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공매도 주범은 제도권에 있다 [취재수첩]
또다시 증권사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손실 규모가 무려 1300억원에 달한다. 해당 회사의 2분기 순이익과 맞먹는 금액이다.
증권사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난 업무로 발생한 사고다. 자산운용사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할 때마다 복수의 증권사와 유동성공급자(LP) 계약을 맺고 유동성 공급 역할을 맡긴다. 이때 어떤 증권사는 본연의 역할만 충실히 수행한다. ETF가 원활히 거래될 수 있도록 매수와 매도 양쪽에 중립적으로 주문을 넣으면 된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증권사도 있다는 점이다. 초과 수익을 목표로 한 방향으로 베팅하는 등 공격적인 운용을 강행한다.
이번 사고의 더 큰 문제는 두 달이 되도록 증권사가 아무런 조치도 못했다는 점이다. 8월 초 최초 손실 발생 후 해당 직원이 물타기용 선물매매를 지속했고 손실을 숨기기 위해 허위 스왑 거래를 등록하는 등 사태를 일파만파 키웠다. 이후 상사가 사실을 인지했으나, 이 역시 보고가 누락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차적으로 본연의 목적에 벗어난 거래와 손실을 은폐한 해당 직원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증권사 내부통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욱 아프게 느껴진다. 증권사가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그동안 꾸준히 나왔다. 그동안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 랩·신탁 돌려막기 사태 등이 발생할 때마다 증권사의 내부통제 강화가 이슈로 떠올랐다. 매번 증권사는 내부통제 강화를 약속했지만, 또다시 투자자의 신뢰를 잃었다.
이번 대규모 손실 사태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유사한 사고가 다른 증권사에서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한 취재원의 “공매도 주범은 증권사”라는 말이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닌 듯하다. 이런 오명을 씻기 위해 증권사는 물론 금융당국도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1호 (2024.10.23~2024.10.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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