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 찬 출범 ‘네카오 코인’…아직은 글쎄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10. 2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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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업계 첫 M&A로 화제

디지털자산(코인) 시장 역사상 첫 인수·합병(M&A) 사례가 등장했다. 글로벌 무대로 범위를 넓혀도 역대 최초다. 다른 곳도 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두 코인이 뭉친 덕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중이다.

카카오가 발행한 ‘클레이튼’과 네이버 관계사 라인테크플러스가 만든 ‘핀시아’는 최근 통합 작업을 마무리하고 ‘카이아(KAIA)’라는 코인 프로젝트로 새롭게 출발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양대 정보기술(IT) 기업과 관련된 덕에 ‘네카오 코인’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이번 통합으로 카이아는 단숨에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코인 프로젝트로 부상했다. 저마다 갖고 있는 장점이 명확하다. 아시아 지역에 광범위한 사용자 기반을 갖고 있는 라인과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폭넓은 코인 생태계를 구축해놓은 카카오 블록체인이 뭉쳐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메타보라싱가폴이 보라(BORA) 생태계 인프라에 블록체인 플랫폼 카이아(KAIA)가 선보이는 ‘합의 기반 유동성 프로토콜(CL)’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메타보라싱가폴 제공)
카이아 코인, 무엇이 달라지나

2억5000만 메신저 이용자 잡아라

카이아 DLT 재단은 올해 8월 말 카이아 메인넷(정식 서비스)을 출범했다. 카카오 기반 블록체인 클레이튼과 라인 기반 블록체인 핀시아 통합을 완료했다. 올해 1월 초 클레이튼과 핀시아 재단이 통합 계획을 발표한 지 7개월 만이다. 클레이튼 1개는 카이아 1개, 핀시아 1개는 카이아 148개로 각각 전환됐다. 티커(종목 코드)는 일단 기존 ‘클레이튼(KLAY)’을 따르기로 했다. 클레이튼 거래를 지원하는 코인 거래소는 저마다 일정에 따라 티커를 카이아로 점차 변경할 예정이다.

카이아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을 대표하는 코인인 클레이튼과 핀시아의 장점을 두루 갖췄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만 1억명이 넘는 메신저 이용자를 보유한 라인 핀시아는 대중화 측면에서, 디파이·NFT·게임 등 이미 수년간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입지를 다져온 카카오 클레이튼은 기술 인프라 측면에서 각각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실제 카이아는 초당 4000건을 처리하는 빠른 속도와 이더리움 대비 낮은 수수료를 자랑한다. 카카오와 라인 모바일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자산 지갑 잠재 사용자는 약 2억50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두 코인이 합치면서 시가총액 규모는 글로벌 코인 100위권으로 7000억원에 육박한다. 여러모로 이번 통합 파급력이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카이아 DLT 재단 관계자는 “카이아는 클레이튼과 핀시아, 각 코인이 보유한 역량을 집약해 상호 보완해나가는 구조로 운영될 것”이라며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해 한 차원 높은 경쟁력의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이아 최대 장점은 ‘대중성’

라인 메신저에서 웹3 서비스 쉽게

이번 프로젝트는 생태계 내 사용자 ‘연결’에 방점이 찍혀 있다. 카이아 지향점은 토큰 이름에서도 드러난다. ‘카이아(KAIA)’는 그리스어로 ‘그리고’라는 뜻으로, 사용자와 개발자 등 생태계 참여자 연결과 균형을 의미한다. 동시에 클레이튼(Klaytn)과 핀시아(Finschia)의 각각 앞·뒤 발음을 균형 있게 결합한 단어다.

