔다”며 “티머니GO 앱보다 고속버스 티머니 앱이 먼저 복구됐단 소식을 듣고 가까스로 버스표를 예매했다”고 말했다. 티머니 오류가 난지 모르고 느지막하게 터미널을 찾은 일부 승객은 매표소 전광판 버스 좌석이 매진인 걸 보고 “왜 다 매진이야” 하며 당황하기도 했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와 부산·대구·광주 등 다른 시·도 터미널에서도 고속버스 전산망 오류로 예매는 물론 검표와 탑승에 차질이 빚어졌다.

오류가 난 건 택시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홍대입구에서 고속터미널로 향한 택시 기사 조모(50)씨는 “오후 12시~2시 사이 승객 두 명이 탔는데, 카카오페이에선 결제가 됐다고 뜨는데 티머니 단말기에선 안 되더라”며 “내린 승객에게 ‘결제가 안 됐다’고 전화할 뻔했다”고 말했다.

티머니 측은 전산센터 내 통신망과 연결된 기계가 한동안 꺼지는 등 네트워크 장비 오류로 일어난 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티머니 관계자는 “오류로 이용자와 서비스 관련자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며 “피해 보상안을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산망의 작은 오류에도 사회가 큰 혼란을 겪는 만큼 디지털 시스템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앞으로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공공 시스템이 점점 자동화·지능화될 것”이라며 “지금은 사고가 나면 사후대처하는 식인데 다양한 시나리오를 미리 세워 이런 사고가 났을 때 능동적으로 빠르게 복구할 수 있도록 ‘사이버 복구(cyber resilience)’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앞서 2021년 10월 KT 전산망 이상으로 전국에서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1시간가량 먹통을 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KT는 오류가 났던 시간의 10배에 해당하는 요금을 가입자 모두에게 감면해주는 대책을 내놨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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