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연임 재가, ‘개점 휴업’ 피했지만…첩첩산중, 위기의 공수처
" 폐지가 답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
지난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공수처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이 제기한 공수처 ‘무용론’이다. 박준태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를 준비하면서 공수처가 해 온 일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려고 애썼으나 폐지가 결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작년 2400건을 접수했는데, 공소 제기한 건은 0건”이라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선 “공수처가 존속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은 손을 들어보라”는 질의까지 나왔다.
실제로 이달 초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이 공수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수처가 지난해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총 3303건 접수하고 직접 공소제기를 요구한 사건은 한 건에 불과했다. 범죄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한 경우는 세 건이었다. 낮은 현출 업무량과 공수처 검사 연임 재가 ‘장고’ 등 출범 4년 차를 맞이한 공수처가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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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검사 4명 임기 이틀 앞 연임 재가…'개점 휴업' 겨우 면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 4명의 연임을 임기 이틀을 앞두고 재가했다. 공수처는 ‘개점 휴업’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면했지만 이번 사태가 내우외환에 빠진 공수처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 검사의 임기는 3년으로 3회 연임이 가능하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연임 신청이 접수되면 여당과 야당이 추천한 외부위원이 포함된 공수처 인사위원회 과반수 의결을 거쳐 대통령의 임명을 받아야 한다.
앞서 공수처 인사위는 지난 8월 중순 공수처의 차정현 수사기획관, 이대환 수사4부장, 송영선·최문선 수사3부 검사의 연임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하지만 연임안을 넘겨받은 윤 대통령은 두 달 넘게 재가를 미루다가 임기를 이틀 앞둔 25일 연임을 승인했다. 이들 중 차 수사기획관과 이대환 부장은 ‘순직 해병’ 사건을 도맡아 수사해온 핵심 인력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이 공수처에서 하는 순직 해병 사건의 수사에 대해 ‘좋게 보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수사를 원활하게 못 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던 거 같다”고 지적했다.
한상운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 검사의 신분 보장이 너무 취약하다. 3년 임기에 재임용 결정권자도 대통령이다. 신분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철저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앞으로도 얼마든지 지금과 같은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검사 의원면직, 퇴직에 15명으로 줄어…예산도 삭감
공수처 검사 4명의 연임이 결정됐지만, 공수처의 수사 인력 부족 문제는 여전하다. 공수처법상 검사 정원은 25명인데, 현재 17명에 불과하다. 부장검사 한 명이 오는 31일 자로 의원면직을 하고, 임기가 끝나는 검사 한 명이 연임 없이 임기를 마칠 예정으로 검사는 15명으로 줄어든다. 공수처는 이에 부장검사 3명과 평검사 4명 등 7명에 대한 신규 채용 절차를 시작했다.
장영수 교수는 “공수처의 최대 문제는 인력 문제다. 전·현직 대통령을 비롯해 고위공직자 및 가족 수사 등 권한은 상당히 큰데, 그 인력은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며 “검찰에서도 큰 사건 하나를 수사하면 검사 수십명이 투입된다. 검사 정원 25명이 채워져도 부족한 게 공수처가 수사하는 사건들인데, 인력 확충도 안 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와중에 공수처의 수사 관련 예산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공수처 디지털포렌식 관련 예산은 8억 5500만원이다. 특히 ‘디지털 포렌식 장비 도입 라이선스 갱신’ 예산은 5억 4100만원으로 올해 대비 약 40%가 감소했다.
디지털 포렌식은 수사기관의 수사 기초가 되는 만큼 수사 차질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는 국회 심의를 기다린다면서도 정부 안이 확정될 경우 현재 보유한 포렌식 장비도 운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순직 해병’ 수사 올스톱…다른 수사도 첩첩산중
인력 부족과 더불어 다른 수사기관과의 공조 공백까지 더해지며 공수처에서 하는 주요 사건의 수사는 첩첩산중이다. 대통령 개입 의혹까지 있는 순직 해병 사건은 지난 8월 대통령의 개인 휴대전화 통신내역을 확보한 후 관계자 소환이나 압수수색 등 이렇다 할 추가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주요 수사 인력의 연임 재가가 불투명해지며 수사 동력을 잃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지난 7~8월 경북경찰청에 요청했던 순직해병 사건 수사자료나 경찰청에 요청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에 대한 결과 회신도 아직 받지 못하면서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
현행법상 공수처는 검찰이나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에 고위공직자범죄 관련 사건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지만, 다른 수사기관에서 거부해도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수처는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에 요청한 명품백 불기소 결정문과 기록 목록 등을 3주 가까이 넘겨받지 못하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자료를 받아야 불기소 이유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장영수 교수는 “특히나 인력이 부족한 공수처 입장에서 다른 수사기관의 기록을 협조받지 못한다면 수사에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며 “초기 공수처가 검경의 상위기관을 자처하다 보니 관계가 껄끄러워졌다”고 설명했다.
한상희 교수는 “공수처를 설치하면서 최우선 순위가 다른 수사기관과의 협조체계인데, 지난 정부에서 공수처를 출범시킬 때 공수처가 활동할 수 있는 제반 여건 형성에 소홀했다”며 “수사기관 간 공동지침 등을 마련해 협력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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