카이아가 출범과 함께 내놓은 신규 프로그램 ‘카이아 웨이브’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개발자와 이용자 모두 카이아 블록체인과 연결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

개발자가 카이아 웨이브에 지원하면 라인 메신저 새로운 개발 키트 ‘넥스트 웹 SDK’ 이용이 가능하다. 개발자가 앱을 만들 수 있는 ‘빌더’라고 보면 알기 쉽다. 카이아는 스마트폰으로 비유하면 안드로이드나 iOS 같은 운영체제다. 기존 개발자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카카오톡이나 쿠팡 같은 앱을 만드는 것처럼, 코인 생태계에서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탈중앙화 앱, 이른바 ‘디앱’을 만든다. 넥스트 웹 SDK를 이용하면 라인 메신저용 ‘미니 디앱’을 손쉽게 개발할 수 있게 된다. 지원하는 개발자 팀당 최대 9억원이 넘는 마케팅 비용을 지원해주고 130억원 넘는 투자 펀드도 조성해준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진입장벽이 낮아진다. 라인 메신저에서 여러 디앱을 사용할 수 있는 ‘미니 디앱 플랫폼’이 나온다. 별도 다운로드나 설치 과정 없이 바로 디앱을 이용할 수 있고, 전자지갑도 몇 초 만에 생성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여타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는 코인 거래소 가입-고객 확인 진행-전자지갑 설치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했다.

카이아 DLT 재단 관계자는 “앞으로는 라인 ID만 있으면 웹3 서비스를 쉽게 이용하고 보유한 모든 코인 자산도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친구를 초대했을 때 보상을 받는 등 소셜 기반 리워드 시스템도 추가해 바이럴 확장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지근한 코인 투자 시장 반응

지지부진 가격…목표는 글로벌

야심 찬 통합 작업에도 불구하고 시장 반응은 미지근하다. 투자자 관심을 가장 잘 보여주는 코인 가격부터 그렇다. 올해 4월 개당 450원까지 치솟았던 클레이튼(현 카이아) 가격은 8월 초 150원까지 폭락, 10월 17일 기준으로는 175원대에 머물고 있다. 통합을 앞둔 8월 말 250원까지 오르며 기대를 모았지만 통합 직후 오히려 하락하며 지지부진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탈중앙화금융(디파이) 활성화 정도를 짐작할 수 있는 총예치자산(TVL) 규모도 급감했다. 디파이 전문 플랫폼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2022년 초 13억달러에 육박하던 카이아(당시 클레이튼) TVL은 10월 15일 기준 4800만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최근 역대 최대 TVL을 연일 경신하고 있는 여타 경쟁 레이어1 코인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레이어1 코인은 다른 코인 개발과 운영을 위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코인으로, 이더리움·솔라나 등이 대표적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통합 전인 8월 초(약 2800만달러)보다는 TVL이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레이어1 시장에서 존재감이 옅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전까지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블록체인 게임을 운영하던 넷마블 ‘마브렉스’는 클레이튼을 떠나 게임 특화 블록체인 이뮤터블X로 갈아탔다. 클레이튼 기반 활성 지갑 수(UAW)도 감소했다. 디앱레이더에 따르면 올 초 31만개였던 클레이튼 UAW는 올해 10월 7만개까지 줄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카이아의 당장 목표는 ‘해외 시장’ 확대다. 통합 완료 후 해외 코인 거래소 상장 작업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카이아 DLT 재단은 앞서 홍콩에 기반을 둔 디지털자산 금융 서비스 해시키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해당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카이아 토큰이 해시키 글로벌에 상장됐다. 해시키뿐 아니라 태국 ‘비트컵’과 필리핀 ‘코인스’ 등 아시아 국가별 점유율 1위 코인 거래소에 상장을 마친 상황이다. 카이아 DLT 재단은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등에서도 상장을 추진한다. 기존 거래되는 클레이 코인 티커 변경은 연내 모든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기업과 협업도 계속할 예정이다. 카이아 재단은 인도네시아 주요 선사인 쁠라야란 코린도와 손잡고 선박 RWA 토큰화 조인트 벤처 ‘갈락티카(Galactica)’를 올해 4분기 선보인다. 선박 구매 시 조각 투자로 자금을 조달하게 하는 방식으로, 전통적인 선박 구매 프로세스를 효율화한다는 계획이다.

한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레이어1 프로젝트와 카이아 코인이 차별화되는 지점은 결국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대중 접근성”이라며 “앞으로 얼마나 많은 메신저 이용자와 웹3 유망 개발자를 생태계로 끌어들일 수 있는지가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1호 (2024.10.23~2024.10.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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